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으로 창조하라(아레테의 힘)
김상근 / 멘토프레스 / 203쪽
(2013. 08. 08.)

 


  "어떻게 세계반도체 시장에서 1등으로 올라설 수 있었습니까?"
  그분은 신서하다 못해 충격적 발언을 해주었습니다. 아주 간단하다는 것입니다.
  "버거킹 전략을 구사했지요."
  한마디로 미국의 패스트푸드회사인 버거킹을 따라했다는 것입니다.
  "버거킹이 어떻게 오늘날의 버거킹이 되었습니까? 무조건 세계 1등인 맥도날드 옆에 딱 달라붙어 있어 가능했던 것입니다. 미국에 가보면 맥도날드 옆에 항상 버거킹 매장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맥도날드가 철저한 시장조사와 특유의 효율성으로 적정 지역에 체인점을 내면, 바로 그 옆에 버거킹 매장도 문을 열었지요. 저도 그렇게 했습니다. 기술도 모자라고 시장조사도 미흡하니 무조건 세계 1등기업을 부지런히 따라했습니다. 우리가 잘하는것은 월화수목금금금이지 않습니까? 부지런히 1등을 따라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부터 시작됩니다. 그분도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부지런함으로 2등가지는 따라왔는데, 앞으로가 진짜 문제라는 것입니다. 우리 산업분야도 이제 세계에서 1등을 차지하는 기업과 초일류를 지향하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1등이 되면 더 이상 따라할 수 있는 롤모델기업이 없어진다는 것이지요. 바로 일인자의 딜레마가 그것입니다. 끊임없이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제품, 서비스를 창조해내야 합니다. 모방할 수 있는 대상이 없기 때문이지요. 이제 더 이상 '월화수목금금금'으로 버틸 수 없다는 말입니다. 기존의 혁신이란 단어가 지닌 의미조차 새롭게 하여 창조적 생각으로 거듭나아 우리 경제가, 우리 미래가 맑고 행복해질 것입니다.
(p. 9)

 

 

  인문학은 '인간에 대한 학문(Studia humanitatis)'에서 출발했습니다. 모든 학문은 인간이 이룩한 문명과 더불어 발달해 왔습니다. 고도로 문명이 발달하면서 그에 따른 인간에 대한 연구역사 또한 깊어졌습니다. 그러나 장구한 세월 동안 학문업적이 축적되다 보면 연구방법이 다양화 해지기는커녕 오히려 과거 습성에 머물러 있기 쉽습니다. 기존에 '옳다'라는 기준으로 정립된 이론도 시대가 변하면 '아니다'라고 재해석할 수 있는 유연성도 필요한데 우리 학계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또 시대변천에 따라 혁신적 새 연구방식도 나올 법한데 '연구의 엄밀성'을 유지하려는 기존 전문가집단에 의해 독창적 새 연구방식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현실에서 결국 밀려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물론 전문가를 위한 학문적 가치가 높은 연구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너무 전문적인 연구에 치중하다 보면 학문의 깊이 더해질지 모르나 이에 치중한 나머지 일반대중에게서 멀어지고 말았습니다. 학교에서는 점점 일반대중의 기대심리와 먼, 그야말로 '학문을 위한 학문'에 대한 연구에만 몰두했습니다. 그 분야를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들은 감히 접근조차 불가능한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되었던 것입니다.
(p. 14-15)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그 순간, 인간의 본질을 성찰하며 창조적 사고를 이끌어냈던 그리스학문이 폐쇄적이며 배타적으로 변해가고 있을 때, 이에 대한 반발로 신생국인 로마에서 새로운 학문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그것은 로마의 법률가이면서 정치, 사상가이던 키케로의 인문학이었습니다.
  키케로는 '인문학'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만들어낸 사람입니다. 바로 인문학을 유행시킨 첫 인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후마니타스Humanitas'라는 개념을 통해 키케로는 로마사회의 리더가 갖추어야 할 지도자 덕목을 제시했습니다.
(p. 18)

 

 

  폐쇄적으로 변한 중세 인문학을 다시 부활시킨 사람은 르네상스 인문주의 운동의 아버지로 불리는 14세기 이탈리아 문학가 페트라르카와 <데카메론>의 저자인 보카치오 입니다.
  피렌체 출신의 인문학자 보카치오는 고대 그리스정신을 르네상스에 부활시켜 르네상스 인문학의 초석을 다져놓습니다.  <데카메론>을 소개해보겠습니다. 흑사병을 피해 시골별장으로 들어간 7명의 젋은 부인과 3명의 청년이 10일동안 무려 100편의 이야기를 서로 주고받으며 생활합니다. 이 이야기 속에는 인간의 자유로운 본능과 욕망, 그리고 그 시대상이 잘 반영되어 잇습니다. 흔히 단테의 <신곡>에 비견하여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을 인곡이라 칭하기도 합니다. 신에 대한 예찬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예찬인 것입니다. <데카메론>에는 인간 본능에 충실한 표현들이 넘실댑니다. 지나친 선정적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하여 당대 문인들에게 소외당했습니다. 그러나 민중들 마음속에 계속 파동치며 사랑받았으며 새 시대를 대변하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합니다.
(p. 23)

 

 

  그리스의 서사시인 호메로스는 <일리아스>와 <오딧세이아>를 통해 인간됨의 본질에 대해 묻고 있습니다. 무려 지금으로부터 2750년 전에 그는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그리고 당신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호메로스의 첫 번째 책. <일리아스>는 트로이전쟁에 참전했던 영웅들이 펼쳤던 '용기의 아레테'에 대한 글이었습니다. 그것은 영웅에 대한 이야기였고, 또 무기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습니다. 매일 처절한 생존투쟁을 벌어야 하고, 어떤 때는 내가 왜 이렇게 피눈물나는 고통의 순간을 견뎌야 하는지 그 의문도 잊어버린 채 무작정 싸워야 하는 사나이들의 숨 막히는 현실이 펼쳐집니다. 진정한 용기와 가슴 아픈 상처, 그리고 적과의 진정한 화해도 긴박하게 펼쳐지는 변화무쌍한 글입니다.
(p. 32)

 

 

  키케르의 인문학은 인간이 삶을 통해 추구해야 할 도덕적 자세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은 지혜, 정의, 용기, 적절함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재능과 기술, 노동'을 함께 나누면서 우리 사회를 지속가능하게 이끌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모든 인간이 지커야 할 인문학적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p. 47)

 

 

  진(眞)의 세계를 다루었던 호메로스의 인문학이
  개인의 상찰을 위한 것이고
  선(善)의 세계를 다룬 키케로의 인문학이
  사회적 존재로서의 윤리적 문제였다면
  르네상스시대의 미켈란젤로가 남긴 미(美)의 세계는
  우리가 남기게 되는 삶의 무늬,
  아름다움의 흔적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p. 48)

 

 

  창조적 리더는 어떤 사람일까요? 바로 냉정과 열정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사람입니다. 불처럼 뜨겁다가, 얼믐처럼 차가워질 수 있는 사람이 창조적 행위를 이끌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 사람들은 열정적이거나 냉정하거나 한 개의 특징을 유지하기 마련입니다. 지나치게 열정적이라고 해서, 또는 냉정한 사람이라고 해서 어느 쪽이 맞고 틀리다... 이 점을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이 냉정한 사람인가, 혹은 지나친 열정의 소유자인가 구별하는 것은 중요치 않습니다.
  참조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이 열정과 냉정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그 '경계'를 오가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냉정과 열정 사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다른 사람을 창조적 세게로 이끌 수 있다는 점입니다.
(p. 97)

 

 

  르네상스시대의 예술가들은 모두 '아레테' 즉 탁월함을 추구했습니다. 아레테란 그리스어로 완벽에 가까운 탁월함이란 뜻입니다. 탁월한 아름다움을 구현하기 위해 라파엘로는 붓을 들었고, 미켈란젤로는 정과 조각칼을 집어들었습니다. 탁월함, 즉 아레테의 추구가 그들 목표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아레테가 단순히 예술적 탁월함, 즉 재능의 탁월함만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최고 덕목인 아래테는 기술적 탁월함뿐만 아니라 인격의 탁월함을 함께 의미했습니다. 재능의 탁월함과 더불어 '인격의 탁월함'이 르네상스시대의 기본  목표였습니다.

(p. 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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