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크리스토 백작 2

알렉상드르 뒤마 / 오증자 / 민음사 / 453쪽

(2018.12.5.)

「여기」신부는 잠시 후에 입을 열었다. 「의미심장한 법률상의 자명한 이치가 있어. 그건 아까 내가 한 말하고 꼭 들어맞는 것인데, 날 때부터 아주 나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아닌 한 인간의 본성은 원래 죄를 싫어한다는 것일세. 하지만 문명은 우리 인간에게 욕망을 주고, 죄악을 주고, 후천적 욕심을 주며, 그 결과 종종 우리의 선량한 본능을 짓누르과 우리를 악의 길로 이끌어가는 거야. 그래서 이런 격언이 나은 거지 〈범인을 찾으려거든 우선 그 범죄로 이득을 볼 사람을 찾으라〉는 말이 그거야. 자네가 없으면 이득을 볼 사람은 누구지?

(P.294)

「저것 좀 보십시오」백작은 두 청년의 손을 잡으며 말을 이었다.「저걸 좀 보세요. 저 인간의 모습이 재미있지 않습니까? 자, 저 사나이는 운명을 체념하고 단두대를 향해 걸어가서 비겁한 놈처럼 그대로 아무런 저항도 항변도 못하고 죽어갈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무엇이 그에게 다소나마 힘을 불어넣어 주 었는지 아십니까? 무엇이 그 사나이에게 위안이 되었는지 아십니까? 무엇이 그 사나이에게 체념하고 형벌을 받을 수 있게 했는지 아시겠습니까? 그것은 다른 사람이 그 고통을 함께 당한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말하자면 다른 사람이 자기와 함께 자기처럼 죽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다른 사람이 자기보다 앞서 죽을 테니까 말입니다. 양 두 마리를 도살장으로 끌고 가보십시오. 소 두 마리를 끌고 가보십시오. 그래 가지고는 그 두 마 리 중 한 놈에게 같이 온 한 마리는 죽이지 않게 되었다고 알려줘 보십시오. 그러면 양은 좋아서 매에 하고 올 것입니다 소도 너무나 기뻐서 음매하고 울 것입니다. 그런데 인간은 어떻습니까. 신이 자신의 모습과 똑같이 만들었다는 인간, 신이 이웃에 대한 사랑을 으뜸의 법으로 정해 주신 그 인간, 그리고 신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주신 그 인간은 친구가 살아나게 되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제일 먼저 외치는 소리가 대체 무엇이겠습니까? 저주올시다. 인간에게 영광이 있으라! 자연이 창조해 낸 걸작, 창조물 중의 왕인 인간이여, 영광이 있으라!」 이렇게 말하고 백작은 갑자기 껄껄 웃었다, 그러나 이 가슴이 섬뜩해지는 웃음 속에는, 이렇게 웃게 되기까지 그가 얼마나 무서운 고통을 경험했는지 능히 짐작게 하는 것이 있었다.

​ 그러나 그러는 동안에도 격투는 계속되어 보기에도 끔찍스러울 지경이었다.

두 사람의 사나이가 안드레아를 단두대 위로 끌어올렸다. 구경꾼들은 모두 그에게 반감을 품고 있었다. 그리하여 2만여 명의 목소리가 일제히「죽여라! 죽여라,」하고 소리쳤다.

프란츠는 뒤로 물러나 앉았다. 그러나 백작은 그의 팔을 잡아 다시 창문 앞에 앉혔다.

「왜 그러십니까?」백작이 프란츠에게 물었다.「불쌍해져서 그러세요? 좋습니다. 생각해 보십쇼. 만일 미친 개가 으르렁거 리는 소리를 들으면 당신은 총을 들고 거리로 뛰어나와 그 불쌍한 짐승을 용서없이 죽이실 겁니다. 그러나 개 입장에서 본다면, 결국 자기도 다른 개한테 물렸기 때문에 그 개한테 당한 일을 그대로 보복하는 것밖엔 아무 죄도 없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한 인간에게 동정을 느끼고 계십니다. 그 인간이란, 아무 한데도 물리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자기의 은인을 죽인 사람인데. 게다가 지금은 또 손이 묶여서 더는 사람을 죽일 수가 없기 때문에, 이번엔 기어이 자기와 같이 감방에 있던 불쌍한 친구가 죽는 꼴을 보겠다는 겁니다. 자, 안 됩니다. 안돼, 저 걸 좀 보세요」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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