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3)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2020-01)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필립 K. 딕 / 이선주 / 황금가지 / 351쪽

(2020.2.9. ~ 2.1.)

리들리스콧 감독의 블레이드러너의 원작소설이라곤 하지만

영화는 이 작품의 모티브 정도만을 따왔을뿐 영화와 소설이

전달하고자하는 내용들은 전혀 다른 작품으로 느껴진다.

하긴, 리들리 스콧은 원작을 읽지 않았다고 한다.

과연 인간과 안드로이드의 차이는 무엇일까?

심어진 기억으로 인간과 동일한 삶을 산 것으로 기억하는

그들에게 진짜 삶과 심어진 기억속의 삶의 차이는 무엇일까?

인간에게 추억되는 삶의 기억은 무엇이며

과연 그러한 기억 속의 삶이 안드로이드들에게 심겨진

기억된 삶과 차이는 무엇일까?

과연 차이가 있을까?

화성에서 탈출한 안드로이드를 잡는 현금 사냥꾼이

안드로이드를 잡아서 번 돈으로 진짜 살아있는 동물을 구매하는

모순적인 이야기...

인간이 진짜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전기동물이 아닌 진짜 동물을 기르며

자신이 진짜 인간임을 대리만족을 느끼는 사회

얼마나 희귀하고 비싼 진짜 동물을 기르느냐가 그의 경제적 부의 위치를 나타내 주는 지표를 삼는 사회는

자본이 지배하는 사회의 기본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작가의 시각을 보여준다.

주인공의 생각중에서

'생명 없는 물체에 불과하면서 나를 쥐고 흔들다니. 이건 사물의 폭정이야. 그 전기양은 나라는 인간이 있는지도 몰라. 안드로이드처럼 말이야. 그놈 에겐 다른 생명체를 소중히 여기는 능력이 없어.' 전엔 이런 생각을 한번도 한 적이 없었다. 전기 동물과 안드로이드 사이의 유사성에 대 해서 말이다. '전기 동물은 안드로이드의 하위 형태야. 전기 동물은 안드로이드보다 격이 떨어지는 로봇이라고. 아니, 역으로 안드로이드는 고도로 발달하고 세련된 인조 동물의 변형인 거야.' 이 생각에 릭은 메스꺼움을 느꼈다,​

재미있는 또 하나의 항목으로는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해는 2019년 바로 작년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며 읽어보면 더욱 재미있게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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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중에서>​

소설은 효과의 축적이다. 이 글을 시작하면서 나는 필립 K. 딕의 효과가 그의 정신이 돌리는 풍차 날개, 그 날개가 드리운 피아노선에 매달린 쭈글쭈글한 거울, 거기 비치는 네온관, 그 네온관을 관통하는 사회적 불만보다 더 나를 매혹시킨다고 말했다. 필립 K. 딕은 작가를 위한 작가다. 다른 작가라면 책 한 권을 써도 담지 못할 아이디어들을 단 한 문단 안에 쏟아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상상력이 풍부한 작가다. 그의 소설이 갖는 효과들을 하나하나 세세히 말할 수는 없다. 이는 '『우빅』은 한마디로 이런 작품'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각기 다른 현실들을 병치하는 그의 다채롭고 거의 초현실적인 재능은 손쉬운 범주화를 불가능하게 한다. 필립 K. 딕의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주관적인 반응은, 사실 생각해 보면 이야기 자체는 별로 기억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의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은 강렬한 은유를 담은 시를 읽었을 때와 비슷하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그의 작품에서 소중히 여기는 점이다. 그런 특징이 그의 작품을 대상으로 한 온전한 지도를 그리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그러나 이야기를 읽은 후 자세한 줄거리는 사라지더라도 남는 것, 그것이 문득 되돌아와 나로 하여금 어떤 감정에, 혹은 어떤 생각에 잠기게 하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을 읽은 내가 읽지 않았던 나보다 더 풍요롭다면. 이런 이유에서다.

(P.12)

출근하기 전에 그의 전기 양이 '풀을 뜯는' 옥상 풀밭에 가 봐야 했다. 자기처럼 첨단 하드웨어 제품인 풀밭 위에서, 전기 양은 진짜 양을 본떠 입력된 만족한 표정을 보이며 풀을 먹어 치웠다. 아파트의 다른 주민들은 그의 양이 진짜 양이라고 속고 있었다.

물론 다른 집에도 전기 회로로 움직이는 가짜 동물들이 있었다. 하지만 릭은 결코 이 문제에 필요 이상의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웃 주민들이 그의 양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결코 알려 하지 않는 것과 마찬 가지였다. 그런 호기심만큼 예의에 어긋나는 것도 없었다. “그 양 진짜 양입니까?” 하고 묻는 것은 치아가, 머리칼이. 혹은 내장이 진짜냐 가짜냐고 묻는 것보다 더 무례한 행동이었다.

(P.21)

'왜 안드로이드는 감정 이입 테스트를 하려고만 하면 그토록 당황하며 안절부절못하는 걸까? 누구나 한두 번씩 궁금해 했던 점이었다. 감정 이입이란 분명히 인간에게만 존재하는 능력이었다. 그런가 하면 지능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거미류까지 포함해 모든 동물에서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이었다. 감정 이입 능력은 집단 본능이 온전할 것을 요구한다.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유기체, 가령 거미 같은 유기체에게는 감정 이입 능력이 필요하지 않다. 아니. 만일 그런 능력이 있다면 오히려 거미는 생존하지 못할 것이다. 감정 이입 능력이 생기는 순간, 거미는 제 먹이에게도 살려는 욕망이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게 될 테니까. 그렇다면 모든 포식 동물들, 심지어 고등 포유류인 고양이 같은 동물도 먹이를 먹지 못해 굶어 죽을 것이다.

감정 이입 능력은 초식 동물이나 아니면 최소한 자의로 육식을 멀리할 수 있는 잡식 동물에게만 있어야 한다고 릭은 결론 내린 바 있다. 궁극적으로 감정 이입이라는 능력은 사냥꾼과 사냥감 사이의 경계를, 이기는 자와 지는 자 사이의 경계를 흐릿하게 하니까. 머서와의 융합이 보여 주듯이, 모든 이가 함께 높은 곳으로 고양되거나, 아니면 그 주기가 끝에 다다랐을 때 다 함께 지하 무덤의 깊은 웅덩이 속으로 빠져야 했다. 괴상한 방식이지만, 이것은 일종의 생물학적 보험이자 양날의 칼 같은 것이었다. 한 개체가 기쁨을 느끼는 한, 다른 개체들의 존재 조건에도 일말의 기쁨이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가 하면, 어떤 개체가 고통을 치르고 있는 한, 다른 개체들 역시 어느 정도는 고통의 그림자 아래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인간처럼 혼자서는 살 수 없는 동물이라면 이런 능력을 통해 더욱 높은 생존율을 확보할 것이 었다. 대신 올빼미나 코브라는 멸종할 것이었다.

(P.50)

릭은 꽤 오랫동안 서서 횃대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올빼미를 바라보았다. 수없이 많은 상념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전생에 대한 기억, 올빼미가 하늘에서 떨어지던 날들에 대한 기억. 유년기 동안 생물 종이 하나씩 멸종해 가던 사실이 알려지던 일, 그리고 언론에서 날마다 어떻게 그 사실을 보도했던가에 대해 릭은 기억했다. 어느 날 아침엔 여우가 멸종되었다는 소식이 보도되었고, 그 다음 날엔 오소리가 멸종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러다 사람들은 날마다 듣게 되는 동물의 최종 부고 소식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릭은 진짜 동물을 갖고 싶다는 자신의 욕구에 대해 생각했다. 그의 내면에서, 마치 진짜 살아 있기라도 한 듯 돌봐 주고 먹여 주어야 하는 전기 양을 향한 진정한 증오가 다시 한 번 솟아올랐다. '생명 없는 물체에 불과하면서 나를 쥐고 흔들다니. 이건 사물의 폭정이야. 그 전기양은 나라는 인간이 있는지도 몰라. 안드로이드처럼 말이야. 그놈 에겐 다른 생명체를 소중히 여기는 능력이 없어.' 전엔 이런 생각을 한번도 한 적이 없었다. 전기 동물과 안드로이드 사이의 유사성에 대 해서 말이다. '전기 동물은 안드로이드의 하위 형태야. 전기 동물은 안드로이드보다 격이 떨어지는 로봇이라고. 아니, 역으로 안드로이드는 고도로 발달하고 세련된 인조 동물의 변형인 거야.' 이 생각에 릭은 메스꺼움을 느꼈다.

(P.67)

'흠, 현실에서는 힘들이지 않고 적을 사라지게 하는 마술 종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아. 안타까운 일이지. 게다가 모차르트는 「마술 피리」를 완성하고 나서 얼마 안 되어, 아직 30대있을 때 신장병으로 죽었지. 그리고 아무도 모르는, 거지들이나 묻히는 초라한 묘지에 묻혔어.'

이런 생각을 하다가, 릭은 모차르트가 자기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 는 것을. 자신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을 다 써 버렸다는 사실을 직감으로라도 알고 있었을까 생각했다. '내게 남겨진 시간도 얼마 없는지 몰라.' 리하설은 지켜보면서 릭은 생각했다. 리허설은 끝날 것이고, 공연도 끝날 것이며, 기수들은 죽을 것이고, 오페라의 말미를 장식한 음악 소절들도 결국 사라지고 말 것이다. '언젠가 모차르트라는 이름도 사라질 것이고, 먼지가 궁극의 승리를 거둘 거야. 지구가 용케 그 운 명을 피한다 해도 다른 행성들은 피하지 못할 거라고. 피한다고 해 봐야 잠깐일 뿐이지. 안드로이드가 나를 공격하면서 아주 잠깐만 생명을 부지하는 것처럼 말이야. 하지만 내가 안드로이드를 잡거나 아니면 다른 현상금 사냥꾼이 안드로이드를 잡게 되어 있어 어떻게 보며 나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형태를 파괴하는 엔트로피 과정의 일부를 맡고 있는 거야. 로젠 연합이 안드로이드를 만든다면 나는 안드로이드를 파괴하는 거지. 어쨌든 로젠 연합 쪽에선 그렇게 생각할거 아냐.'

(P.145)

유화 한 점 앞에서 필 레시는 걸음을 멈추더니, 골돌히 그 그림을 바라보았다. 머리칼은 없고 얼굴이 마치 꼭지를 아래로 놓은 배처럼 생긴 인물이, 공포에 질려 두 손을 귀에 갖다 대고, 막막하고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는 그림이었다. 이 인물의 고문 같은 고통, 그가 내지르는 비명의 반향이 일그러진 물결이 되어 그를 둘러싼 공기 속에 흘러들고 있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지만, 그는 자신이 지르는 비명에 스스로 압도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내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 손으로 귀를 막고 있었다. 그는 다리 위에 서 있었고 근처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고립된 채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비명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서 고립된 채. 아니, 비명에도 불구하고 고립된 것이라 해야 할까.

“이걸 목판화로도 그렸다는군.”

릭은 그림 아래에 붙은 설명 카드를 읽으면서 말했다.

“내 생각엔 안드로이드가 느끼는 게 이런 걸 거야.”

그림 속에 나선으로 표현된, 인물이 내지르는 비명을 레시는 손가락으로 공중에 그려 보고 있었다.

“나는 이런 감정을 느끼지 않아. 그렇다면 나는 안드로이드가 아닐......"

몇 명의 사람들이 이 그림을 감상하기 위해 몰려오는 걸 보고 레시는 말을 멈추었다.

“저기 루바 루프트가 있군.”

력이 손짓을 했고, 필 레시는 침울한 생각과 방어적 자세에서 벗어 났다. 둘은 표적에 접근하는 듯 보이지 않기 위해 천천히 흐트러지지 않은 걸음으로 루바 루프트를 항해 갔다. 특별한 일이 있는게 아니라는 인상을 유지하는 건 언제나 대단히 중요했다. 바로 옆에 안드로이드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 한 것이다. 표적을 잃더라도 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

밑단이 좁은 반들거리는 바지에 빛나는 금색 조끼를 입고 화집 한 권을 든 루바 루프트는 눈앞에 걸린 그림에 홀린 듯 몰두해 서 있었다. 어린 소녀가 양손을 포개고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는 그림이었다. 소녀의 얼굴에는 당혹스러운, 막 눈을 뜨고 무엇인가 찾아 헤매는 경이로운 표정이 어려 있었다.

“그거 제가 사 드릴까요?”

릭이 루바 루프에게 말했다. 그는 그녀의 옆에 서서 팔꿈치 위를 느슨하게 잡으면서, 그러나 도망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손가락에 힘을 주어 알려 주었다. 그녀를 억제하기 위해 힘을 쓸 필요는 없었다 다른 쪽에서는 필 레시가 그녀의 어깨 위에 손을 얹었고 릭은 필 레시의 몸에서 삐져나온 레이저 총구를 알아보았다. 필 레시는 갈란드에게 거의 당할 뻔했던 뒤라서, 허점을 보이지 않으려 했다.

“파는 물건으로 나와 있는 게 아니에요.”

루바 루프트는 평안한 표정으로 릭을 보았지만, 그가 누군지 알아 보는 순간 표정은 급변했다. 눈빛이 흐릿해졌고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지더니, 부패하기 시작한 사체처럼 보였다. 생명이 순식간에 깊숙이 어딘가로 사라지면서 육체가 자동 파괴의 경로를 시작한 것처럼.

(P.191)

"이미 알고 있었어. 뻔한 거야. 머서주의가 등장할 수 있었던건......"​

"하지만 이걸 생각해 보십시오. 머서주의가 하는 일이 무엇인가 자문해 보십시오. 머서주의의 수많은 추종자들이 하는 말에 따르면, 머서주의 체험은 일종의 융합......"

임가드가 끼어들었다.

“인간들에게만 가능하다는 감정 이입을 말하는 거지.”

“일종의 융합을 가능케 한다는 겁니다. 태양계 전체에 흩어져 있는 남자, 여자들이 단 하나의 실체로 통합되게 한다는 것이지요. 이 실체는 소위 텔레파시로 음성 전달을 할 수 있다는 '머서'가 통제를 한다는 겁니다. 이게 중요한 점이죠 정치적 야망이 큰 장래의 히들러가 있다면 이걸 그냥 둘 리가......"

"아니, 감정 이입이라니까."

임가드가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주먹을 꼭 쥐고, 그녀는 부엌으로 가서 이지도어와 마주 보고 섰다.

“우리는 못하지만 인간은 할 수 있고, 그래서 인간과 우리들 사이의 차이를 증명한다는 게 감정 이입 아니야? 머서 체험이 가짜라면 인간이, 여럿이 함께 감정 이입을 한다는 것도 단지 인간의 말로만 그런 거잖아. 거미는 어때?”

임가드는 프리스의 어깨 위로 몸을 숙였다.

손톱 소제 가위를 들고, 프리스는 거미의 다리 하나를 더 잘라냈다,

“이제 넷 남았어."

프리스는 거미를 툭 밀었다.

“걷지 않으려고 하지만, 걸을 수 있는데 그러는 거야.”

성취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로이 배티가 깊이 숨을 몰아쉬면서 문간에 나타났다.

“끝났어. 버스터가 목청 높여 말했으니까, 태양계의 인간이라면 누구나 똑똑히 들었을 거야. '머서주의는 사기다'라고. 감정 이입 체험이 사기라는 걸 말이야.

(P.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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