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개발의 정석

임성순 / 민음사 / 168쪽

(2018.11.3.)

이전까지 이 부장의 세계는 아주 단순한 메커니즘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목표와 결과가 있었고, 목표를 향하는 거대한 기계는 그의 인내를 연료로 움직였다. 세상은 쓸모 있는 것과 쓸데없는 것으로 나뉘었고. 쓸모 있는 것이 아니라면 효율을 위해 버려 마땅했다. 적자생존이란 단어의 의미는 명확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쓸모 있는 것이 되어야만 했다. 이 부장은 자신의 존재 이유가 그 목표라는 것이 결과와 일치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고 믿었다. 그리하여 자신이 속해 있는 회사나 가족이 원하는 목표를 향해 달려왔다. 그런데 저 앞에 앉아 있는 수염은 다른 사명이 있다고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P.71)

“아빠 왜 늘 바빠?"

“회사에서 할 일이 많아서.”

“왜 일이 많은데?”

“아빠가 회사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니까”

“아빠가 안 필요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나랑 놀 시간이 많을 거 아니야.”

“음. 세상에는 꼭 필요한 사람과 필요 없는 사람이 있어. 필요한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고, 필요 없는 사람은 도움이 되질 않는 사람이지.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 같아?”

“남에게 도움 되는 사람의”

“그래. 그러니까 아빠도 필요한 사람이고, 도움이 되는 사 람이지.”

“그래야 좋은 사람?”

​ “응. 그러니까 너도 커서 꼭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해.”

아이가 몇 살 때였을까? 다섯 살? 여섯 살? 아이는 늘 회사에서 늦은 아빠를 기다리다 잠들곤 했다. 어느 일요일 아침, 아이는 눈곱도 떼지 않는 눈을 부비며 일요일에도 출근하는 이 부장에게 이렇게 물었더랬다.

이 부장은 가슴이 먹먹했다. 아이가 조숙하고 이기적으로 보일 정도로 세상에 대해 계산이 빠른 것은 자신 탓인지도 몰랐다. 그렇게 정석을 씹어 먹는 마음으로 매달려 성취할 삶 이란 것이 지 아비처럼 10점 만점에 3.21 정도의 행복뿐일 것 만 같아, 더더욱 가슴 아팠다.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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