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와타나베 이타루 / 정문주 / 더숲 / 235쪽
(2014. 09. 03.)

 

 


  '혁명은 변두리에서 시작된다.'
   마르크스의 사상을 현실세계에 실현하려 한 인물, 레닌의 말이다. 그리고 지금 마르크스의 사상을 바탕으로 한 혁명이 일본 변방에서 일어나려 하고 있다. 오카야마 현 북쪽의 가쓰야마라는 작은 마을. 이름조차 생소한 변방에서 소리 없이 일어나고 있는 혁명에 나는 '부패하는 경제'라는 이름을 붙였다.
(P.5)

 

 

  비참한 사회 상황을 향한 슬품과 분노야말로 마르크스가 생애를 걸고 <자본론>을 쓴 동기였을 것이다. 그로부터 150년이 지나 사회는 확실히 편리해지고 물자가 넘치게 되었다. 그래도 노동자와 서민들에게 강요되는 가혹한 환경은 무엇 하나 변하지 않았다.
  어째서 우리는 이렇게까지 일을 해야만 하는가? 각자의 머리로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P.43)

 

 

  노동자를 오래 일하게 하는 것처럼 자본가가 많은 이윤을 손쉽게 얻는 방법은 없다. 노동시간을 길게 해서 이윤을 느리는 방법은 자본가의 상투적인 수법이다.
  내가 빵집에서 죽어라 일만 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나의 노동력을 산 빵집 사장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윤을 얻으려고 노동시간을 철저하게 늘린 결과였던 것이다.
(P.50)

 

 

  그렇다면 애당초 어째서 노동력이 상품이 된 것일까?
  마르크스는 노동력이 상품이 되려면 두가지 중요한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나는 노동자가 '자유로운' 신분일 것, 즉 노예처럼 누군가에게 지배당하면서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비로소 자신의 노동력을 타인에게 팔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하나는 노동자가 '생산수단'을 가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생산수단이란 기계나 원재료등 상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노동력 이외의 것들을 가리칸다. 노동자가 자기 소유의 생산수단을 가지고 있으면 스스로 상품을 만들어 팔 수 있다. 그것을 소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력을 팔 수밖에 없고, 그래서 사용 당하는 것이다. 
(P.51)

 

 

  '시간 도둑'이라는 캐릭터로 유명한 <모모>를 쓴 판타지 작가 미하엘엔데는 나에게 '부패하지 않는 돈'이라는 생각을 가르쳐준 장본인이나 다름없다.대학 시절 읽었던 <엔데의 유언 - 모모의 작가 엔데, 삶의 근원에서 돈을 묻는다>(키와무라 아츠노리, 갈라파고스 역간)라는 책이 계기기 돠었으니 말이다.
(P.81)

 

 

  자본주의는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부패하지 않는' 돈이 자본주의의 모순을 낳는 주범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돈과 경제를 '부패하게' 만들어버리면 어떨까? 이것이야말로 발효의 힘을 빌려 발효와 부패 사이에서 빵을 만드는 나에게 딱 맞아떨어지는 발상이었다.
(P.83)

 

 

  봉건제도부터 공산주의까지 인류가 지금껏 만든 사회 시스템 중에 현재 자본주의가 가장 제대로 된 시스템이다. 마르크스가 말한 대로 자본주의가 중대한 결함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좋은 점도 많다.
(P.171)


 

  마르크스는 이렇게 말했다. "자본주의 경제의 모순은 생산수단을 가지지 못한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력을 팔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발생한다." 그래서 마르크스는 노동자가 모두 생산수단을 공유하는 공산주의(사회주의)를 지향한 것이다. 그런데 미안한 말이지만 그 방법이 잘 돌아갈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이 시대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의 생산수단을 가지는 길이 효과적인 해결책일 될 거라고 본다.
  그 의미를 잘 표현한 것이 '소상인'이라는 단어다.
(P.185)



  개성이라는 것은 억지로 만든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상품을 만드는 사람이 진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원래 가진 인간성의 차이가 기술과 감성의 차이, 발상의 차이로 이어질 때 나타나는 것이며, 필연적인 결과로서 드러나는 것이다.
(P.210)


  마르크스도 근무시간(노동일)을 줄여야 자본주의의 미래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고 했다. 요컨대 자본주의가 사람에게 너무 많은 일을 시킨다는 것이다. 경제가 발전해 생산력이 높아지면 하루 십 수 시간씩 일하지 않아도 사회와 생활이 굴러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P.223)



  매일 돈을 쓰는 법을 바꿔보는 것도 경제를 부패하게 하는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부패하지 않는 돈도 쓰기에 따라서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돈에는 미래를 선택하는 투표권으로서의 힘이 있다. 몇 년에 한 번 있는 선거의 한 표보다 매일 쓰는 돈이 현실을 움직이는 데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믿을 수 있는 물건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정당하게 비싼 값을 지불하는 것이다. 이윤을 남기려는 사람들이 아니라 환경을 조성하고 흙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돈을 쓰는 방법이다.
  돈을 쓰는 방식이야말로 사회를 만든다.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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