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슨 크루소
다니엘 디포 / 윤혜준 / 을유문화사 / 466쪽
(2014. 04. 19.)

 

 

 

  모든 인간들이 자신들의 현재 처지를 더 안 좋은 형편과 비교하면서 불평하는 생각을 품으면, 하늘은 다시 현재보다 더 좋지 않은 처지와 맞바꿔 주셔서 불평했던 예전의 삶이 얼마나 축복이었는지 뼈저리게 깨닫게 해주시니, 참으로 마땅한 처사이지 않은가?
(p. 55)

 

 

  이성이 수학의 실체이자 기원이기에 모든 것을 이성에 의거해 가늠하고 맞춰서 만사를 가장 이성적으로 판단한다면 누구건 온갖 물건의 제조법을 시간이 지나면 다 숙달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그때까지 살면서 한 번도 도구를 만져본 적이 없었으나 열심히 일하고, 응용을 하며 고안을 해본 끝에 마침내 내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듯, 특히 연장만 갖고 있다면 만들어 가질 수 있음을 깨달았다.
(p. 100)

 

 

  내 형편과 경험에 비춰서 내가 온당히 내린 결론인즉, 이 세상의 모든 유익한 것들은 오직 내가 사용할 수 있는 한도에서만 내게 유익한 것이며, 우리가 쌓아두는 것들은 사실 남들에게 주고 말 것이요, 우리는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만큼만 즐기는 것이지 그 이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내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한없이 많은 것들을 소유하고 있었으니 이 세상에서 제일 탐욕스런 구두쇠라고 해도 내 형편에 처해 있다면 탐욕의 해악에서 말끔히 벗어났을 것이다. 내 욕망은 싹틀 요지가 없었으니, 기껏해야 내가 갖고 있지 않은 것들, 그 자체는 별것 아니지만 나한테는 매우 요긴할 물건들이 좀 아쉬운 정도였다.
(p. 187)

 

 

  나는 인간들이 늘 보다 나은 처지와 비교함으로써 불평하는 볼멘소리를 하도록 자신을 부추기는 대신에, 그 어떤 삶의 조건에서건 그보다 더 열악한 처지와 비교하며 감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신세 한탄이 줄어들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p. 240)

 

 

  우리 인생의 길에서 우리가 열심히 피하고자 하며 거기에 빠지면 끔찍하기 이를 데 없는 나쁜 상황 그 자체가 흔히 우리를 구원해 내는 수단이자 통로가 되며, 오로지 그 길로만이 우리가 빠져든 고난에서부터 건져질 수 있는 경우가 참으로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나의 이 기묘한 삶의 여정에서 이러한 예는 여럿 들 수 있겠지만 이 섬에서의 나의 적막한 생활의 말년의 정황에서처럼 더 분명한 예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p.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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