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둥이 톰 존스 이야기(1)
헨리 필딩 / 김일영  문학과지성사 / 651쪽
(2014. 05. 04.)

 

 

 

  진정한 예술은 훌륭하게 꾸민 자연이며
  종종 생각은 해보았겠지만, 그렇게 잘 표현된 적이 없었던 것이다.
(P. 29)

 

 

  시기심이란 몹시 사악한 감정이지만 경멸감과 합쳐질 때 훨씬 배가되는 법이오. 여기에다 자신이 시기하고 경멸하는 사람에게 빚까지 졌다는 생각이들면 그 사람의 마음속에는 감사가 아니라 분노의 감정이 생기게 마련이기 때문이오.
(P. 80)

 

 

  의심은 통풍과도 같은 것이오. 핏속에 잠복해 있는 한 그 발병을 막을 확실한 방법이 없는 통풍처럼, 이 의심이라는 병은 아주 사소하거나 전혀 의심받지 않을 상황에서도 종종 발병하기 때문이오.
(P. 90)

 

 

  결혼생활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없는 순간은 서로에 대해 무관심할때요. 사랑하는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는 대부분의 독자들이 알고 있겠지만, 미워하는 사람을 괴롭히는 것 또한 얼마나 만족스러운 일인지도 몇몇 독자들은 경험했을 것이오. 배우자가 그다지 혐오스러울 정도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결혼생활에서 얼마든지 누릴 수 있는 안락함을 굳이 포기하는 이유는, 바로 후자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하오. 종종 남편에게 애정 표현과 의심을 번갈아 하고, 자신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조차 포히가흔 것은 바로 남편이 즐거움을 누리는 걸 방해하거나 막기 위해서인 것이오. 그리고 남편은 아내의 이런 행위에 대한 보복으로, 자신을 미워하는 아내와 종종 억지로 같이 있는데, 이는 아내 역시 자신이 혐오하는 대상과 함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오. 끊임없는 불화와 갈등의 삶을 같이 영위한 남편의 유해를 보고 미망인이 눈물을 흘리는 이유는 더 이상 남편을 괴롭힐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인 것이오
(P. 118)

 

 

  배신을 일삼는 친구가 가장 위험한 적이듯, 종교나 미덕은 입담 좋은 탕아나 이교도보다 위선자로 인해 더욱 신망을 잃게 되는 법이오. 확대해서 말하자면, 이 두가지는 그 순수함을 유지할 경우엔 시민사회를 결속하는 가장 큰 축복일수도 있으나, 사기와 거짓 그리고 위선으로 더렵혀지고 타락하게 되면, 거대한 재앙의 씨가 되어 타인에게 가장 잔혹한 해학을 끼칠 수도 있는 것이오.
(P. 145)

 

 

  "진정한 아름다움에는 세속적인 사람들은 제대로 알아볼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있소" 따라서 아무리 먼지나 누더기로 그 무엇인가를 덮으려 해도 세속적이지 않은 사람에게는 감출 수 없는 법이오.
(P. 203)

 

 

  가까운 사람의 이익을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나서지만, 가까운 사람의 열정을 충족시키는 일에는 아주 냉담한 것이 사람들의 일반적인 모습이오. 가까운 사람의 열정을 충족시키는 데서 오는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이 그런 열정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오.
(P. 262)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이고 따라서 모든 사람이 겪어야 하는 운명이니, 죽음이 언제 자신에게 닥칠지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란다. 현자들이 인생을 한 뼘 길이에 비유했으니, 우리는 인생을 하루 동안에 비유할 수는 있겠지. 오늘 저녁에 인생을 하직하는 게 내 운명인 것 같구나. 나보다 좀더 일찍 세상에 하직한 사람은 한탄할 가치도 없는 단 몇 시간(오히려 힘들고 피곤하게 살아가야 할, 그리고 고통스럽고 슬픔에 잠겨 보내게 될 시간들이지) 덜 산 것뿐이란다.
(P. 290)

 

 

  나는 진실을 찾는 사람은 소위 "금을 찾는 사람"과 똑같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왔소. 진실을 찾으려는 사람과 금을 찾으려는 사람은 똑같은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이오. 즉 이 둘은 똑같이 불결한 곳을 찾고, 뒤지고, 조사하는데, 특히 진실을 찾으려는 사람은 그중에서도 가장 불결한 곳, 그러니까 인간의 "사악한 마음"을 뒤지기 때문이오.
(P. 325)

 

 

  정직하고 제대로 된 판단력을 갖춘 사람은 절대로 남을 성급하게 비난하지 않는 법이오. 그런 사람은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 대해 분노하지 않고, 단지 그 사람의 불완전한 면이나 그 사람이 저지른 악행 자체만을 비난할 뿐이오. 한마디로 말해, 인생이나 연극무대에서 시끄럽게 항의하고 소란 피우는 사람들은 똑같이 어리석고 유치하고 그리고 똑같이 무례하고 심술궃은 사람들인 것이오. 일층 관람석에 있는 가장 저급한 사람들이 "저급하다"고 소리치는 경향이 많듯이, 가장 나쁜 사람들이 "불량배" 또는 "악한"이라는 용어를 입에 가장 자주 올리는 법이기 때문이오.
(P. 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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