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F. 스콧 피츠제럴드 / 김욱동 / 민음사

(2011. 09. 08.)

 


지금보다 어리고 쉽게 상처받던 시절, 어버지는 나에게 충고를 한마디 해주셨는데
나는 아직도 그 충고를 마음 속 깊이 되새기고 있다.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언제나 이 점을 명심하여라."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 않다는 걸 말이다."
(P.9)

 

그는 사려 깊은 미소를 지었다. 아니, 사려 이상을 담은 미소를 지었다.
영원히 변치 않을 듯한 확신을 내비치는, 평생 가도 네댓 번밖에는 만날 수
없는 미소였다. 잠시 동안 영원한 세계를 대면한-또는 대면한 듯한-미소였고,
또한 당신을 좋아할 수밖에 없으며당신에게 온 정신을 쏟겠다고 맹세하는 듯한
미소였다. 당신이 이해받고 싶은 만큼 당신을 이해하고 있고, 당신이 스스로를
믿을 만큼 당신을 믿고 있으며, 당신이 전달하고 싶어 하는 최대한 호의적인
인상을 분명히 전달받았다고 말해 주는 미소였다.
(P.73)

 

나는 뒤를 한 번 돌아보았다. 오늘도 어김없이 웨이퍼 과자 같은 달이 개츠비의
저택 위를 환히 비추어 밤하늘을 장식했고 아직도 환하게 불 밝힌 정원의 웃음
소리와 말소리보다 더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그 때 갑자기 창들과 커다란 문에서
공허한 기운이 흘러나오더니 현관에서 형식적인 작별 인사를 보내며 한 손을 들고
있는 집주인의 모습을 완전한 고독으로 에워싸기 시작했다.
(P.83)

 

"데이는 목소리에 조심성이 없어요." 내가 말했다.
"그 애의 목소리에는 뭔가 가득‥‥‥."
나는 머뭇거렸다.
"그녀의 목소리는 돈으로 가득 차 있어요." 갑자기 그가 말했다.
바로 그것이었다. 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이었다.
데이지의 목소리는 돈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안에서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는
그 끝없는 매력, 그 딸랑거리는 소리, 그 심벌즈 같은 노랫소리‥‥‥ 하얀
궁전 저 높은 곳에 임금님의 따님이, 그 황금의 아가씨가‥‥‥.
(P.171)

 

나는 이제 서른 살이 되었다. 내 앞에는 불길하고 위협적인 또 한 차례의 십
년이 펼쳐져 있었다.
서른살-고독 속의 시 년을 약속하는 나이,독신자 수가 점점 줄어드는 나이,
야심이라는 서류 가방도 점점 얄팍해지는 나이, 머리카락도 점점 줄어드는
나이다.
(P.192)

 

톰과 데이지, 그들은 경솔한 인간들이었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부숴버리고
난 뒤 돈이나 엄청남 무관심 또는 자기들을 묶어주는 것이 무엇이든 그 뒤로
물러나서는 자기들이 만들어낸 쓰레기를 다른 사람들이 치우도록 하는
족속이었다‥‥‥.
(P.253)


나는 그곳에 앉아 그 오랜 미지의 세계를 곰곰이 생각하면서 개츠비가 부두 끝에
있는 데이지의 초록색 불칩을 처음 찾아냈을 때 느꼈을 경이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는 이 푸른 잔디밭을 향해 머나먼 길을 달려왔고, 그의 꿈은 너무
가까이 있어 금방이라도 붙잡을 수 있을 것 같았으리라. 그 꿈이 이미 그의
뒤쪽에, 공화국의 어두운 벌판이 밤 아래 두루마리처럼 펼쳐져 있는 도시 저쪽의
광막하고 어두운 곳에 가 있다는 사실을 그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개츠비는 그 초록색 불빛을, 해마다 우리 눈앞에서 뒤쪽으로 물러가고 있는
극도의 희열을 간직한 미래를 믿었던 것이다. 그것은 우리를 피해 갔지만
문제될 것은 없다. 내일 우리는 좀 더 빨리 달릴 것이고 좀 더 멀리 팔을
뻗칠 것이다‥‥‥. 그리고 어떤 맑게 갠 아침에는‥‥‥.
그리하여 우리는 조류를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가면서도
앞으로 앞으로 계속 전진하는 것이다.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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