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 이대우 / 열린책들 / 704쪽
(2015. 02. 13.)

 


줄거리는 완전히 요즘 TV에 나오는 원조 막장 드라마이다.
가정과 자식을 돌보지 않는 아버지
아버지를 닮아 난봉꾼인 큰형, 공부를 잘하고 잘생기고 자신만을 챙기는 둘째형, 착하고 항상 가족을 걱정하는 막내아들
역시나 큰형의 엄마와 둘째,세째의 엄마는 배다른 엄마이고...
큰형과 아버지가 같은 여자를 좋아하고 큰형의 약혼자를 작은형이 좋아하고....

하지만 막장드라마와 다른 그 무엇인가가 있다
그냥 못된 놈들이 설치는 판들 구경하는 판을 치는 드라마가 아닌
막장 인물들의 마음 속 깊은곳을 들여다 보는듯한 세밀한 심리의 묘사 속에서
우리는 인간의 내면의 가장 깊은 바닥속에 있는 그 무언가들을 살펴볼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또한, 가장 극단적으로 양끝에 위치하고 있는 두 인물의 죽음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는 조시마 장로의 죽음과 모든 이로부터 비난의 표적이되고 있는는 표도로 빠블로비치 까라마조프의 죽음!
과연 이 둘의 죽음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들 속에서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를 느낄수 있으며,

그 죽음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들 속에서 어떤 것들 느낄 수 있는지


========================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요한의 복음서 12장 24절)
(P.19)

 


  나의 주인공 알렉세이 표도로비치 까라마조프의 일대기를 집필하면서 나는 일련의 의혹에 빠져 있다. 다시 말해서 내가 알렉세이 표도로비치를 나의 주인공이라 부르긴 하지만 그가 결코 위대한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 자신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알렉세이 표도로비치를 당신의 주인공으로 선택하게 만든 남다른 점은 무엇인가? 대체 그는 무슨 일을 했던가? 그는 누구에게 어떤 점으로 인해 알려져 있단 말인가? 독자인 내가 그의 생애의 행적들은 연구하는 데 왜 시간을 낭비해야 하는가?>하는 따위의 필연적인 의문들을 예견하고 있다.
  이 결정적인 마지막 의문에 대해 나는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 뿐이다. <아마도 당신은 소설 속에서 스스로 찾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소설을 끝까지 읽고도 나의 알렉세이 표도로비치가 뛰어난 인물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거나 그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어쩔 것인가? 애통한 일이지만 나는 그와 같은 상황을 짐작하고 있기 때문이 이렇게 이야기하리라. 그는 내게는 특별한 사람이지만, 독자에게 그것을 성공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나 스스로도 심각한 회의에 빠져 있다고.
(P.21)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가 이상한 사람이며 또한 괴짜라는 점이다. 그러나 이상하고 괴팍스러운 성격은 타인의 주목을 받기보다는 피해를 입기 마련이다. 특히 모든 사람들이 전반적인 혼돈 속에서 특수성들을 통일시키면서 어떤 보편적 의의를 발견하려고 노력하는 시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괴짜란 대부분의 경우에 특수하고 고립된 존재이다. 그렇지 않은가? 
(P.22)

 

 


  자신을 속이고 자신의 거짓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자신의 내면이나 주변에 있는 진실을 감지하지 못하며, 반드시 자신이나 타인을 존경하지 않게 됩니다. 아무도 존경하지 않으며 사랑을 멈추게 되면 마음을 달래고 위안을 찾기 위해 애정이 결핍된 상태에서 욕망과 색정을 몰두하여 자신들의 결점이기도 한 야수성을 드러내게 됩니다. 이 모두가 타인들과 자신에게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는 데서 비롯되지요.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누구보다도 더 모욕감을 잘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은 누가 그를 모욕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그런 모욕을 생각해 낸 다음 그것을 채색하려고 거짓말을 하고 그림을 완성시키기 위해 과장을 하고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며 콩알만 한 것도 산처럼 부풀리지요.
(P.87)

 

 


  아름다움이란 무시무시할 정도로 끔찍한 것이란다! 무서운 것이지, 아름다움은 규정되지 않은 것이고 결코 규정할 수도 없는 것이며 신이 던진 유일한 수수께끼이니까. 거기에는 양극단이 맞물려서 온갖 모순이 공존하고 있단 말이야. 이성의 눈에는 치욕으로 보이는 것도 마음의 눈에는 끊임없이 아름다움으로 보이니까. 아름다움이란 무시무시한 것일 뿐 아니라 비밀스러운 것이란 사실은 정말 끔찍스러워. 거기에서는 악마가 신과 싸움을 벌이고 있고 그 싸움터는 다음 아닌 인간들의 마음이지.
(P.197)

 

 


  <형, 정말로 인간은 누구나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 중 누구는 살 가치가 있고 누구는 그럴 가치가 없다고 결정할 권리를 가질 수 있는 걸까요?>
  <그런 가치 판단의 문제를 어째서 불쑥 꺼내는 거냐? 그 문제는 그런 가치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라 훨씬 더 자연스러운 다른 이유로 인해 흔히 사람들의 마음속에 결정되는 거란다. 그러나 권리에 대해 말하자면 무엇이든 희망할 권리를 갖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니?>
(P.259)

 

 


  지금 나는 나 자신의 앞날을 위해 한 푼 한 푼 모아 두고 있단다ㅏ. 알렉세이 표도로비치, 너도 알다시피 그건 내가 끝까지 나의 추악한 세계에 살고 싶기 때문이란다. 그 점은 너도 알 거다. 추악한 세계가 더 달콤하더든. 모두 그 세계를 비난하지만 모두 그 세계에 살고 있고, 남들은 몰래 그 짓을 하지만 난 드러내 놓고 하고 있을 뿐이란다. 그런 나의 정직한 태도를 빌미로 그 추잡한 놈들은 내게 달려들고 있지. 너도 알다시피 행여 저 세상에 너의 천국이 존재한다고 해도 점잖은 사람이 거기에 간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아. 아무것도 없는 거야. 만일 원한다면 내 명복을 빌어 주되, 그렇지 않으면 제기랄, 제멋대로 되라지. 이게 내 철학이란다.
(P.308)

 

 


  18세기에 어느 늙은 파계자가 살았는데 그는 이렇게 말했지. 만일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고안해 내야만 할 거다. 그리고 보면 사실 인간이 신을 고안해 낸 거지. 그런데 기묘하고 놀라운 것은 신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놀라운 것은 말이다. 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그런 생각이 인간처럼 야만스럽고 사악한 동물의 머리에서 떠올랐다는 거야. 그런 생각은 그만큼 성스럽고 감동적이며 현명한 것인 동시에 그만큼 인간에게 명예를 안겨 주기도 하지.
(P.417)

 

 


  신에 대한 문제, 다시 말해서 신은 조재하는 아닌가 하는 문제는 더 더욱 그렇고. 그런 문제들은 3차원의 개념만으로 창조된 지성으로는 전혀 해결할 수 없는 거야. 그래서 나는 기꺼이 신을 인정할 뿐 아니라, 게다가 우리들이 도저히 간파할 수 없는 신의 지혜와 목적까지도 인정하며, 인생의 질서와 의미를 믿고 또 우리들을 하나로 합치게 할 듯한 영원한 조화를 믿기도 하며, 전 우주가 지향하고 <하느님과 함께 있었고 또 그 자체가 신이기도 한 그 말씀 등등을 믿으며 종국에 가서는 무한성을 믿는 거지.
(P.418)

 

 


  "나는 악마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필경 인간이 창조해 낸 것이라면, 자신의 모습과 흡사하게 창조해 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
(P.425)

 

 


  "내가 어제 이마를 땅에 대고 절했던 큰 형 말이다."
  "큰형은 어제 만났을 뿐, 오늘은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알료샤가 말했다.
  "어서 찾아봐라, 내일 다시 나가서 급히 찾아내. 만사를 제쳐 놓고라도 말이다. 어쩌면 아직은 끔찍한 일을 사전에 예방할 수도 있을 테니까. 어제 난 앞으로 그에게 닥칠 위대한 고난을 향해 절했던 것이란다."
  "그 말씀은 너무 모호해서...... 어떤 고난이 형님 앞에 놓여 있다는 말씀이신지요?"
  "궁금해 할 것 없다. 어제 내게 끔찍한 생각이 들었거든...... 어제 네 형의 눈길은 자신의 운명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어. 네 형은 그런 눈길을 보내고 있었지...... 그 사람이 자기 자신에 대해 준비하고 있는 일 때문에 내 가슴은 순간적으로 얼마나 공포에 떨었는지 몰라. 사람의 얼굴에서 그런 표정을발견한 것은 내 평생 한두 번에 불과해...... 그런 부류의 사람들의 운명 전체가 그대로 나타나 있는 듯했고, 안타깝게도 그 같은 운명이 그대로 실현되었어. 내가 너를 너희 형한테 보냈던 것은 알렉세이, 형제로서의 너의 얼굴이 그를 도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만사는 하느님의 뜻에 달려 있는 것이고 또 우리 모두의 운명도 마찬가지겠지.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라는 말씀이 있잖니. 이 말씀을 꼭 기억해 두거라. 그런데 알렉세이, 나는 평생 너와 같은 얼굴을 가진 사람들을 수없이 축복해 왔으니, 이 사실을 잊지 말아라."
(P.504)

 

 


  "난 네가 이 담장 밖으로 나가더라도 속세에서 역시 수도사처럼 살아갈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많은 반대자들이 있을 테지만 그 원수들조차 너를 사랑하게 될 거야. 인생이 너에게 많은 불행을 안겨 주겠지만 그로 인해 행복해질 것이고 인생을 축복할 것이며 결국 다른 사람들의인생도 축복하게 될 테니, 그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이지. 너는 바로 그런 사람이란다."
(505)

 

 


  질투심! <오셀로는 질투심이 강한 것이 아니라, 남을 잘 믿었던 것이다>라고 뿌쉬낀은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통찰 하나만 보더라도 위대한 시인의 심오하고 비범한 지혜는 입증되는 것이다. 오셀로의 영혼이 처참하게 무너지고 또 모든 인생관이 흐려진 것은 그의이상이 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셀로라면 숨어서 염탐을 하거나 남몰래 엿보는 짓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남의 말을 잘 믿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변심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서라면 그는 스스로 실토하도록 유도하거나 상처를 주거나 갖은 노력을 다 기울여서라도 한바탕 대결했을 것이다. 진정으로 질투심이 강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법이다. 질투심이 강한 사람 대부분은 비열하고 추악한 영혼의 소유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고상한 심성과 순수한 애정, 희생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탁자 밑에 숨어서 비열한 사람들을 매수하고 염탐하거나 남몰래 엿듣는 그런 추악한 짓을 저지를 수도 있는 것이다.
(P.67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