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필요한 순간

(인간은 얼마나 깊게 생각할 수 있는가)

김민형 / 인플루엔셜 / 328쪽

(2019. 9. 6. ~ 9. 8.)

수학자 중에서 수학에 대해 생각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말이 좀 이상해 보일 것이다. 수학을 하는 것과 수학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다르다는 뜻이다. 이 차이는 예술가와 비평가 의 차이, 과학자와 과학철학자의 차이, 그리고 새와 조류학자의 차이 등과 비교한 수 있다. 간단하게 분류하자면, 활동적으로 깊이 있는 수학을 연구하는 사람은 수학에 대해서 생각하기도 싫어하고 이야기하기는 더더욱 싫어한다. 대표적인 예로 나의 저명한 옥스퍼드 동국 수학자 엔드류 와일은 수학이 이렇고 저렇고 어찌구저찌구 하는 말은 질색이라는 인상이다. 이런 태도는 물리학 이론, 특히 양자역학의 해석을 두고 복잡하고 끝없는 담론이 필쳐 지는 데 대해, 여느 물리학자가 못을 박으며 심각하게 비판하는 말에도 잘 나타난다. “입 다물고 계산이나 해!” 나 자신은 일생 동안 일종의 아마추어 수학자로 살아왔다는 느낌이다. 나는 거의 항상 수학을 하는 것보다 수학에 대해서 생각 하는 것을 더 즐겼던 것 같다. 그렇다고 '수학 철학자' 가 되고 싶었던 것은 전혀 아니다, 그저 살아남을 만큼 수학을 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여가 시간에 수학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이 제일 적격인 것 같다. 그 때문에 나는 수학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더욱 좋아한다. 그 의중에 무언가 창출되는 것이 있으면 그래도 나은데, 말만 하는 것은 이득을 줄 만한 학문적인 업적은 당연히 못 되고 뚜렷하게 남는 것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P.2)

누구나 살면서 수많은 문제들과 만납니다. 단순하게 해 결되는 경우도 있지만, 도저히 답을 찾을 수 없기나 어떤 답을 원하는지조차 모르는 경우에 직면하기도 합니다 그런 때 질문을 탐구하는 과정 자체가 새로운 길을 보여줍 때가 있습 니다. 수학이 필요한 순간은 바로 그런 순간일 것입니다. 수학이야말로 인류의 오랜 역사를 거쳐 질문올 거듭하며 우리의 사고 능력을 고양시켜온 학문이었기 때문입니다.

(P.6)

지금 우리에게 다소 어려운 문제들도 언젠가는 상식이 될 것입니다. 오늘날 인간이 가지고 있는 지능과 상상력에 어떤 차이가 있다면,그것은 수학적인 이해력의 차이 때문일것입니다. 반대로 어떤 새로운 사고가 상식이 되는 과정도 수학적인 이해력을 바탕으로 기능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수학적인 이해력은무엇일까요?

이 책은 바로 그 질문을 탐구하는 과정입니다 우리에게 '수학은 무엇인가' 라는 그 어려운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찾기 위한 여행입니다. 이 책은 강의를 하면서 함께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대회는 생각이 서로 다른 이 들이 만나는 방법입니다. 때문에 대화 형식으로 정리한 것은 각자 사고하는 방식이 다르고, 이해하는 정도가 다른 이들이 어떻게 함께 여행할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아마 이 책을 읽는 독지들이 갖고 있는 생각의 위치도 매우 다르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하나의 길 위에서 서 있는 지점이 다르다 해도, 그 길은 같은 길이고, 같은 목적지를 향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이 여행이 각자의 방식으로 즐겁기를 바랍니다.

​(P.19)

수학적인 사고가 사회에 어떻게 적용되느냐는 질문에 답할 때, 수리는 개념 안에서만 생각한다면 굉장히 제한적인 관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 생각에 건전한 과학적 시각이란 '근사approximation' 해가는 과정이라는 걸 처음부터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완벽하게 할 수 없다고 해서 포기하기 보다는, 제한적인 조건 속에서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겁니다. 나중에 뒤집어지더라도 현재의 조건 안에서 이해해나가는 것이죠. 애로의 경우도, 뉴턴의 경우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근사해가는 과정, 항상 바꿀 수 있는 것, 그리고 섬세하게 만들어기는 과정 자체를 학문이라 고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겁니다.

(P.17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