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 메디치미디어 / 328쪽
(2014. 07. 25.)

 

 


  글에 관한 대통령들의 욕심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어떻게 쓰느냐와, '무엇을 쓰느냐'의 차이다. 어떻게 쓰느냐, 다시 말해 어떻게 하면 멋있게, 있어 보이게 쓸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는 것은 부질없는 욕심이다. 그러나 무엇을 쓰느냐에 대한 고민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글의 중심은 내용이다. 대통령의 욕심은 바로 무엇을 쓸 것인가의 고민이다. 그것이 곧 국민에게 밝히는 자신의 생각이고,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쓰기에 자신이 없다고 하는 사람 대부분은 전자를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명문을 쓸까 하는 고민인 것이다. 이런 고민은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부담감만 키울 뿐이다.
(P.16)

 

 

  김대중 대통령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의견(생각)이 있는 사람이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의견이 없는 사람이다."고 할 정도로 생각을 중시했다. 생각과 관련한 세 가지의 '세 번 원칙'도 있었다.
  첫째, 이 일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지 생각한다.
  둘째, 나쁜 점은 무엇인지 생각한다.
  셋째,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 것인지 생각한다.
(P.26)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은 글을 잘 쓰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특히 자신이 써야 할 글이 정해지면 그 글의 주제에 관해 당분가은 흠뻑 빠져 있어야 한다. 이처럼 빠져있는 기간이 길수록 좋은 글이 나올 확률이 높다.
(P.28)

 

 

  와인이 부드럽고 깊은 맛을 내기 위해서는 숙성 기간이 필요하듯이, 글도 생각의 숙성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니 단박에 써 내려가지 못하는 것에 대해 조바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생각이 안 나면 머리 어디쯤엔가 잠시 내버려둬도 좋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다. 언제일지 모르고, 어느 장소일지 모른다. 혼자 걷다가, 혹은 누군가와 대화하다가, 또는 화장실에서 떠오를 수도 있다. 바로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붙잡으면 된다.
(P.28)

 

 

  독서는 세 가지를 준다. 지식과 영감과 정사다. 책을 읽고 얻는 생각이다. 그중에 글 쓰는 데는 영감이 가장 중요하다.
  독서와 글ㅆ기는 뗄겨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책을 읽지 않으면 생각할 수 없고, 생각하지 않으면 글을 쓸 수 없다. 따라서 독서 없이 글을 잘 쓸 수 없으며, 글을 잘 쓰는 사람치고 책을 멀리하는 사람은 없다.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이 그랬다.
(P.46)

 

 

  정약용, 아인슈타인, 링컨, 에디슨, 김대중 노무현, 이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메모의 달인이라는 것이다.
(P.57)
 
  "생각의 길이와 글의 길이를 서로 같게 한다는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생각을 충분히 드러내기에 말이 부족하면 글이 모호해지고, 생각은 없이 말만 길게 늘어뜨리면 글이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오락가락하지 않으려면 세 가지가 명료해야 한다. 첫째는 주제다.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나는 이 글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가, 둘째, 뼈대다. 글의 구조가 분명하게 서 있어야 한다. 셋째, 문장이다. 서술된 하나하나의 문장이 군더더기 없이 명료해야 한다.
(P.69)

 

 

  짧은 말은 긴 말보다 결코 쉽지 않다. 짧은 말 속에 모든 것을 얘기해야 하고, 또한 핵심을 찔러야 하기 때문이다. 조선 후기 명문장가 이덕무 선생은 이를 이렇게 얘기했다. "간략하되 뼈가 드러나지 않아야 하고, 상세하되 살찌지 않아야 한다." 
(P.160)

 

 

  "상대방이 내 말을 쉽게 이해할 것이라고 착각하지 않는 것으로부터 글쓰기는 시작되어야 한다. 그러니 무조건 알아듣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 것이 좋다."
  김 대통령의 충고다. 그의 '대통령 수칙' 7번이 '국민이 이해를 못 할 때는 설명 방식을 제고하자'다. 상대가 내 말을 못 알아들을 때는 그를 탓하지 말고, 내 표현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어렵게 말한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첫째, 당연히 쉬운 말로 써야 한다. 둘째, 명확하게 짚어줘야 한다. 셋째, 사례를 들고 비유를 한다. 넷째, 반복해줘야 한다.
(P.172)

 

 

  요즘을 한 줄로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는 게 좋은 글이다. 필자의 생각과 독자의 생각이 같아야 좋은 글이다. 열이면 열 사람 모두 같은 내용으로 요점 정리를 한다면 만점이다.
(P.182)

 

 

  글 잘 쓰기는 잘 듣기로부터 시작하는 게 맞다. 스스로 중심만 잡을 수 있으면 많이 들을수록 좋다. 잘 들어야 말을 잘 할 수 있고, 말을 잘해야 잘 쓸 수 있다.
(P.216)

 

 

  글만 잘 쓰는 사람, 생각만 많은 사람들은 많았다. 하지만 생각도 있으면서 그것을 글로 옮길 수 있고, 그 글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글이 글로 끝나서는 의마가 없다고 생각한다.글은 실천과 함께 가야 한다. 나는 그게 가능한, 흔치 않은 두 분과 만났다. 정말 분에 넘치는 영광이었다.
(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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