순수의 시대
아디스 워튼 / 송은주 / 민음사 / 457쪽
(2015. 8. 25.)

 

 


  "여성들도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우리들처럼 말입니다." 그의 선언은 그의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치부하기로 합의한 문제의 뿌리를 건드렸다. '참한' 여자라면 아무리학대를 당해도 그가 의미한 거과 같은 자유를 절대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그와 같이 너그러운 남성들은 뜨거운 논쟁에서 기사도 정신을 발휘하여 그들에게 이 권리를 기꺼이 허용해 줄 자세가 되어 있다. 이러한 말뿐이 관대함은 사실 모든 것을 묶어 놓고 사람들을 낡은 양식에 속박하는 엄격한 관습을 기만적으로 위장한 데 불과해 그녀가 교회와 국가의 격렬한 비난을 받아 마땅할 행동을 하더라도 옹호해 주겠다고 맹세했다.
(P.59)

 

 

  길들여지지 않은 인간의 본성은 솔직하지도 순진하지도 않다. 본능적으로 뒤틀린 교활함에 가득 차 방어 태세를 취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는 이 순수가 어머니, 숙모, 할머니 들과 이미 죽은 지 오랜인 여자 선조들의 음모로 교묘하게 조작되고 인공적으로 만들어졌으며, 왕처럼 마음썻 부술 수 있는 눈으로 빚은 조각인 양 그가 원하고 가질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도록 강요되어 왔다는 점 때문에, 이 순수에 억눌리는 느낌이 들었다.
(P.62)

 

 

  아처는 항상 사건의 원인을 제공하는 타고난 성격에 비하면, 우연과 환경은 사람의 운명을 만드는 데에서 사소한 역할밖에는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쪽이었다. 그는 올렌스카 부인에게서 처음부터 이런 성격을 감지했다. 조용하고 거의 수동적이기까지 한 이 젊은 여인은 아무리 몸을 사리고 피해보려 무진 애를 써도 다사다난한 삶을 살 수밖에 없도록 정해진 바로 그런 종류의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었다.흥미로운 사실은 그녀가 너무나 연극 같은 인생을 살아온 나머지 그런 상황을 야기하는 본인의 성격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상할 정도로 놀라는 법이 없는 것을 보면 그녀는 산전수전 다 겪는 와중에 놀라는 감각을 잃어버린 듯했다. 그녀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들을 보면 어떤 것들과 맞서 왔는지 짐작이 갔다.
(P.147)

 

 

  교활한 거짓말쟁이들은 세세한 부분까지 말해 주지만, 아예 말하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거짓말쟁이라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기억 떠올랐다. 메이에게 거짓말을 하는 괴로움은 그녀가 눈치 채지 못한 척하려고 앴는 모습을 봐야 하는 괴로움에 비하면 별것 아니었다.
(P.348)

 

 

  "아버지와 어머니는 서로에게 무언가를 요구하신 적이 한번도 없었어요. 그렇죠? 그저 앉아서 서로를 쳐다보고 그 밑에서 무엇이 움직이고 있는지 짐작하셨을 따름이지요. 사실 귀머거리에 벙어리들 수용소 같았달까. 하지만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 알 수 있는 것보다, 부모님 세대가 서로의 은밀한 속마음을 더 많이 알고 계셨다고 생각하요."
(P.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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