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읽는)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수잔네 뫼부스 / 공병혜 / 이학사 / 286쪽
(2019. 8. 3.)
여러 이유에서 철학을 하게 된다. 계속 이어나갈 만큼 매력적인 사고, 해겨되어야 하는 문제, 다양한 이론 사이에 드러나서 해결되어야 필요에 의해서 철학을 하게 된다. 쇼펜하우어는 그의 선구자들이 지닌 사유의 체계를 아주 잘 알고 있었고, 그 체계를 강렬히 비판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과의 논쟁에 그의 철학적 창의성의 고유한 모티브가 놓여 있는 것은 아니다. 그의 사유와 저술은 그 자신의 고유한 감수성에 근거하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일종의 강제력과 같은 피할 수 없는 내적 필연성으로 작용한다. 언젠가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말하였다. “무엇이 철학자를 만드는가? 바로 가슴속에 어떠한 질문도 품고 있지 않는 용기이다.”
(P.14)
쇼펜하우어는『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제1판 서문에서 “이 책의 이해를 위한 독해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그의 아주 난해한 저술을 이해하기 위한 지침은 다음과 같은 그의 글에서 발견할수 있다.
독자들은 이 책에 앞서 이 책의 서문을 읽어야 하는데, 그것은 이 책에 있는 것이 아니라, 5년 전에 출판된『충족근거율의 4가지 뿌리에 대해서』라는 표제의 철학적인 저술이다.(p. 9)
실제로 모든 사유의 전개를『충족근거을의 4가지 뿌리에 대해서』라는 비교적 짧은 텍스트에서 발견할 수 있으며, 이것 없이 그의 “사유의 체계"를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쇼펜하우어는 몇 가 지 고유한 사유가 자기 저작의 모든 장에서 근본적인 전제 조건으로서 다양하게 형태화되어 전개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는 일 종의 “건축술적인 연관성”으로 되풀이하지 않고도 자신의 근본 사유들 로부터 모든 결론들이 추론되어 나오는 방식으로『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구성했다. 그래서 그는 독자들이 이러한 근본적 사유에 익숙하다고 전제하고 자신의 작품을 기술하였다.
(P.52)
쇼펜하우어가 근거율에 대한 저술에서 발전시킨 근본적 사유는 무엇인가? 이 물음에 대한 대답에 어쩌면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객체는 주체 없이 절대로 표상될 수 없다. 쇼펜하우어의 전체적인 체계는 이 주장에 근거한다. 객체는 항상 인식되거나 사고될 수 있다. 반면 주체는 인식하고 사유하는 인간이다. 개별적인 인간은 자신의 객체로서의 세계의 주체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세계를 고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단순한 사실이 “충족근거을”에 감춰져 있다. 그래서 쇼펜하우어는 스스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그러나 무엇이 근거율이고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이 논문을통해서 완전히 이해한다면 (......) 주체가 인식하는 개별자인 한, 주체에 의해 규정 된 객체가 어떤 성격을 지니든 항상 어디서든지 이해되는 형식이 바로 근거율이다. 그래서 이것은 지금까지의 철학함에서 완전히 벗어난 방법에 의해서 추구될 때 기능하다.(p. 10)
(P.52)
쇼펜하우어는『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의 저술로 완전히 새로운 영역에 발을 내딛었으며, 그 내용뿐만 아니라 서술하는 방식에서도 확신을 지니고 있었다. 그 이전에는 없었던 그의 새로운 표상 방식은 바로 근거 관계, 즉 만약 객체가 있다면, 주체도 있다(또한 그 역으로도 성립이 가능함)라는 것이 그의 전체 논증의 기반이며, 이것은 의심할 바 없는타당성의 원리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이러한 관계를 “근거율"이라는 명칭을 통해서 절대적으로 타당한 진리-근거로서 발견하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P.53)
우리의 사고는 어떤 특정한 것의 생성을 위해 항상 근거 있는 관찰들을 일반화시키고, 이러한 관찰을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예들에 적용시켜 가능한 법칙으로 표현한다. 어떤 것은 그 이전에 어떤 다른 것이 존재했기 때문에 존재한다. 이것은 주어진 것의 현존으로부터 그 이전의 것이 추론되며 그 이후의 것이 형성되기 위한 필연적인 조건이다. 인간의 사고는 이러한 연쇄적인 과정에 따른다-존재하는 것들과 이들 각각의 특성에 대해 왜라고 질문하는 것은 인간 사고의 근본적인 욕구라고 쇼편하우어는 확신한다.
(P.56)
쇼펜하우어는 예술은 유일한 본질적인 것으로서의 이념을 향해 있음을 강조한다, 개별적인 현상들의 무한한 다양성과 비교해서 이념은 당연히 일종의 통일처럼 작용한다. 그러나 분리될 수 없는 의지 물자체의 통일성과 비교하여 이념은 이미 의지의 객관화의 한 단계로서의 다양성을 현시한다-그래서 개별적인 것과 다 양한 것은 같은 것이다. 예술은 이러한 이념을 정관하면서 개별적안표상의 그림들에는 전혀 관심이 없기 때뭍에, 예술에 있어서 개별적안 것 은 이념이다. 이러한 이념은 자신의 현상들의 변화로부터 고립되어 나와서 결방해받지 않는 고찰을 위해서 보존되어야 한다. 학문들은 표상 들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그 표상들이 근거하고 있는 이념에 대한 인식 을 향하여 상승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학문이 오로지 시간과 공간의 조건하에 있는 인식에 기여하는 학문의 목적은 달성될 수 없다” 예 술은 이러한 학문의 단계를 뛰어넘는 동시에 관조적인 인식을 시작한 다 따라서 예술의 목적은 항상 이미 현전하는 것이다.
(P.147)
쇼펜하우어의『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는 그의 인식론, 의지의 형이상학, 미학, 윤리학을 포괄하는 방대하면서도 체계적으로 구성된 책이다. 그러나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친 것만큼 쉽게 다가서서 그의 사고와 깊은 공감을 나눌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쇼펜하우어 스스로가 말했듯이 이 책을 두 번 이상 끝까지 읽는 엄청난 인내력과 지적 정열을 지닐 때, 그리고 그의 문학적인 문체에 익숙해져 그의 언어가 지닌 내적 감수성의 깊이에 도달했을 때, 이 책에 대한 이해의 길이 열린다. 그리고 이 책은 서구의 전통적인 이성 형이상학과의 투쟁 과정과 비판, 그리고 플라톤, 칸트, 인도 철학, 다원의 생물학적 인간 이해라는 다양한 사상적 전통에 대한 수용을 통해서 성립되었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어떠한 철학적 사상과도 비교될 수 없는 독창적인 철학적 체계와 사상, 문학적인 문체들로 점철되어 있다. 그러나 그의 철학에 일관적으로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오로지 하나, 궁극적으로 해소될 수 없는 인간 삶의 본질인 고통의 근원에 대한 탐구이다. 인간의 고통의 근원을 철학적으로 탐구하려는 그의 궁극적 목적은 우주 전체를 관통하는 삶의 맹목적인 충동인 의지에 대한 자기 통찰을 함으로써, 자신의 고유한 육체성에 얽매인 이기적 성향으로부터 해방되어 연민에 의한 타자와의 연대적 감정을 통해 도덕적 삶에로 나아가는 데에 있다.
(P.282)
이 책의 저자는 먼저『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의 제1권인 표상으 로서의 세계에 대한 인식론, 즉 학문 이론을 소개한다. 저자는 텍스트 의 주요 구절들을 인용하고, 이를 해석하는 방식을 통하여 세계에 대한 인식 조건, 인식하는 오성의 역할, 지식의 가치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제2권에서는 그의 저서의 가장 핵심적 부분인 의지로서의 세계에 대한 고찰이 이루어진다. 거기서 저자는 표상의 세계의 근거를 이루고 있 는 삶의 맹목적 충동으로서의 무의식적인 의지와 의지의 가장 직접적인 표현인 신체에 대한 이론을 기초로 하여 전개되른 의지의 형이상학이라는 철학적 체계를 기본 텍스트에 근거하여 면밀히 파고들고 있다. 저자는 특히 자연에서 의지가 표현되는 최고의 단계에서 출현하는 이성의 능력에 대한 비판적 고찰과 더불어, 인간의 삶의 본질이 왜 고통일 수 밖에 없는가라는 인간 본성의 필연성에 대한 쇼펜하우어의 사색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제3권에서는 이러한 의지의 세계의 본질에 대한 탐구로서의 이념론과 이를 기초로 한 예술론이 전개된다. 예술은 의지의 현상으로서의 세계의 본원인 이념을 인식하는 수단이며. 이 인식은 삶의 고통을 진정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거기서 저자는 예술 작품, 예술가. 자연미와 숭고미에 대한 쇼펜하우어의 예술론의 입장올 미스트의 주요 문구의 인용을 통해 세밀하게 전개시기고 있다.
제4권에서는 쇼펜하우어의 고유한 윤리적 입장을 인간 자유의 가능성에 대한 물음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쇼펜하우어에게 있어서는 인간의 육체가 생존하는한 절대적인 자유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인간 자유는 상대적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고유한 육체에 얽매인 의지의 현상에 집중함으로써 생기는 이기주의로부터 벗어날 때 가능하다. 이러한 이기주의로부터의 해방은 바로 자아와 타자가 똑같은 의지의 현상이라는 통찰로부터 일어나는 감응, 즉 연민에 의해 가능하며, 이것이 덕의 본질 을 이루는 기초가 된다. 따라서 인간이 자유에 도달하기 위한 유일한 가능성은 개별적인 자아의 거부를 통해 자신의 의지를 타인, 더 나아가 우주의 근원인 보편적 의지에로 확장시키는 것이며, 이때 일어나는 자아에 대한 통찰과 타자에 대한 연민이라는 감응은 인간의 도덕적 행위 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인 것이다.
(P.2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