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볼테르 / 이봉지 / 열린책들 / 220쪽
(2014. 07. 13.)

 

 

ㅁ 볼테르
  18세기 계몽주의를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시인, 극작가, 비평가, 역사가인 다재다능한 작가 볼테르, 본명은 프랑수아 마리아루에다. 1694년 프랑스 파리의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1717년 루이 15세의 섭정 오를레앙 공의 추문을 풍자시로 써 투옥된 뒤, 옥중에서 첫 비극 <오이디푸스>를 완성하였는데 이때 처음 <볼테르>라는 필명을 사용했다.
  볼테르는 자신의 철학을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고 <철학적 콩트>라는 분야를 창조했는데, 그 대표작이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이다. 콩트 형식을 빌려 우회적으로 사회를 비판하는 이 작품에는 볼테르 특유의 아이러니가 잘 드러나 있다. 또한 볼테르의 <고백록>이라고 불릴 정도로, 작품 곳곳에 볼테르의 개인적 체험이 녹아 있기도 하다.

 

 

  "인간의 원래의 본성을 좀 잃어버리고 타락한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원래 태어날 때는 늑대가 아니었지만, 늑대처럼 되어 버렸거든요. 신은 인간에게 대포도 총검도 주지 않았지만, 인간은 서로 죽이려고 그것들을 만들었습니다. 파산과 법도 마찬가지예요. 파산을 하고 달아나면 법은 그자의 재산을 압류해요. 그래서 채권자들은 결국 빚을 받지 못하게 되지요."
  "그건 모두 필수 불가결한 것입니다. 개인적 불행은 공공의 이익이 되거든요. 그러니까 개인적 불행이 많으면 많을수록 모든 것이 더 좋습니다."
(P. 28)

 

 

  나는 가난과 치욕 속에서 늙어 갔어요. 골백번 죽으려고 했어요. 하지만 나는 아직 삶을 사랑해요. 이 어리석은 나약함이 아마도 우리 인간이 가진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 아닐까요? 등에 진 무거운 짐을 땅에 내동댕이치고 싶어 하면서도 여전히 그대로 지고 있으려는 사람보다 더 이리석은 사람이 있을까요? 삶을 혐오하면서도 그것에 집착하다니! 무서운 뱀을 품에 안고 있다니! 우리 몸을 파먹는 줄 뻔히 알면서도, 결국 그것이 우리 심장을 파먹을 때까지 내버려 두다니! 이런 바보가 또 어디 있을까요?
(P. 66)

 

 

  "선생, 당신은 물론 자연적인 면이나 도덕적인 면에 있어 이 세상이 최선이며 다른 세상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시겠죠?"
  "아니,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자기 위치를 모르고 책임도 모르며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항상 무례한 언쟁만 일삼고 있습니다. 물론 저녁 식사 시간은 예외입니다. 그 시간만큼은 제법 즐겁고 단합된 것처럼 보이니까요. 어쨌든 이 시간을 제외하면 항상 싸움질이요. 얀센파는 몰리나파와 다투고 고등 법원은 교회와 다투고, 문인은 문인끼리 조정의 고관은 고관끼리 은행가들은 서민들과 아내들은 남편들과 친척은 친적들끼지 다투죠. 한마디로 영원한 전쟁이에요"
  캉디드는 그의 말을 반박했다.
  "나는 그보다 더한 것도 보았어요. 그렇지만 불행하게도 교수형을 당한 어떤 지혜로운 분이 제게 가르쳐 주시기를 모든 것이 최선이라고 하셨어요. 그런 나쁜 것들은 좋은 그림에 있는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이요."
  그러자 마르틴이 말을 받았다.
  "교수형당한 그분은 세상을 조롱한 겁니다. 그 그림자라는 게 실제로는 끔찍한 얼룩이랍니다."
(P. 135)

 

 

  캉디드는 멋진 장정을 한 호메로스의 저서를 보고 주인의 높은 취향을 찬양했다.
  "이게 바로 독일 최고의 철학자 팡글로스 박사가 그렇게도 좋아하던 책입니다."
  그러자 포코쿠란테가 쌀쌀맞게 말했다.
  "나는 그 책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모두들 그 책이 재미있다고 해서 나도 예전에는 그런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것이 너무도 지루했습니다. 전투 장면은 다 비슷비슷하고 게다가 그런 장면이 끊임없이 반복됩니다. 여러 신들이 계속 개입을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결정적 역할도 못하지요. 헬레네는 전쟁의 원인이기는 하지만 작품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지요. 게다가 모두들 계속 트로이를 포위 공격하지만 함락시키지도 못하지요. 나는 학자들에게 그들도 나처럼 이 책이 지루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진실한 사람들은 모두 내게 솔직하게 대답하더군요. 너무 지겨워 책을 덮을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고대의 걸작이니까 서재에는 꼭 갖춰 놓아야 한다고 말이지요. 내다 팔 수 없는 녹슨 메달 처럼 말입니다.
(P. 158)

 

 

  "아! 여기 키케로의 책이 있네요. 이 위대한 인물의 작품은 암만 읽어도 안 질리시지요?"
  "그 사람 책은 절대 안 앍어요. 그 사람이 라비리우스나 클루엔티우스를 위해 변호한 것이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요? 내가 판결해야 할 소송만 해도 너무 많아요. 그 사람의 철학책에는 좀 관심을 가졌어요. 하지만 그가 모든 것에 대해 회의한다는 것을 안 뒤로 그것도 그만 두었어요. 그것에 대해서는 나도 그 사람만큼은 알고 있거든요. 무지를 알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필요는 없는 거니까."
(P. 161)

 

 

  "어때요? 이 사람이 바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지요? 자기가 소유한 모든 것들 위에 있는 사람이니까 말이죠."
  캉디드의 물음에 마르틴이 대답했다.
  "자기가 소유한 모든 것에 진력나 있는데도 말입니까? 오래전에 플라톤은 음식물을 거부하는 위장은 좋은 위장이 아니라고 했어요."
  "그렇지만 모든 것을 비판하고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결함을 찾아내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 않겠어요?"
  "다시 말하면 즐거움을 갖지 않는 즐거움도 있다는 말인가요?"
  "아, 그렇다면 행복한 사람은 나밖에 없겠군요. 물론 퀴네공드 양을 다시 만난다면 말이지만."
  "희망이 있다는 것은 언제나 좋은 일이지요."
(P. 165)

 

 

  팡글로스는 때때로 캉디드에게 이렇게 말하고 했다.
  "최선의 세계에서는 모든 사건들이 연계되어 있네. 만일 자네가 퀴네공드 양을 사랑한 죄로 엉덩이를 발길로 차이면서 성에서 쫓겨나지 않았더라면, 또 종교 재판을 받지 않았더라면, 또 걸어서 아메리카 대륙을 누비지 않았더라면, 또 남작을 칼로 찌르지 않았더라면, 또 엘도라도에서 가지고 온 양들을 모두 잃지 않았더라면 자네는 여기서 설탕에 절인 레몬과 피스타치오를 먹지 못했을 것 아닌가."
  그럴 때마다 캉디드는 이렇게 대답했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우리의 밭을 갈아야 합니다."
(P. 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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