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미제라블 1
빅토르 위고 / 방곤 / 범우사 / 434쪽

(2013. 05. 09.)

 

 

 

※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 불쌍한, 비참한 사람들

 

 

  사실 여부는 예외로 치더라도 어떤 사람에 관한 세상 소문은 흔히 그 사람의 생애나 특히 운명에 있어서 그 사람의 실제 행위 만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다.
(p. 22)

 

 

  도둑이나 살인자를 결코 무서워해서는 안돼. 그건 외부의 위험일 뿐이며, 조그마한 위험이야. 우리들이 두려워할 건 우리 자신이야. 편견이야말로 도둑이야. 악덕이야말로 살인자야. 큰 위험은 우리들 내부에 있지. 우리들의 머리나 지갑을 위협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들이 생각해야 할 것은 실로 우리들의 영혼을 위협하는 것이야.
(p. 56)

 

 

  성공이란 참 끔찍스러운 것이다. 진실한 가치로 오해하기 쉬운 그 유사성은 사람을 현혹시킨다. 군중에게 성공은 우월과 거의 똑같은 면목을 가지고 있다. 재능과 쌍둥이같은 닮은 성공은 거기에 속아넘어가는 자를 가지고 있다. 오늘날에 있어서는, 거의 공식적인 철학이 성공의 집에 봉사하러 들어와서, 성공의 제복을 입고 응접실에서 시중을 들고 있다. 성공하라, 하는 것이 학설이다. ‘영달’은 ‘능력’을 가정한다. 투기에서 부를 얻으면 그 사람은 곧 수완 좋은 사람이 된다. 승리한 자는 존경을 받는자. 팔자는 타고나라, 거기에 모든 것이 있다. 운이 좋아야 한다. 그러면 그대는 모든 것을 얻으리라. 행복해야 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대를 위대하다고 믿으리라. 일세기의 광명을 만드는 5, 6명의 위대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동시대의 칭찬은 근시에 불과하다. 도금은 순금이 된다. 누가 되었든 벼락부자가 되기만 하면 상관 없다. 속인은 자기 자신을 숭배하고 속인이게 갈채를 보내는 늙은 나르시스다.
(p. 90)

 

 

  절망한 사람들은 자기 뒤를 돌아다보지 않는다. 그들은 모진 운명이 뒤에 다라오고 있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p. 107)

 

 

  인간의 성질은 이처럼 근본적으로 완전히 변하는 것일까? 신에 의해서 착하게 만들어진 인간이 사람에 의해서 악해질 수 있는 것일까? 인간의 영혼이 운명에 의하여 완전히 개조되고, 운명이 나빴기 때문에 영혼도 나빠지는 수가 있을까? 너무 낮은 천장 밑에 있어서 등뼈가 구부러지듯이, 사람의 마음도 고르지 못한 불행의 압박 밑에서 비틀어져 불치의 추악과 불구로 변화할 수가 있을까? 어떤 본래의 빛이, 이승에 있어서 부패할 수 없고 저승에 있어서 사멸할 수 없는 어떤 거룩한 요소가, 선에 의하여 발전하고, 북돋워지고, 불붙어 타올라 찬연히 빛나되, 악에 의해서도 결코 완전히 꺼지지 않는 그 어떤 거룩한 빛이, 모든 사람의 영혼 속에 없는 것일까? 특히 장 발장의 영혼 속에는 그러한 것이 없었을까?
(p. 145)

 

 

  우리의 인생을 형성하고 있는 그 신비로운 바윗덩어리를 아무리 잘 깎으려고 해도 소용 없는 일이다. 운명의 검은 광맥은 늘 거기에 나타나는 것이다.
(p. 307)

 

 

  인간의 양심의 시를 만드는 것은, 설령 그것이 일개인에 관한 것이든, 가장 비천한 사람에 관한 것이든 간에, 모든 서사시를 한데 녹여 하나의 한층 더 훌륭하고 결정적인 서사시를 만드는 것이다.
(p. 331)

 

 

  생각이 한 관념으로 되돌아옴을 막을 수 없음은 바닷물이 해변으로 되돌아오을 막을 수 없음과 같다. 사공에게는 그것이 밀물이라 하는 것이고, 죄인에게는 그것이 가책이라 하는 것이다. 신은 바라를 추켜올리듯이 영혼도 추켜올린다.
(p. 338)

 

 

  사람의 마음은 때로는 거의 아무 생각도 없이 멍하니 바깥만을 바라보고도 만족하는 수가 있다. 그러나 그 삼라만상을 처음 봄과 동시에 마지막으로 본다는 것은, 얼마나 서글프고 심각한 일이냐! 여행을 한다는 것은 시시각각으로 태어났다 죽었다 하는 것이다. 아마 그는 자기 정신의 가장 어슴푸레한 한쪽 구석에서 이 변화하는 외계와 인간 존재를 견주고 있었으리라. 인생의 온갖 사물은 끊임없이 우리 눈앞에서 사라진다. 어둠과 빛은 교차된다. 눈부신 광휘도 다음 순간에는 자취를 감춘다. 사람은 바라보며, 급히 서둘며, 손을 내밀어, 지나가는 것을 잡으려 한다. 매순간이 행로의 모퉁이다. 그리고 순식간에 사람은 늙는다. 어떤 동요 같은 것을 느낀다. 모든 것이 어두워진다.
(p. 368)

 

 

  성실과 진지와 솔직과 확신과 의무감 같은 것은 악용될 때에는 끔찍스러운 것이 되지만, 그래도 숭고함을 잃지는 않는다. 인간의 양심에 고유한 그러한 것들의 위엄은 사람을 두렵게 하는 가운데에도 의연히 존재한다. 그러한 것들은 착오라는 하나의 흠밖에 없는 미덕이다. 잔학하기 짝이 없는 광신자의 정직하고도 무자비한 희열 속에는 비통하고도 존경할 만한 그 어떤 광휘가 있다. 엄청난 행복 속에 싸인 자베르는 자기도 모르게, 모든 무지한 승리자처럼 불쌍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선의 해악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 나타나 있는 그런 얼굴처럼 처량하고 가공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p. 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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