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하)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 이대우 / 열린책들 / 736쪽
(2015. 02. 20.)
이 작품은 도스토예프스키가 2부작으로 계획한 작품 중의 첫번째 편만이 씌여진 미완성 작품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이작품을 쓰고 바로 다음해 토스토예프스키가 세상을 떴기때문이다.
만약 도스토예프스키가 2부작을 완성했다면 얼마나 위대한 작품이 되었을까 상상을 해본다..
아마 너무 길어서 내가 읽기에는 더욱더 부담스러워졌을지도 모르지만... (대략 3,000페이지 정도 되지않았을까??)
한편으로 작품이 어떤 식으로 전개가 되었을지 궁금증이 앞서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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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여자한테는 절대 잘못해다고 비는 것이 아니란다! 어떤 잘못을 했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여자란, 얘야, 정말 알 수 없는 존재야. 여자들에 대해 난 최소한은 알고 있거든! 어디,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자기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빌어 보렴. 그랬다가는 당장 욕만 바가지로 얻어먹게 될 테니! 솔직하고 순수하게 용서해 주는 일은 결코 없을 거야. 오히려 널 만신창이가 되도록 멸시하고 또 있지도 않을 일을 상상하고 온갖 것을 따지고 들면서 옛날 일은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해 내서는 자기 넑수리까지 덧붙여 늘어놓은 다음에야 겨우 용서해 줄 거야.
얘야, 솔직히 말해 두지만 아무리 훌륭한 남자라고 해도 결국은 여자의 구둣발에 짓눌리게 마련인 거야. 그게 내 신념이야. 아니, 신념이 아니라 느낌이라고 해야겠지. 남자는 관대해야 하는 법이야. 그렇다고 해서 수치스러운 일은 아니니까. 카이사르라고 해도 수치스러운 일은 아니지! 그러니 무슨 일이 있어도 용서를 빌어선 안돼. 절대로 안 돼. 이 철칙을 잘 기억해 두렴.
(P.1037)
"배심원 여러분!" 검사가 말문을 열었다. "이 사건은 러시아 각지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얼른 보기에 이 사건은 그리 대수로울 것도 없으며, 그리 겁낼 것도 없지 않겠느냐는 의혹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그런 충동은 우리들에게 강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이런 사건에 만성이 된 인간들이지 않습니까! 이처럼 우리들을 공포에 빠뜨리는 것은 이런 암담한 사건에도 오히려 그다지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느 한 개인의 범죄에 놀라기보다는 우리들의 이 만성화된 사고에 더 두려움을 가져야 합니다. 이런 사건에 대한, 즉 알수 없는 우리의 미래를 우리에게 예견하는 이 시대의 상징 같은 사건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과 미온적인 태도는 대체 무엇 때문이겠습니까? 그것은 우리들의 냉소적인 태도 때문이 아닐까요? 아니면, 아직 장년기에 있으면서도 이미 노쇠한 대중의 이성과 상상의 쇠퇴 때문은 아닐까요? 그것도 아니면, 우리나라 도덕성의 기초가 흔들리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우리 국민이 도덕성이라는 것을 전혀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일까요? 나 자신도 감히 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의문은 실로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수반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시민들은 이 의문으로 인해 괴로워하지 않을 수 없고, 또 마땅히 괴로워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본인은 생각합니다.
(P.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