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5) 당나귀 귀 (2019-04) 

당나귀 귀

쎄르쥬 뻬리즈 / 문병성 / 박은영 / 문원 / 166쪽

(201. 2. 3.)

푸르쓰떼이 선생님은 물론 바보가 아니었다. 그는 내가 좀 심하게 과장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쨌든 자기 잘못으로 내가 기절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아무 말없이 다시 수업을 계속하곤 했다. 난 조용히 필에 얼굴을 묻고 조그마한 내 팔만큼의 둥지에 피난했다.

그때 죠슬린 생각이 났다. 내 여동생 죠슬린은 시실 운이 좋은 편이었다. 그 애는 머리가 좀 이상한데, 백치 같은 지경이어서 나 같은 일은 당하지 않으니 말이다. 나처럼 하루 종일 놀림을 당하고 꾸중듣는 일은 없다. 곱셈을 해야 하는 수학 문제도 없고, 사인 받아야 하는 편지도 없고, 억지로 팔아야 하는 복권 도 없다. 이런 일을 피하기 위해서 밤에는 늘 정신 착란을 일으키기만 하면 된다. 나는 바보로 태어났지만, 완전한 바보가 아닌 것이 정말 한스러웠다.

​(P.23)

내 책가방이 점점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 게다가 그 안에 편지가 들어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점점 더 무겁게 느껴졌다. 편지를 아빠한테 들이밀어야 하는 그 순간을 생각하기만 해도 어찌나 아찔한지 어깨가 빠져 나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피할 수 있는 데까지 피하다가 맨 마지막순간에 줘야지.' 하는사실 말이다.

(P.26)

빰을 맞을 때마다, 매질을 당할 때마다, 나는 열 번도 넘게 기도했다. 제발 엄마 아빠가 빨리 죽게 해달라고, 정말이지 제발 모든 불행들이 멈출 수 있도록 부모님을 죽게 해달라고 나는 기도를 했다.

'하느님, 하느님, 하늘에 계시는 나의 하느님, 저렇게 나쁜 우리 부모들을, 저렇게 악독한 우리엄마 아빠를 제발 벌해 주세

요. 가혹한 벌을 내려서 이젠 제발 저를 아프게 때리지 못하도록 해주세요. 그들이 죽어 버리도록 해주세요.'

매일 밤마다, 어떤 때는 잠도 안 자고, 열심히 기도했다. 제발, 제발, 나를 엄마 아빠의 매질로부터 구원해 달라고, 무릎을 꿇고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밤새워 간절히 기도했다.

그러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기적이 일어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하느님에게 차라리 나를 죽여

​달라고 빌었다. 내 이야기도 들어 주지 않는 거지 같은 하느님 나를 얼간이 취급하는 줄 다 알고 있어요. 하느님도 나빠요......

​ 아빠와 엄마는 언제나 그렇게 내 가까이에 있었고, 아프지도 않았다. 어떤 꼬투리를 잡아 날 때릴까 궁리하는 사람처럼 나의 모든 행동을 감시했으며. 내가 하는 일은 하나도 눈에 들어 하지 않았다. 나를 때리는 일은 그야말로 습관이 되어 버렸다.

아무런 일도 아닌 것을 가지고도 늘상 얻어터졌기 때문에, 내 머리는 맨날 호박처럼 부어 있었다. 집을 가출하겠다고 생각했을 때 떠났어야 했다. 그랬으면 훨씬 나았을 텐데. 세상의 끝 어딘가를 향해서 막 달려가 버렸어야 했다. 나를 영원히 볼수 없도록, 엄마 아빠가 나를 결코 찾을 수 없도록 그렇게 도망가 버렸어야 했다. 달리는 용달차에서, 그때 그 숲속에서 그냥 뛰어 내렸어야 했다. 그래서 미친 놈처럼 고사리 숲속이든, 가시덩쿨이든 무서워하지 않고, 시냇물이 흐르는 도랑이든 뭐든 모든 장애물을 건너뛰고, 들판을 지나 산 속 깊은 곳까지 도망쳐야 했던 것이다. 달리다가 그냥 딱 2분만 멈추어서 뒤돌아보며, 아삐에게 이거나 먹어라, 하고 내 팔을 흔들며 욕해 주고, 다시 영원히 돌아오지 않도록 도망갔어야 했다.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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