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연 외
니코스 카잔차키스 / 이종인 / 열린책들 / 360쪽
(2014. 1. 31.)

 


 

  당신은 내 영혼 속으로 뛰어들었고 나는 당신이 오리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겨울의 고독 속에 내던져진 대지가 온몸을 아파하면서 봄을 기다리는 것처럼 나는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당신은 봄, 그러니 부드럽게 오소서. 내 영혼 속으로 사뿐히 오소서. 내 생각은 당신이 걸어오는 그 길에 서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꽃을 피우고 그리고 향기를 내뿜게 됩니다. 당신의 발길 아래서 희망의 색이 싹을 틔우며 미소 짓습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당신의 숨결이 내 영혼 위로 불어오면 내 꿈들은 겨울 도안의 무기력을 떨쳐 내고 기지개를 켭니다. 내 꿈들은 놀라지도 않고 당신에게 미소 짓습니다. 당신이 오리라는 것을 예상했던 것처럼. 내 안에 깃들여 있는 새들이 눈을 뜨면서 날갯짓합니다. 당신은 미소 지으며 아주 사뿐하게 걸음을 내디딥니다. 오 여왕이여 내 영혼 속에 오소서.
(p. 13)

 

 

  무한한 석양이 내 안에서 펼쳐집니다. 내 안의 태양이 죽어 가고 있습니다. 붉은 수의가 바다 위로 저 자신을 질질 끌고 가더니 조각조각 찢어 버립니다. 내 가슴속의 모든 것이 무거운 정적으로 가라앉으며 저 엄청난 갈등, 엄청난 시체를 덮어 줍니다.
  그리고 내 영혼에서 조정의 메아리가 울려 퍼집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압니다. 그것은 죽어 버린 하루를 조용히 슬퍼하는 밤중의 바람 소리 혹은 종소리입니다.
(p. 68)

 


  내가 보기에 플라톤의 <향연>은 헬라스 세계의 요약이다. 아무리 읽어도 물리지 않는다.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파네스, 파이드로스, 기타 인사들이 식탁 주위의 2인용 소팡들에 앉아 있다. 머리에는 장미와 제비꽃으로 엮은 화관을 둘렀다. 잘생긴 청년들이 멋진 크라테르에서계속 포도주를 따라 준다. 이야기하고 술 마시면서 천천히 장엄하게 이데아의 높은 봉우리로 올라갔다. 그들은 장미와 제비곷을 머리에 두르고 철학을 논했으며,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려 전해진 디오티마의 말은 인간의 마음이 이룩한 저 신성한 높이를 보여준다. 그때 연회장의 문이 활짝 열리고 잘생긴 헬라스 청년 알키비아데스가 실내로 들어온다. 거의 검은 머리에는 담쟁이가 장식되어 있고 사랑스러운 피리 부는 소녀가 그를 안고 함께 들어온다. 포도주가 더욱 풍성하게 돌려지고 늙은 소크라테스는 미소를 지으며 소파에서 자세를 고쳐 앉고는 알키비아데스에게 옆에 와서 앉으라고 한다.
(p. 99)

 

 

  인간의 욕망에는 한계도 유예도 없게 되었다. 사람의 투쟁에서 버티지 못하고 땅에 쓰러진 사람은 뒤에 달려오는 사람들에게 짓밟히고 만다. 아무런 장애물도 없었다. 목표는 자기 이익,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했다. 그 이익이란 소위 명예, 부, 권력을 의미했ㄷ다. 그것을 어떻게 설명하든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근대의 인간은 한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은 뭐든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19세기 사람들은 뭐든지 다 원했다. 이러한 자아의 신격화를 찬양하는 위대한 두 예언자가 있었는데, 철학 부문에서는 니체였고 정치 부문에서는 비스마르크였다.
  니체는 소리쳤다. 나 자신이 신이 아닌데 어떻게 신이 존재할수 있단 말인가? 그러므로 신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리슈팽은 노래했다. 오직 하나의 신만이 존재하고 그건 나다!
  고대의 단순함과 즐거움, 그리고 중세의 헌신, 황홀, 신앙을 거쳐 우리는 근대의 방종한 생각에 도달하게 되었다.도덕, 헌신, 미덕, 이 모든 것들이 흔들리고 있다.
(p. 107)

 

 

  우리의 영혼은 오이디푸스를 닮았다. 지나간 시대들 내내 우리는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의 비극을 연출해 왔던 것이다.
  처음에는 즐겁고 평온하여 이 세상의 주인인 듯했다. 그는 다행스럽게 아무것도 몰랐다. 이것이 1막의 오이디푸스이다. 조금씩, 조금씩, 이런저런 암시로부터 여자가 던지는 뻔뻔한 말들을 단서로그는 의심하기 시작했다. 불길한 느낌이 들지만 탐문에 나서고 심각한 고뇌에 빠진다. 영혼이 회의, 탐문, 호기심, 망설임의 2막으로 들어선 것이다.
  위대한 예언자 테이레시아스가 그 진실을 밝힌다. 하지만 영혼은 그 놀라운 계시에 전율하고 계속해서 의심한다. 그는 온 사방으로 조사관을 파견하고 더욱 열심히 탐문하여 진실 깊숙이 파고 들며 기만적인 희망을 물리친다. 마침내 우리는 3막에 들어선다. 우리의 영혼은 진실을 똑바로 쳐다보고 눈이 멀어 버리는 것이다. 아제 더 이상 즐거움도 쾌락도 없다. 우리는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 알고 있다. 일단 무덤으로 들어가면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어쩌면 신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죽기로 되어 있는 이상, 우리의 해골이 아무런 위안도 없이 땅속에 묻히기로 되어 있는 이상, 그게 무슨 소용인가. 이제 더 이상 즐거움도 쾌락도 없다. 너무 많은 빛은 우리의 영혼을 눈멀게 하는 것이다.
(p.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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