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론
니콜로마키아벨리 저 / 강정인,김경희 공역 / 까치 / 267쪽
(2014. 2. 11.)

 

 

 

  군주의 총애를 구하는 이들은 그들이 가진 것들 중에서 가장 귀중한 것이나 군주가 가장 기뻐할 것을 가지고 군주에게 접근하려고 합니다. 따라서 군주는 말, 무기, 금박의 천, 보석 그리고 군주의 위엄에 적합한 장신구들을 종종 선물로 받곤 합니다. 저 또핝 전하에 대한 복종의 표시로 무엇인가를 드리고 싶었지만, 제가 가진 것 중에서 최근 일어난 사건들에 대한 지속적인 경험과 고대사에 대한 꾸준한 공부를 통해서 배운 위대한 인물들의 행위에 대한 지식만큼 소중하고 가치가 있는 것은 없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그러한 것들을 오랫동안 성심껏 성찰한 결과를 한 권의 작은 책자로 만들어 전하께 바치려고 합니다.
(p. 11)

 

 

  역사상 알려진 모든 군주국은 두 가지 방법 중 하나의 방법으로 통치되어왔다는 점을 상기할 필

요가 있습니다. 그 하나는 한 명의 군주가 그의 가신들, 곧 그의 은덕과 선임에 의해서 국정을 보좌하는 자들의 도움을 받아 통치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군주가 제호들과 더불어 통치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제후들은 군주의 은덕이 아니라 오래 귀족 가문의 세습적인 권리를 통해서 그 지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러한 제후는 자신의 영토와 신민들을 영유하고 있으며, 신민들은 그를 주인으로 인정하고 자연스럽게 그에게 충성합니다. 군주와 가신에 의해서 통치되는 국가에서 군주는 보다 큰 권위를 누리는데, 이는 전체 영토에 걸쳐서 군주 이외에는 주인으로 인정되는 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비록 신민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복종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그들이 단지 군주의 신하이거나 관리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오로지 군주에게만 특별한 충성을 바치는 것입니다.
(p. 33)

 

 

  자신의 역량으로 군주가 된 인물들은 권력을 얻는 데에 시련을 겪지만, 일단 권력을 쥐면 쉽게 유지합니다. 국가를 얻기 위해서 겪는 시련은 부분적으로 그들이 국가를 세우고, 권력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 도입해야만 하는 새로운 제도와 통치양식에서 비롯됩니다. 새로운 형태의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렵고 위험하며 성공하기 힘든 일은 없다는 점을 깨달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구질서로부터 이익을 누리던 모든 사람들이 개혁자에게 적대적이 되는 반면, 새로운 질서로부터 이익을 누리게 될 사람들은 기껏해야 미온적인 지지자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미온적인 지지만 받는 이유는 잠재적 수혜자들이 한편으로 과거에 법을 일방적으로 전횡하던 적들을 두려워하고, 다른 한편으로 인간의 회의적인 속성상 자신들의 눈으로 확고한 결과를 직접 보기 전에는 새로운 제도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변화에 반대하는 세력들은 혁신자를 공격할 기회가 있으면 언제나 전력을 다하여 공격하는 데에 반해서, 그 지지자들은 오직 반신반의하면 행동할 뿐입니다. 따라서 개혁적인 군주와 미온적인 지지자들은 큰 위험에 처하게 마려입니다.
(p. 43)

 

 

  유능한 개혁자들은 많은 시련을 겪습니다. 모든 위험들은 그들이 자신들의 계획을 시작한 후에 다가오며, 그 위험들은 자신들의 역량을 통해서만 극복됩니다. 그러나 그들이 위험을 극복하고, 자신들의 성공을 시기하는 자들을 섬멸함으로써 존경을 받게 되면, 그들은 강력하고 확고하며 존중받는 성공한 지도자로 남아 있게 됩니다.
(p. 45)

 

 

  인민들의 호의로 군주가 된 사람은 그들의 환심을 계속해서 사도록 노력해야 합니다.인민들이란 단지 억압당하지 않는 것만을 원하기 때문에 이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민들의 의사에 반해서 그리고 귀족들의 호의에 의해서 군주가 되었을 때에는 다른 부엇보다도 먼저 인민들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며, 이는 당신이 그들을 보호함으로써 쉽게 성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인간이란 박해를 예상했던 사람으로 부터 은혜를 받게 되면 시혜자에게 더욱 애정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인민들은 자신들의 호의로 권력을 잡은 군주보다 이러한 군주에게 곧장 더 끌릴 것입니다.
(p. 71)

 

 

  인간은 두려움을 불러 일으키는 자보다 사랑을 베푸는 자를 해칠 때에 덜 주저합니다. 왜냐하면 사랑이란 일종의 감사의 관계에 의해서 유지되는데, 인간은 악하기 때문에 자신의 이익을 취할 기회가 생기면 언제나 그 감사의 상호관계를 팽개쳐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두려움은 향상 효과적인 처벌에 대한 공포로써 유지되며, 실패하는 경우가 결코 없습니다.
(p. 114)

 

 

  군주가 한 대신의 사람됨을 평가하는 데에는 아주 확실한 방법이 있습니다. 만약 그가 당신의 일보다 자신의 일에 마음을 더 쓰고 그의 모든 행동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 의도된 것이라는 점이 밝혀지면, 그는 결코 좋은 대신이 될 수 없고, 당신은 결코 그를 신뢰할 수 없을 것입니다. 국가를 다스리는 사람은 절대로 자신과 자신의 일이 아니라 항상 군주에 관해서 생각해야 하고 군주의 일에만 관심을 집중해야 됩니다. 한편 군주는 대신의 충성심을 확보하기 위해서 그를 우대하고, 재부를 누리게 하며, 그를 가까이 두고 명예와 관직을 수여하는 등 그를 잘 보살펴야 할 것입니다. 요컨대 군주는 대신으로 하여금 그 자신이 오직 군주에게만 의존해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하고, 이미 얻은 많은 명예와 재부로 인해서 더 많은 명예와 재부를 원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자신이 맡은 많은 관직들을 잃을까 염려하여 변화를 두려워하도록 대우해야만 합니다. 만약 대신과 군주가 그러한 관계를 유지한다면, 그들은 서로를 계속 신뢰할 것입니다. 반대로 그들이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둘 중의 어느 한 쪽은 항상 불행한 결과를 맞이할 것입니다.
(p. 153)

 

 

  인간이란 너무 자기 자신과 활동에 만족하고 자기 기만에 쉽게 빠지기 때문에, 아첨이라는 질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란 지극히 어렵습니다. 더욱이 아첨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노력할 때에 군주는 경멸당하는위험에 빠지기도 합니다.
 당신 자신을 아첨으로부터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은 진실을 듣더라도 당신이 결코 화를 내지 않는다는 것을 널리 알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누구든지 당신에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면, 당신에 대한 존경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따라서 현명한 군주는 제3의 방도를 따라야 하는데, 자신의 나라에서 사려 깊은 사람들을 선임하여 그들에게만 솔직하게 말할 수 있도록 허용하되, 그것도 군주가 요구할 때만 허용해야지 아무 때나 허용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군주는 그들에게 모든 일에 관해서 묻고, 주의 깊게 그들의 견해에 귀를 기울이고, 그 뒤에 자신의 방식에 따라서 스스로 결정에 내려야 합니다. 나아가서 군주는 그의 조언자들이 말이 솔직하면 할수록 더욱더 그들의 말이 잘 받아들여진다고 믿게끔 처신해야 합니다. 군주는 그가 선임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다른 누구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서는 안 되고, 그의 목표를 확고학 추구하며, 그가 내린 결정에 관해서 동요해서는 안 됩니다. 이처럼 처신하지 않는 군주는 아첨꾼들 사이에서 몰락하거나 아니면 그에게 주어지는 상반된 조언 때문에 결정을 자주 바꾸게 됩니다. 그 결과 그는 존경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p. 155)

 

 

  「군주론」을 통해 나타난 마키아벨리의 정치사상의 일반적 특색을 다음과 같은 주제영역을 설정하여 간략하게 개관하겠다. 곧 현실주의적 정치사상과 이익 정치의 태동, 정치의 독자성과 자율성, 정치와 윤리의 관계, 정치에서의 외양과 본질의 문제 그리고 마키아벨리의 정치 형이상학이 그것이다.
  마키아벨리의 정치사상은 대표적인 현실주의 사상으로 평가 받고 있다. 「군주론」에서 군주에게 권력의 획득, 유지, 확대에 필요한 조언을 제시하기에 앞서 마키아벨리는 '사물의 실제적인 진실'과 '결코 존재한 것으로 알려지거나 목격된 적이 없는 공화국이나 군주국'에 대한 유명한 구분을 하고 있다. 이 구분에는 이전의 도덕철학자나 정치철학자들이 이제껏 전적으로 가상의 공화국이나 군주국에 관해서만 논의했을 뿐이고 군주가 실제로 활동해야 하는 현실의 세계에 관해서는 아무런 아무런 지침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정치현실에 대한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접근의 필요성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역설은 홉스에 이르러 비로소 '군주에게서 개인으로', '국가의 본성에서 인간의 본성'으로 확대돠었다. 물론 마키아벨리는 아마도 국가에 대한 현실주의적인 이론이 인간이 본성'으로 확대되었다. 물론 마키아벨리는 아마도 국가에 대한 현실주의적인 이론이 인간의 본성에 대한 지식을 필요로 한다고 감지했을 것이고, 인간본성에 대한 그의 언급이 예리한 통찰력을 품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체계화되지 못한 채 그의 저작에 산만하게 흩어져 있을 뿐이었다. 인간본성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통찰은 홉스의 출현을 기다려야만 했다.
(p. 237)

 

 

  마키아벨리의 정치적 윤리관은 막스 베버가 "소명으로서의 정치(Politics as a Vocation)"에서 구분한 '확신의 윤리(ethics of conviction)'와 '책임의 윤리(ethics of responsibility)' 중 책임의 윤리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베버에 따르면 확신의 윤리는 인간이란 선한 존재라고 전제하고, 동기가 선하면 주어진 행위는 그 결과에 상관없이 선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서 책임의 윤리는 인간의 평균적인 악을 전제하고, 이를 감안하여 행동해야 하며, 다라서 동기의 선함보다는 결과의 선함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베버의 이러한 구분은 일부 문제가 없지 않지만, 기독교적 윤리관은 확신의 윤리에, 마키아벨리의 정치적 윤리관은 책임의 윤리에 상응한다고 볼 수 있다.
(p. 242)

 

 

  우리 사회에서는 대체로 두 부류의 학자들이 서양 고전의 번역에 종사한다. 하나는 그 고전이 쓰여진 원어에 능통한 학자가 자신의 전공분야와 상관없이 번역하는 경우이다. 예컨대 대학의 불문과 교수가 루소의 「사회계약론」을 번역하거나 이탈리아에서 사학을 공부한 교수가 마키에빌리의 「군주론」을 번역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전공분야의 학자가 전의 원어에는 능통하지 못하지만 자신의 전공지식에 근거하여 영어, 독일어, 일어 번역된 서양 고전을 다시 번역하는 경우이다. 예컨대 옮긴 이와 같이 서양 정치사상을 전공하는 교수가 프랑스어나 아틸리아어를 모르면서 영어본에 근거하여 「사회계약론」이나 「군주론」을 번역하는 경우를 말한다. 물론 각각의 경우에 그장단점이 있다. 전자의 경우 번역자는 원문의 '문의'에 충실할 수 있으나, 사상사 전반이나 특정한 사상가의 사상에 대한 지식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학문적으로 중요한 핵심용어나 문구들을 정확하게 옮기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후자의 경우 번역자는 전체적인 맥락을 제대로 포착하고 핵심적인 학술용어를 제대로 옮길 수 있을지는 모르나, 원문의 미묘한 뉘앙스를 포착하지 못하는 결함이 있다. 더욱이 이중번역으로 인해 오력위 위험이 배가될 가능성이 있따.
(p. 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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