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전여옥
전여옥 / 현문미디어 / 288쪽
(2015. 02.20.)

 


  파올로 코엘료의 작품 '11분'에 보면 재밌는 이야기가 나온다. "술집에서 일하는 것과 다른 직업의 차이점? 다른 직업은 일해본 경험과 햇수가 많을수록 급여가 올라가지만 술집 아가씨의 일은 그 반대라고, 화류계에 나온 경험이 전무할 때 그 값이 최고라고"말이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나 한국 정치판도 비슷하다. 원대한 꿈을 안고 정당에 들어왔다. 지난 한 세월 온갖 산전수전을 겪으며 정권쟁취를 위해 바친 이른바 간단치 않은 부상 당한 정치인은 상이용사 대접도 받기 어렵다. 대신에 비정치적인 분야에서 '정치의 때를 묻히지 않은', 포장이 채 뜯어지지 않은 '참신한' 사람들은 '인재 영입'이라는 구매 조건 아래 정치권에서 삼고초려니 사고초려를 하며 여야 불문하고 모셔오기에 정신이 없다.
(P.13)

 

  

  박근혜 후보. 내가 당에 들어와 지난 3년 동안 지켜봐 았다. 가까이서 2년을 지겨보았다. 그래서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대통령감은 아니라는 것을, 나라를 위해서 그녀가 과연 대통령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나의 답은 이미 정해졌다.

(P.115)

 

 

  난 박근혜 의원이 잘 되기를 바랐다. 정권 교체를 위해 서로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러나 나와 박근혜 의원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나는 '정권 교체'만 되면 OK였으나 그녀는 그 이상을 원했다. 그녀는 대통령이 되고 싶어했다. 나는 그런 속내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솔직히 '설마?'했다. 마치 회사에 들어오면 다 목표가 '사장'이고 언론사 기자가 되면 '편집국장'이 목표이듯, 뭐 정치인이니까 대통령이 되고 싶겠지 라고 정치 초짜인 나는 얼추 짐작을 했다.
  그러나 그 이상이었다. 박근혜의 권력의지는 대단했다. 나는 그녀를 관찰하면서 아- 저렇게 까지 대통령이 되고 싶을까 싶었다. 그러면서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에게 있어서는 권력이란 매우 자연스럽고 몸에 맞는 맞춤옷 같은 것이라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그녀에는 생활 필수품이라는 것을 말이다.
  박근혜에게 한나라당은 '나의 당'이었다. 대한민국은 우리 아버지가 만는 '나의 나라'이었다. 이 나라 국민은 아버지가 궁휼히 여긴 '나의 국민'이었다. 물론 청와대는 '나의 집'이었다. 그리고 대통령은 바로 '가업', 즉 '마이 패밀리스 잡'이었다.
(P.118)

 

 

  정치는 말과 글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인식 세계는 그가 구사하는 언어의 영역을 넘지 못한다. 인간이 동물과 차별되는 가장 큰 것은 바로 언어이다. 그리고 우리가 배우는 학습 과정은 크게 보면 언어의 폭과 깊이를 풍유롭게 하는것이다. 박근혜는 늘 짧게 답한다. "대전은요?", "참 나쁜 대통령", "오만의 극치"...... 그런데 이런 단언은 간단명료하지만 그 이상이 없다.
  생각하는 대로 말하는 대통령에 식상했던 국민들은 한때 신선하고 신뢰할 만 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국민의 오해(?)가 이제 걷힐 때가 되었다. 국민들은 처음에는 무슨 심오한 뜻이 있겠거니 했다. 뭔가 깊은 내용과 엄청난 상징적 비유를 기대했다. 그런데 거기에서 그쳤다. 어찌 보면 말 배우는 어린아이들이 흔히 쓰는 '베이지 토크'와 다른 점이 없어 보인다.
  지도자가 소통하려면, 이 나라를 제대로 끌고 가려면 때로는 국민과 완전히 반대 방향에서 설득해야 될 때도 있다. 그러나 그녀가 과연 설득할 수 있을까? "김정은은 참 나쁜 애"라고 해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이제는 자신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 "오만의 극치"를 되출이할 일도 아니지 않은가?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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