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6) 푸른 영혼을 위한 책읽기 교육 (2019-05)

푸른 영혼을 위한 책읽기 교육​

허병두 / 청어람미디어 / 304쪽​

​(201. 2. 10.)

기성세대가 이런 푸른 세대와 소통하는 일이 쉬울 리 없다. 그래도 안간힘을 써 보는 기성세대들의 노력은 대개 부모를 위한 자녀교육 책들을 읽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가 하면, 부모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 푸른 영혼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 주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더러 발견된다. 가족과 함께 이슬람권을 여행하고 책을 펴낸 여고생이 있는가 하면. 세 살짜리 아들을 인도로 보내는 부모 도 있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우리 청소년들을 얽매는 온갖 굴레와 벽부터 없애는 것 아닐까. 최근에 번역되어 나 온 하이타니 겐지로의 교육소설『모래밭 아이들』(양철북)은 학생에 대한 학교의 억압이 얼마나 부당하고 심각한지를 예리하게 지적한다. 도대체 우리는 그들을 키우지는 것인가, 길들이자는 것인가?

어쩌면 세대 간의 단절은 당연한 현상일지 모른다. 세상이 이렇게 빨리 바뀌는데 세대 간에 늘 소통이 잘 이루어지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기성세대와 청소년은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나이 든 아이들' 이고 '나이 어린 어른들' 이다. 우리가 청소년들을 우리 생각대로 얽매려 들지 않고 그들과의 진정한 대화를 시작한다면, 우리는 자라나는 2세에게서 앞날에 대한 희망과 함께 멋지게 깊어가는 그들 나름의 지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르줄라 하우케의『아빠. 찰리가 그러는데요』(해나무)에서 처럼 말이다.

좋은 책 읽기는 텔레파시를 제공한다. 그것은 저자와 독자, 개인과 개인 사이뿐 아니라 세대와 세대 사이의 소통까지 가능하게 해 준다. 요즘 아이들과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그들과 함께 책을 읽을 일이다. 우리가 책을 권하며 또 함께 읽을 때. 바로 그 시간이 문자와 여백, 행간으로 수놓아지는 불꽃 같은 '생의 한가운데' 다. 그때야 비로소 삶이라는 우리들의 책 또한 그 소중한 이야기를 제대로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고......

(P.25)

적어도 중 • 고등학생 정도만 되면 어떤 것이 좋은 책인지 스스로 판단할 능력을 갖고 있다. 기성세대가 할 일은 아이들 각자가 그런 능력을 스스로 찾아내고 키워 나갈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일방적이고 기계적이며 구태의연하게 만들어지고. 제시되는 추천도서목록은 아이들을 답답하게 만들 뿐이다.

가장 좋은 '추천도서목록' 은 아이들 스스로가 책을 책을 골라 읽으며 만들어 낸 자기 마음속의 목록이다. 왜냐고? 인생은 결국 삶을 살아 가는 자기 스스로가 인상 깊게 읽은 책들로 자기만의 무늬와 향기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P.49)

청소년들을 가르치다 보면 이들이 답 이전에 문제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문제가 요구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여 실패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말이다. 그래서 언제나 학생들에게 답보다 우선 문제에 집중하라고 강조한다. 답은 문제에서 나오는 것 아닌가.

계속해서 학생들에게 말한다.

“문제를 정확히 파악할 것. 글과 연관지어 생각할 때 '문제'는 곧 글의 '주제' 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과제', 좀 더 거창하게 말하면 '의제(agenda)' 가 되겠지.” 이렇게 문제와 주제, 과제 또는 의제를 서로 연결하여 설명해 준다. 좀 더 깊이 있는 설명을 덧붙일 수도 있다.

“의도는 내용과 형식을 만든다. 글에서도 마찬가지다. 글쓴이의 의도는 주제 의식이 되어 작품의 내용과 형식으로 나타난다. 그러니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 글의 이해와 해석에서 처음이자 마지 막이라고 할 수 있지. 의도를 파악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무척 흥미 있는 일이란 걸 차차 알게 될 거다.

글쓴이의 의도가 반드시 글의 내용과 일치하는 건 아니다. 의도와 실제가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지. 특히 문학작품을 포함한 예술작품의 경우에는 의도와 실제 사이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 '차이' 를 들여다보고 음미할 줄 아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

아. 그렇다고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는 말자. 쉽게 생각하면 여러분이 늘 어렵다고 느끼는 주제 찾기도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글의 주제를 찾을 때 '한마디로' 라는 말을 붙여 보면 의외로 쉬워지니까. 다시 말해. 글을 읽은 다음에 조용히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이 글은 한마디로 무엇을 말하는 걸까?' 글의 주제를 파악하라는 말은 결국 '한마디로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 답해 보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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