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책이다

(청소년,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허병두 / 청어람미디어 / 323쪽

(2019. 1. 30.)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 책을 나지막이 읽어 보라. 천천히 읊조리듯, 거닐 듯, 숨쉬 듯 곱씹어 보라. 처음엔 선생의 시선과 발길이 느껴지고 어느새 우리 문화유산 깊숙이 빠져 들게 될 것이다. 경쾌하고 재기 어린 발랄함 대신. 가슴 가득히 밀물이 들어서는 듯한 즐거움을 얻고 싶다면 이 책을 펴 보라. 소박하고도 유려한 문체로 다가오는 감동은 은근하면서도 길고 깊다.

대가의 글은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고 뽐내는 태도를 멀리하며 언제나 평범한 듯하나 대단히 비범하다. 눈 밝고 가슴 따뜻한 대가의 책을 읽으며, 나 역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 번이고 자문 자답했다."

사물을 풍부하게 보며 적확히 표현하는 힘을 길러 주는 책으로도 강추 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문화유산에 눈을 뜨는 '광명'의 순간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

​(P.25)

(세 가지 주문의 독서법)

'세 가지 주문의 독서법' 이란 마치 주문처럼 덧붙여 읽기가 편해서 붙여 본 이름. '왜냐하면''다시 말해' , '예를 들어' 가 바로 그 주문 내용들들인데, 문장에서 문장으로 넘어갈 때 의도적으로 덧붙이며 답하다 보면 글을 알차게 읽을 수 있다.

먼저 '왜냐하면' 주문 활용법을 알아보자. '국산품을 애용해야 한다.' 는 문장이라면 그 뒤에 '왜냐하면' 이라는 말을 덧붙여 답하며 읽는 것이다. 언뜻 쉬워 보이지만 해 보면 만만치 않다. '왜냐하면 우리 것이니까.' 식의 답이 나오기 일쑤다. 반대로 국산품을 애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문장으로 시도해도 마찬가지다.

당장 답을 내기는 어렵지만 늘 이렇게 답하려다 보면 나름의 관점에서 읽는 자세와 능력을 기를 수 있다. (물론 '왜냐하면' 의 짝인 '그러므로, 따라서' 등을 넣어서 읽는 것도 좋다.)

'다시 말해' 주문 활용법도 마찬가지다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지 전에 '다시 말해'를 주문처럼 덧붙여 읽으면 된다. 언뜻 '왜냐하면'에 비해 쉬울 것 같은데 결코 그렇지 않다. 동어 반복에 그치지 않고 다른 차원이나, 분야, 기준, 관점 등에서 새롭게 접근해야 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인가를 안다는 것은 그것을 완전히 받아들여서 다시 풀어낼 수 있 는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평소 덧붙여 읽는 자세와 능력을 기르는 것이 필수적인데, 처음에는 명언집이나 속담집에서 시작하면 무난하다. 차츰 익숙해지면 명상집이나 종교서 등을 읽으면서 곱씹어 보라.

'예를 들어' 주문 활용도 마찬가지다. 그 내용이 무엇인지 확실히 안 다면 그에 걸맞는 풍부한 사례들을 들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기존의 잘 알려진 경우를 기억해 내는 것만이 아니라 관련되는 범위와 사례들 새롭게 발견해 내는 것을 뜻한다.

이쯤 되면 '세 가지 주문의 독서법' 의 정체를 눈치챘으리라. 즉 '왜냐 하면' 과 '다시 말해' . '예를 들어' 는 제각각〈논증〉,〈상술〉,〈예시〉의 내용을 이끌며 글을 구체화하는 세 가지 대표적 방법들이다. 이는 주제의 논리적 설득력. 내용적 확장성. 관련 범위 제시와 실제 사례 제시 등과 직접 연결되기도 한다. 독서 토론을 하거나 학습 내용을 점검할 때 역시 '세 가지 주문의 독서법'으로 점겸하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다.

특히 실용문의 경우, 이들 세 가지 주문으로 시작하는 내용을 빼고 글을 쓰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래서 글을 쓰다가 막히면 이들 '세 가지 주문의 독서법' 을 떠올리면서 생각을 풀어내면 대개 해결된다고 강조하는 작문 지도 방법도 있다.​

끝으로 주의할 점. '세 가지 주문의 독서법' 은 아무래도 시간이 많아 걸린다. 또한 효과가 있다고 섣불리 강요하면 오히려 책읽기가 지겹고 골치 아플 수도 있다. 그러니 재미있고 부담 없이 시도하여 그 자체를 즐기고 자연스럽게 효과를 경험해 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P.34)

아직도 본문만 읽는가?

보통 책을 읽을 때 본문만 읽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효율적인 책읽기라고 할 수 없다. 머리말. 차례 등을 반드시 먼저 훑어 보고책을 읽는 것이 제대로 읽는 지름길이다. 미리 예측하고 있는 것도 좋다. 색인을 빼서도 안 된다.

머리말에는 흔히 책을 펴낸 동기가 담겨 있고. 배경, 목적, 내용까지도 알차게 요약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도와준 이들에 대한 감사의 글도 나온다. 이런 머리말을 주의 깊게 읽어 보라.

차례는 그 책의 내용올 핵심적으로 보여 준다. 차례를 읽을 대는 이 책이 전체적으로 무엇에 대해 쓰고 있는가. 모두 몇 부. 몇 장. 몇 절로 이루어져 있나. 각 부분은 어떤 비중으로 서술되어 있는가. 이런 것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다.

결국 좋은 글이란 꼭 있어야 할 자리에 꼭 있어야 할 만큼 있는 글이다. 이 책이 과연 어떤 내용을, 얼마나, 어느 자리에서 얘기하고 있는가를 먼저 따지면서 읽어 들어가면 책읽기의 효율을 훨씬 높일 수가 있는 것이다.

하나 더 얘기하자면 색인 또한 함께 읽어야 한다. 영어로 인덱스(index)라고 하는 색인은 책 뒤에 그 책에 나왔던 단어나 중요한 개념들을 한꺼번에 쭉 찾아 적어 놓은 것을 말한다. 색인을 잘 활용하면 여러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단 한 가지, 시나 소설 같은 문학 작품은 작가의 말이나 평론의 말을 먼저 읽는 것은 곤란하다. 잘못된 선입견을 갖게 될 수도 있고 오히려 작품 해석에 아주 좋지 않은 결과를 줄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작품을 먼저 읽는 것이 좋겠다.

(P.150)​

독후감 쓰기, 어떻게 할까

분명히 독후감이란 '책을 읽고 쓰는 글' 인데, 일고 나서도 도무지 무슨 책을 읽고 썼는지 알 수 없는 글, 아무 책에나 모두 적용될 수 있는 글을 쓰는 경우가 많다.

독후감을 쓸 때 감동적이라면 왜 그러한지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서 써야 한다. 『노인과 바다』를 읽고 그저 감동적이라고만 되뇌는 독후감은 백 번 써도 소용없다. 그 작품이 왜 감동적인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지 않으면 실체를 찾기 힘든 공허한 글이 되고 마는 것이다.

따라서 독후감을 쓸 때는 작품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근거와 주장의 형태로 엮어서 쓰는 것이 좋다. 마음에 안 찰 때도 마찬가지다. 그저 마음에 안 든다는 말만큼 불합리한 말도 없는 것이다. 그러니 어떤 형식이든 독후감을 쓰는 것이 좋다.

하지만 독후감을 쓰는 데 너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신경을 쓸 필요는 여전히 없다. 정말로 독후감을 쓰기 싫다면 쓰지 않아도 좋다. 대신 열심히 책을 읽고 머릿속에서 한마디 문장으로 정리해 보라. 한마디 문장 또한 독후감이니까!​

​(P.153)

삶의 보편적인 의미와 가치를 구현하는 책을 읽으라!​(가치관)

좋은 책이라면 적어도 삶의 보편적인 의미와 가치를 구현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책들은 어떤 책일까?​

먼저 구체적인 우리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며 공동체적인 선을 지향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책들. 현실 도피 대신 밝은 내일을 꿈꾸며 그런 미래를 만들게 도와 주는 책들. 우리 민족의 정서와 문화. 얼을 보듬으며 발전사켜 나가게 힘을 주는 책들.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편적인 진실을 중시하는 책들을 고르면 좋을 듯하다.

거꾸로 읽지 밀이야 할 책들은 현실 도피적이고,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쾌락 위주의 책들과, 인종적이며 문화적인 편견, 성차별 등으로 왜곡된 책들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나중에 제시한 '인종적, 문화적 편견, 성차별 등으로 왜곡 된 책들' 은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고는 골라내기가 쉽지 않으니 주의 바란다. '피이. 그런 책이 아직도 있나요?' 라고 할지 모르지만 아직도 이런 책들은 꽤 많다. 요컨대. 좋지 않은 책들은 가능한 한 읽지 않아야 한다. 만일 그런 책을 읽었을 경우에는 왜 읽지 말아야 할 책인지에 대해 정리하는 것이 좋다.

이상으로 좋은 책을 고르는 소개했다. 좋은 책을 골라 읽는다면 어느 새 자신이 훌쩍 커져 거목들 사이를 거닐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바로 그때 한없이 왜소한 인간 존재의 삶은 비로소 커다란 의미와 가치를 갖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세상을 바람직하게 변화시키고 있음을 또한 깨닫게 될 것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의 의미는 나를 성장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 모쪼록 좋은 책을 잘 골라서 많이 읽고 자신의 삶을 바람직하게 가꾸고 현실 을 의미 있게 바꾸어 나가기를 바란다.

(P.32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