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만리(2)
조정래 / 해냄 / 408쪽
(2014. 07. 19.)
평가란 그 사람이 처한 상황과 입장이라는 두 개의 안경알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서양사람들의 중국 평가를 유심히 읽어보면 바로 그 두 가지 덫에 걸려 있고는 해요. 그래서 너무 일방적이기도 하고 너무 편파적이기도 하고 그래요. 그래서 객관성을 잃고 지나치게 부정적 평가를 내리게 되고, 따라서 예상이나 전망도 거의 다 빗나가고 말아요.
(P.54)
중국이라는 나라는 여자들에게는 천국일지 모르지만 남자들에게는 지옥인 게 분명했다. 예의범절을 숭상함과 함께 남자의 존엄을 수천 년 동안 떠받들어온 나라에서 남자들의 꼴이 그렇게 참혹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바람이 불어야 나무가 흔들리고, 북을 쳐야 소리가 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니 그 문제에도 확실한 까닭이 없을 리 없었다. 남녀의 위치를 일순간에 뒤집어엎는 것은 신중국을 탄생시킨 태양으로 떠받들어지는 인물, 마오쩌둥이었다. 마오의 3대 명언 중의 두 번째인 '하늘의 잘반은 여자'라고 여성 해방을 선언한 이후 여자들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또 한 번의 계기가 찾아왔다. 대약진운동과 함께 마오의 2대 실책으로 꼽히는 문화대혁명이었다. 그때 마오는 문화대혁명을 추진하는 전권을 아내인 장칭(강청)에게 주었던 것이다. 그 10년 동안 중국 대륙은 완전 무법천지 난장판이 되는 속에서 여자들의 극성이 만발하는 시대가 되었다. 홍위병들의 난동으로 무수한 문화재들이 파괴되는 가운데 수천 년 동안 내려온 남존여비 사상도 갈가리 찢겨져 나갔던 것이다.
(P.104)
칭다오 맥주는 중국을 대표하는 10대 브랜즈 중의 하나였다. 술로, 그것도 중국 고유의 술 마오타이나 우량예가 아니라 서양의 술인 맥주로 서양에 수출해서 G2의 경제대국 중국을 대표하는 10대 브랜드에 들었다는 것은 좀 이상스런 일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 이유는 그 맥주의 탄생 역사에 담겨 있었다. 칭다오 맥주는 맥주의 나라 독일에서 칭다오를 조차지로 삼으면서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홍콩에서 시작해서 중국의 동부 연안을 따라 칭다오에 이르는 항구도시들을 조차지로 장악하게 된 서양 여러 나라 사람들을 고객으로 겨냥한 것이었다. 그때 그 고유의 맛을 오늘의 칭다오 맥주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P.172)
한국에 흠뻑 빠져 있으면서도 중국사람들은 한편으로 한국사람들을 삐닥하게 생각했다. 손바닥만한 나라 것들이 좀 먹고살게 됐다고 건방을 떤다. 기술 좀 있다고 너무 거만하다. 이런 비난을 하고는 했다.
그리고 세월이 더 흘러 중국이 G2가 되면서 중국사람들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한국, 뭐 볼 거 있어? 조그만 나라가 힘써봤자지. 여전히 드라마는 좋아하고, 한국 배우들이 하나 같이 잘생겼다고 부러워하면서도 그런 부정적인 이중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P.270)
"저 중국 국기 말이다. 저 별 다섯 개는 무슨 뜻이니?"
"네 개의 별 중에서 위에서부터 노동자 계급, 농민 계급, 소자산가 계급, 그리고 맨 끝이 민족자산가 계급을 의미해요. 그리고 따로 떨어져 있는 가장 큰 왕별은 중국 공산당이구요."
(P.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