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바바라 오코너 / 신선해 / 다산책방  / 원제 How to steal a dog (2007년) / 264쪽
(2014.04.19.)



  잠시 후 엄마가 한쪽 팔로 내 어깨를 감싸안았다. 나는 엄마에게 가만히머리를 기댔다. 다시 아기 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앵앵 울기만 하면 어른들이 다 알아서 돌봐주고 그러다 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가버리던 때로.
  결국 나는 지금껏 수백만 번은 물었을 질문을 또 하고 말았다.
  "아빠는 왜 우릴 떠났을까요?"
  그 말을 내뱉자마자 엄마의 몸 전체에서 기운이 쑥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나도 알고 싶구나."
(P.17)

 


  때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독이 되기도 한다. 나는 생각을 곱씹는 대신 뒷자석에 몸에 말고 누워서 편안한 자세를 찾으려고 온갖 방향으로 몸을 뒤틀었다. 그리고 마침내 두 발로 차 문을 받치고 등을 뒤로 기댄 채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그 때 광고전단지 하나가 어둠 속에서 어렴풋이 떠올랐다. 차창 바로 밖에 있는 공중전화 박스에 누군가가 테이프로 붙여둔 것이었다. 희미하게 바랜 글씨는 이렇게 속삭이고 있었다. '사례금 500달러.' 그 밑에는 두 눈이 툭 튀어나온 강아지가 혓바닥을 쑤욱 내밀고 있는 사진이 박혀 있었다.
(P.19)

 


  무키 아저씨는 야구 모자를 벗고 마구 헝클어진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리고 말이야, 이 아저씨한테는 신조라는 게 있어. 그게 뭔지 얄려주랴?"
  나는 흥, 하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때로는 뒤에 남긴 삶의 자취가 앞에 놓인 길보다 더 중요한 법이라는 거다."
(P.200)

 


  "아저씨한테 신조가 하나 더 있는데 듣고 싶냐?"
  그러고는 내게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말을 이었다.
  "때로는 말이야, 휘저으면 휘저을수록 더 고약한 냄새가 나는 법이라고-,"
  나는 귓가에 울리는 아저씨의 말을 애써 흘려들으며 몸을 돌려 서둘러 그곳을 떠났다.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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