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터브리지의 시장
토마스 하디 / 김의락 / 글모아출판 / 476쪽
(2015. 6. 26.)
술김에 부인과 아이를 팔아버리곤 그 후 술은 입에도 안대고
자신의 실수는 후회하고 참회하고 살아가는 남자
하지만 그 술이라는 상황 속에서 우리 인간은 어쩌면 이성으로 덮어 쓰고 있는
마음 속 깊이 숨어있는 본질에 좀 더 접근 할수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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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젊은이는 엘리자베스 제인과 같은 인생관과 삶에 대한 태도를 지닌 것처럼 보였다. 다시 말해,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 자체가 즐겁기만 한 것이 아니라 비극적인 요소가 많다는 생각과, 즐거움을 만끽하는 생활 가운데 항상 즐거운 삶이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즐거움이 한 순간에 불과하며 슬픔과 기쁨은 삶의 한 부분들임을 깨달은 사람으로 생각되었다.
(P.83)
"지금 이 순간 그 애의 나에 대한 마음은 나의 그 애에 대한 것만큼 온정에 차 있어. 그 애는 내가 청하기만 하면 여기 이 보잘 것 없는 오두막에서 나와 함께 살거야! 하지만 저녁이 되기 전에 그는 틀림없이 오고 말거야. 그러면 그 애는 나를 멸시하겠지!"
그의 기분은 반항적이고 빈정대고 무모한 짓을 저지르는 사람의 그것이 이미 아니었다. 인생을 재미있게 혹은 보람 있게까지 만들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미 완전히 상실해 버린 사람의 납덩어리 같은 무거운 침울함이었다. 그에게는 자랑스럽게 여겨질 그의 마음을 굳게 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될 것이다.
(P.413)
사람의 두뇌에는 용인되지 않는, 졸라대지 않은 유해한 생각들이 제 자리로 되돌아가기에는 앞서 잠시 동안 이리저리 방황하는 바깥방이 하나 있게 마련이다. 이런 생각중의 한 가지가 지금 헨처드의 뇌리 속에 떠올랐다.
(P.428)
남자란 그 사람처럼 아내의 무덤 앞에 최상급의 대리석 비석을 세우고, 실컷 울고, 한참 생각에 잠겨 있다가 이렇게 혼잣말을 하게 되는 법이지요. "그 여자가 나를 속였어. 나는 이 여자를 먼저 알았던 거야. 배우자로 재치 있는 여인이었어. 이보다 고상한 생활에 충실한 여인은 또 없어"라고 말이요. 그녀가 애정을 표시하는 데도 그녀를 붙들지 않는다면 그로서는 그보다 더 어리석은 짓이 없을 거요.
(P.430)
그는 야심에 찾던 행로를 돌이켜 봄으로써 자기 감정상으로 희생했던 바가 물질적으로 얻었던 바에 못지않게 크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쓰라린 경험을 했을 뿐 아니라 취소하려 했을 때는 이미 모든 상황이 끝나 있었다는 쓰라림을 첨가했던 것이다. 그는 이 모두를 오래전에 마음 아파했던 것이다. 그러나 야심을 사랑으로 대체하려는 그의 시도들은 그의 야심 그 자체만큼 완전히 좌절돼 버렸던 것이다. 그의 학대 받았던 아내가 거의 미덕이 되다시피 한 대단히 단순한 기만으로 그것들을 모두 좌절시켜 버렸던 것이다.
(P.443)
그녀가 감사함을 말로서 표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그녀의 잘못이 아니었다. 그녀의 경험은 그녀의 것과 같은 화사한 한 줄기 빛이 길을 어느 중간지점까지 갑자기 비춰주고 있는 때라 할지라도 유감스런 인간세상을 잠깐 사이에 지나가 버리는 의심쩍은 명예가 지나치게 감정을 불러 일으킬 수 없다는 것을 그녀에게 올바르게 혹은 그릇되게 가르치는 식의 경험이었던 것이다. 그녀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도 자격은 적으면서 많이 부여받고 있다는 그녀의 강렬한 생각은, 훨씬 많이 부여받아야 마땅할 사람들이 실로 적게 부여받고 있다는 사실을 그녀로 하여금 모르게 하지는 않았다.그리고 자신을 행복한 사람 축에 억지로 끼우면서 자기가 예측 할 수 없는 일의 계속성에 한결같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런 때면 그런 중단 없는 평온을 성년기에 계속 부여받는 사람은 그녀였다. 그런데 그녀의 젊은이, 행복은 고통이란 흔한 드라마에서 종종 발생하는 일화에 지나기 않는다고 가르쳐 주는 듯했다.
(P.4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