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의 그림 읽기
현은자 외 / 마루벌 / 2004 / 222쪽
(2015.04.18.)

 

 


 현대 그림책의 특징 중에서 또 하나의 두드러진 점은 시각언어의 역할이다. 많은 예술가들이 그림책의 글작가와 그림작가를 겸하면서 그림책의 글과 그림의 관계는 더욱 다양하고 복잡해지고 있다. 이러한 그림책은 때로는 독자에게 그전의 전통적인 그림책을 읽을 때와는 다른 읽기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에게 친숙하지 않은 그림책의 언어는 당황스러움과 애매모호함을 던져 주기도 하나, 바로 그 때문에 그림책 읽기는 더욱 매력적인 것이 되어 가고 있기도 하다.
(P.8)

 


  그림책에서는 그림이 없으면 글의 의미가 분명하지 않거나 완전하지 않다. 따라서 우리가 정의하는 진정한 그림책은 라디오를 통해서는 읽혀질 수 없다. 물론 그림이야기책은 대체로 글이 길고 그림이 적으며, 그림책은 글이 짧고 그림이 위주이다.  그러나 그림이야기책과 그림책의 차이가 반드시 글과 그림의 양의 차이에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상호보완작용을 하면서 통합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고유한 특성의 새로운 도서 장르이다.
(P.18)

 

 

 글을 말하는 이야기와 그림이 말하는 이야기 사이의 거리를 두는 것은 현대 그림책 작가들이 많이 쓰는 방법이다. 그림은 종종 텍스트와 다른 내용을 묘사하고 서로 다른 내용을 전하는 글과 글미이 함께 어우리면서 글과 그림 각각이 전하는 이야기와는 또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독자는 글과 그림의 이야기를 함께 짜맞추어 전체 스토리를 추리해 나가므로 그림책 읽기가 하나의 게임이 된다. 이렇게 글과 그림의 이야기 사이의 거리를 인식하는 것은 그림책 보기의 즐거움의 중요한 부분이 된다. 이것이 랜돌프 칼데콧과 그후의 모리스 샌닥과 같은 작가들에 의해서 계승되어 온 진정한 그림책의 개념이다.
(P.20)

 

 

 그림책에서 글과 그림이 합쳐져 새로운 하나의 기호가 될 수 있는 이유는 글과 그림이 합쳐질 때 각각이 가진 의미의 합 이상의 의미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새로운 의미는 글과 그림의 상호작용에서 생겨난다. 대부분의 그림책에서 글과 그림은 사슬처럼 연결되어 상호보완적으로 이야기를 함께 이끌어 간다. 따라서 그림책에서 그림을 가리고 글만을 읽어 보거나 반대로 글을 가리고 그림만을 본다면 그림책에 담긴 이야기는 온전히 파악할 수 없다. 그림책에서 글과 그림은 독립적이면서 서로에게 의존하며, 전체가 하나의 작품으로서 존재한다.
(P.38)

 

 

  그림언어의 문법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인가?  일반언어의 문법은 우리에게 언어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게 해 준다. 이와 마찬가지로 그림언어의 문법은 우리에게 그림의 전체적인 구조를 파악하고, 그 의미를 읽을 있도록 해 준다. 이것은 글과 그림의 창작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글작가들이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그 상황에 맞는 단어를 고르고 정확한 문장으로 다듬는 것처럼, 그림작가는 그림의 의미를 만들어 내기 위해 선, 색, 재질과 같은 기본 요소들을 선택하고, 하나의 그림 안에 그것들을 어떻게 구성할지 고심한다. 이때, 그림언어의 문법은 '창작'을 하기 위한 구성 지침이 되는 것이다.
(P.144)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조화를 이루며 이야기를 엮어가는 하나의 완성된 세계이다. 글작가는 언어적인 묘사를 통하여 독자가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림작가는 다양한 미술재료와 기법을 사용하고 다양한 선, 모양, 색, 명암 등을 통해 자신만의 고유한 이미지를 창안하며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러므로 그림책의 글작가와 그림작가는 모두 문화적 예술가이다.
(P.172)

 

 

  현재 그림책들은 작가들이 선택한 다양한 매체로 더욱 풍부한 그림 효과를 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바라보는 많은 성인들은 어떤 매체로 그려진 그림책이 어린이들에게 가장 적절한지를 궁금해한다. 하지만 어린이들에게 가장 적절한 매체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독자들이 그림책을 감상할 때 작가들이 사용한 매체에 관심을 갖는다면, 그림책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을 갖게 되며 색다른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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