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기술

책을 꿰둟어 보고 부리고 통합하라

M. J. 애들러 / 허용우 / 너머학고 / 256쪽

(2018. 9. 12.)

초중고의 다양한 학생들을 10년 넘게 가르쳐 본 결과. 학생들의 글 읽는 실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됐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방금 전에 읽은 내용에 대해 말해 보라고 하면 다시 책을 들여다봅니다. 좀 전에 읽었는데 내용을 정리해서 말하기가 어려운 것이지요. 심지어는 뭘 읽었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생각하지 않고 그냥 눈으로만 읽는 겁니다.

HOW to read a book

이런 문제를 고민하던 차에 모티머 에들러의『독서의 기술(How to read a book)』이라는 책을 접하게 됐습니다. 애들러가 미국의 학생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처음 책을 낸 것이 1940년입니다. 그 뒤 수십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독서에 대해 좋은 충고를 해 준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그리고 그의 충고에 따라 저 자신의 책 읽는 법부터 점검 하고 학생들과도 해보면서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독서의 기법들이 이 책에 바탕을 두었음을 알았습니다.

독서는 저자와 독자 사이에 벌어지는 대화이자 정신적 교류입니다. 애들러는 독서히는 과정을 투수와 포수의 관계에 비유했습니다. 좋은 투수는 다양한 공을 던질 줄 압니다. 하지만 포수가 그 공을 잘 받을 수 없다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없겠지요. 투수는 저자입니다. 일류 투수가 있고 그저 그런 투수가 있듯이 훌륭한 저자가 있고 그저 그런 저자도 있습니다. 뛰어난 투수는 직구만 던지지 않고 변회구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는 아슬아슬한 볼을 던질 줄 압니다. 포수는 독자입니다. 저자의 다양한 의견과 주장을 절묘하게 받아들이는 독자가 뛰어난 독자이고 그러기 위해서 독자도 적절한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 애들러의 주장입니다

(P.5)

이 책은 애들러의『독서의 기술』에 대한 해설서이자 안내서입니다.

애들러의 책이 서양 고전에 치우쳐 있고 낯선 말이 많다면, 이 책은 우리에게 익숙한 책들과 예문들로 쉽게 풀어 놓았습니다. 단순히 재미로 책을 읽는 사람, 빨리 읽고 많은 지식을 얻기 원하는 독자에게 이 책은 별로 와닿지 않을 것입니다. 이 책은 정말 좋은 책을 제대로 읽는 방법을 알려 줍니다. 여러 권을 읽는 기술뿐 아니라 한 권을 제대로 보는 방법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무엇보다 잡다한 요약본을 읽고 대충 아는 척하는 사람보다는 한 권을 여유 있게 음미하면서 즐길 줄 아는 독서가를 위해 썼습니다.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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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독서를 독자와 저자의 대화라고 합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요? 의심스러워하는 이 순간 저자인 저와 독자인 여러분의 대화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자는 독자를 예상하고 글을 씁니다. 독자의 궁금증을 예측할 뿐 아니라 독자의 반응을 미리 추측하고 대안도 내놓습니다. 독자 역시 궁금한 점을 저자에게 직접 묻지는 못하지만 마음속에 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궁금한 점이 저절로 풀리기도 하고, 저자가 했음직한 대답을 생각해 보기도 하지요. 또 저자의 대답에 대해 의문점이 생기면 다른책을 찾아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드디어 의문이 해소됩니다. 독자와 저자의 대화란 이런 것입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고 나이와 수준, 국경을 뛰어넘어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영혼의 대화가 이루어집니다. 이런 대화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최고의 저지들, 고전의 저자들과 만나게 되는 것이지요.

물론 이런 최고의 독서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많이 읽고 수많은 저자와 무수히 많은 대화가 오고간 뒤에야 가능한 일입니다.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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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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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수준, 기초적 읽기)

대체로 초등학교 저학년은 독서의 제1수준, 기초적 읽기 수준에 있거나 아직 거기에도 못 미칠 것입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중에서도 기초적 읽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학생들이 있긴 하지만, 대체로 5~6학년이라면 제1수준에는 익숙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어와 문장 수준에서 글의 기본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는 단계입니다.

- 단어의 뜻과 문장을 정확히 이해한다.

- 너무 느리게 읽거나 건성으로 읽는 습관이 배지 않도록 주의할 것!

(P.30)

(제2수준)​

독서의 제2수준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습니다. 대체로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이 단계를 완료해야 하지만 소수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이 단계에서 멈춥니다. 여러분도 여기에 속할 가능성이 높아요.

독서의 제2수준은 책의 수준에서 볼 때 중급 단계에 해당합니다. 독서의 제2수준은 좋아하는 책에 대한 편식이 심하고 어려운 책을 깊이 있게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단계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더 이상 우리 문학에 대해 관심도 없고 우리의 단편 소설은 골치 아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책이라는 말만 들어도 입시 공부처럼 지겨워지고 책이라면 일 년에 겨우 한 권이나 읽을까 말까 하게 되지요. 자발적으로 책을 읽는 일은 거의 없고, 드라마를 더 좋아합니다.

독서의 제2수준살펴 읽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살펴 읽기란 미리 읽기라고도 할 수 있는데 책의 표면을 체계적으로 샅샅이 훑어보는 것을 말합니다. 절대로 대충 읽는 것이 아닙니다. 정해진 시간에 일정한 분량의 책을 읽어 낸다면 살펴 읽기를 할 줄 아는 것입니다.

살펴 읽기를 소홀히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책의 목차는 보지 않은 채 첫 장부터 차근차근 읽어 나가는데, 바로 이것이 쉬운 책을 어렵게 읽는 원인이 됩니다. 책을 '이해하려고 애쓰면서' 동시에 '책 전체가 무엇에 대한 이야기인지' 알아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쉬운 책이 어렵고 복잡하게 느끼지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에요.

살펴 읽기

• 15분~30분 안에 책 한 권을 다 읽고 최대한 많은 내펑-을 파악한다.

​(P.32)

(제3수준)

책읽기의 고급 단계, 그리고 고수를 향하여

독서의 제3수준분석하며 읽기입니다. 좀 복잡하게, 그리고 조직적으로 읽는 고급 단계로 철저하게 읽기, 완벽하게 읽기, 할 수 있는 한 가장 잘 읽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2수준과 가장 큰 차이는 시간 제한 없이 읽는 것입니다.고등학생 정도면 거뜬히 올라야 할 수준이지요.

일단 분석하며 읽기의 요점을 말하자면 읽으면서 많은 질문. 체계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베이컨은 “어떤 책은 맛보는 것으로 충분하고, 어떤 책은 삼키면 되지만 간혹 잘 씹어서 소화시켜야 들는 소수의 책이 있다”고 했습니다. 잘 씹어서 소화시켜야 하는 책은 분석적으로 읽어야 합니다. 만일 분석적으로 읽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다면 높은 수준의 책을 읽을 때 중요한 것들을 많이 놓칠 수밖에 없습니다.

분석하며 읽기를 해내려면 자신이 정말 읽고 싶고 이해하고 싶은 책을 골라낼 수 있어야 합니다. 독자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책 중에서 정말 원히는 책을 골라서 탐독할 준비가 되어 있을 때 분석하며 읽 는것이 가능해집니다. 서점에 가 보면 편안히 자리를 잡고 앉아 독서 삼매경에 빠진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서가를 찬찬히 살펴보다가 원하는 책을 뽑고 선 채로 한 시간을 훌쩍 넘기는 독서광들도 종종 있지요.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저자와의 대화가 가능합니다.

(P.33)

고전 사상서를 즐기는 독자는 독서의 가장 높은 경지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전이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하지만 정작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라는 말이 있지요. 좋은 책이긴 하지만 읽기에는 결코 만만치 않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책을 즐겨 읽는 독자야말로 독서의 고수라고 할 수 있어요.

독서의 고수에 속하는 독지들은 독서의 제4수준, 통합적 읽기가 가능합니다. 고전을 읽는다고 해서 바로 통합적 읽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고전을 즐길 수 있는 독자는 통합적 읽기에서 요구되는 독해력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읽기 어려운 고전을 즐겁게 술술 읽는다면 통합적 읽기의 복잡하고 체계적인 읽기, 비교하며 읽기를 소화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책의 내용이 쉽다고 해서 통합적 읽기가 쉬운 것은 아닙니다. 통합적 읽기는 한 권의 책만 읽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통합적 읽기는 하나의 주제로 수많은 책을 연결시키고 서로 비교해가 면서 읽는것을 말합니다. 게다가 읽은 내용만을 서로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책에서도 발견하지 못한 주제를 찾아내고 분석하는 작업을 말하기도 합니다. 통합적 읽기는 가장 어렵지만 가장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독서 단계입니다. 이 단계를 무난히 소화하면 대학생이나 대학원생 못지않게 논문도 너끈히 쓸 수 있을 것입니다.

<분석하며 읽기>

• 충분한 시간을 들여 책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읽는다.

<통합적 읽기>

•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여러 권의 책을 비교하면서 읽어야 한다.

(P.36)

(살펴읽기)

살펴 읽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비효율적인 독서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기 쉽습니다. 더군다나 특정한 결과물이 요구될 때는 심하게 허등댑니다. 독서 탐구 과제물에 쩔쩔 맬 뿐만 아니라 만족스러운 시험 성적을 얻기도 어렵습니다. 시험 공부할 때 무슨 말인지 의미도 모른 채 무작정 외우기 때문이지요. 그런 독자들이라면 독서의 제2수준, '살펴 읽기'에 집중해 보기 바랍니다.

먼저 자신의 생활을 돌아봅시다. 여러분은 책 읽을 시간이 충분한가요? 아마도 부족한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읽을 책은 스스로 선택하고 있나요? 아마도 다양한 추천도서 목록에 의지하고 있겠지요. 한 권의 책을 끝까지 읽는 편인가요? 중간에 그만둔 책이 더 많을 것입 니다.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둔 읽기가 바로 살펴 읽기입니다.

짧은시간에 충분한 독서의 효과를 얻고, 스스로 좋은 책을 선택하는 안목을 키우며, 좋은 책을 끝까지 읽는 것이 살펴 읽기의 목적입니다. 살펴 읽기는 2단계로 나눕니다. 귀중한 시간을 투자할 만한 책인 지 아닌지 결정하고 빠르게 핵심을 파악하는 1단계와, 책 전체의 구조를 파악하면서 일단 한 번 읽어 보는 2단계가 있습니다.

<살펴 읽기의 효과>

• 짧은 시간에 독서의 효과를 최대한 많이 얻는다.

• 좋은 책을 선택하는 안목을 키운다.

• 좋은 책을 끝까지 읽게 된다.

(P.48)

​​

지식을 전달하는 책들은 특히 살펴 읽기가 중요합니다. 지식을 다루는 책들을 처음부터 제대로 이해하면서 읽겠다고 덤비는 것은 아예 읽지 않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흔히 과학교양서로 추천되고 있는 책들 가운데도 개념과 원리를 파고들다 보면 몇 장을 넘기지 못할 만큼 어려운 책들이 많습니다.『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나 『E=mc2』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읽기란 쉽지 않지요. 앨빈 토플러의『부의 미래』나 애덤 스미스의『국부론』같은 사회과학 서적도 결코 만만치 않아요. 완전히 이해하며 읽는다는 목표는 좀 더 세밀하게 읽는 '분석하며 읽기'에서 세우기로 하고, 여기서는 일단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할 수 있는 부분 을 중심으로 읽어 중요한 핵심을 수확히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세계사 관련 고과서나 교양서들은 전체적인 체계와 맥락을 팡하고 시대의 흐름과 중요한 사건들, 핵심적인 개념들에 익숙해지는 것 자제가 공부이기 때문에 일단 한 번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서양 고전의 살펴 읽기는 분량이 어느 정도 인지, 대략 어떤 체계로 쓰였는지, 어떤 말들이 나오는지 살필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게 해 주는 것이지요. 고전은 한 번이라도 끝까지 읽은 사람이 드문 만큼 살펴 읽기를 한다면 대단한 첫발을 디딘 셈입니다.

(P.58)

살펴 읽기 단계부터 메모하는 습관을

살펴 읽기 1단계에서는 책에 메모를 할 수 없으므로 따로 자신의 기록장에 간단히 정리한다. 살펴 읽기 2단계에서는 책에 메모하는 것이 편리하지만 불필요한 메모까지 너무 많이 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뭔가 의문이 들면 간단히 물음표(?)로 표시해 두거나 조그마한 포스트잇을 불인 뒤 나중에 제대로 읽을 때 정리하는 것이 좋다. 전체적인 내용 파악이 너무 어려운 책이라면 장별로 요약한다. 이때 중요한 개념에는 동그라미(ㅇ)로 표시하고 중요 문장에는 간단히 밑줄(-)을 긋는다. 핵심을 요약하는 문장 또는 구절이 있으면 옆의 여력에 별(*) 표시 등을 한다.

(P.61)

​​

책의 구조를 세부적으로 요약 정리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전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함입니다. 사실 짧은 몇 문장으로 책을 정리했다고 해서 내용을 다 안다고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대충 짐작으로 책 내용을 파악하는 것은 우리의 목표가 아닙니다 독해 능력과 이해 능력을 저자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진짜 목표이지요. 이때 효과적인 훈련이 바로 체계적인 요약 정리입니다. 문제는 요약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하느냐에 있습니다. 요약은 목차에 따라 상세하게 할수록 좋습니다. 짧은 몇 문장으로 책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우선 세부적인 내용 요약이 치밀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책이그다지 어렵지 않다면 대강 장별로 요약해도 괜찮지만, 어려운 책 이라면 장별, 소제목별, 문단별로 번호를 붙여 가면서 상세하게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다가 책 한 권 읽는 데 몇 년씩 걸리면 어쩌지?”라는 의문이 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실제로 200권짜리 책을 매일 한 시긴씩 그런 식으로 읽는 데는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습니다.

(P.74)

책 전체를 세부적으로 요약 정리하면서 읽은 뒤 한두 문장으로 요약했다면 저자가 했음직한 질문을 저절로 알아차리게 됩니다. 책의 내용은 결국 어떤 질문으로 모아집니다. 책을 통해서 저자가 말하려고 했던 것, 해결하려고 했던 질문으로 말이지요.

이것이 '분석하며 읽기'의 첫 번째 단계입니다. 저자의 질문을 알아 내고 책의 내용을 자세히 요약하면서 그 답을 찾았다면 여러분은 이 단계를 무사히 해낸 것이고 정말 대단한 독자라 할 수 있습니다.

(요약 정리의 요령)

• 목차에 따라 상세히 한다.

• 어려운 책이라면 장별. 소제목별. 문단별로 꼼꼼히 요약한다.

• 저자가 했음직한 질문과 답변을 찾아낸다.

(P.75)

다음의 질문에 명쾌하 게 대답하지 못하는 독자라면 적어도 한 번은 더 읽어야 합니다.

요컨대 “저자가 해명하려고 했던 문제가 과연 제대로 설명되었나? 혹시 해명하지 못하고 남은 과제는 없는가?” 라는 질문을 해 봅니다. 다시 말해서 분석하며 읽기 제1단계에서 제기되었던 저자의 질문에 대해 책이 제대로 답변했는지, 미해결된 과제는 없는지 밝힐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이런 질문에 충분히 대답할 수 있다면 분석하며 읽기의 제2단계가 이미 끝났다고 봐도 됩니다. 일단 다음 사항을 점검해 봅니다.

먼저, 저자가 사용하는 핵심 개념을 정확하게 짚어 냈나요? 개념이란 것은 기존 것과는 다르게 흔히 저자의 말로 새롭게 정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독지는 저자가 설명하는 방식에 따라 용어를 정의한 뒤 자신의 말로 풀어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핵심 개념을 사용해 예를 들거나 비유적으로 다시 설명할 수 있어야지요 그럴 수 없다면 저자의 핵심 개념을 이해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두번째로, 저자의 핵심 주장을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나요? 앞서 살펴본 개념들이 잘 통합돼 하나의 주장을 이를 수 있어야 합니다.

세 번째로, 핵심 주장을 뒷받침할 논증을 재구성할 수 있나요? 반드시 책의 구성 순서를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 논증의 내적 흐름만 잘 따르면 됩니다. 만일 여러분이 책을 제대로 읽었다면 충분히 재구성 할수 있을 것입니다.

끝으로,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문제의식을 충분히드러냈고 그에 대한 해답도 제시했나요? 만일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면 저자가 이를 알고 있는지 모르고 넘어갔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어떤가요? 쉬운 줄 알았는데 대답하기가 좀 어려운가요? 어려운 것이 당연합니다. 어려운 책을 자기 힘으로 독파하는 실력을 기르는 과정이 결코 쉬운 건 아니지요. 그러나 이런 난관을 이겨 내야만 우리 앞에 인류의 보물 창고가 열리고, 우리의 사고력 또한 성장하게 됩니다. 좀 어렵더라도 여기에서 말하는 방법대로 따라해 보세요. 꼭 그대로 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원칙에 따르려고 하는 것 자체가 중요 하니까요.

​(P.80)

핵심을 읽고 명제를 찾아내다

앞서 우리는 단어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여기서 단어는 단 지 말이 아니라 책 전체를 이끌어 가는 아주 중요한 씨앗에 해당하는 개념을 말합니다. 이 개념이 싹이 터서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뻗으려면 문장의 단계로 넘어가야 합니다. 핵심 개념은 반드시 다른 주변 개념으로 가지를 쳐서 문장을 만듭니다. 따라서 핵심 개념을 잡았다면 그 개념과 연관된 명제를 찾아야 합니다. 눈에 보이는 문장과 글 속에 담긴 명제를 구별하라는 말입니다. 문단은 낱낱의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문장에 담긴 속뜻을 찾아내는 것을 명제를 찾아낸다고 합니다.

먼저 중요한 문장을 찾아야 합니다. 중요한 문장은 문단의 앞이나 뒤에 제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쳬계적인 글은 특히 중심 문장을 선명히 제시합니다. 그러나 어렵다고 소문난 책은 어려운 문장이 중심 문장인 경우가 많습니다. 또 문단의 중심 내용을 찾는 것뿐 아니라 책을 이해하는 데도, 쉬운 문장보다는 뭔가 어렵게 느껴지는 문장에 단서가 있을 때가 많습니다. 저자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어려운 문장을 통해서 나타나는 것이지요 그런 문장을 대충 지나치지 않도록 주의 하세요. 앞서 살펴 읽기의 원칙은 어땠나요? 모르는 것은 모로는 대로 지나치고 나는 것에 집중하라고 했지요. 그러나 지금은 모르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그것이 중요한 문장일 경우는 꼼꼼히 생각하면서 읽어야 합니다. 어려운 책을 읽을 때는 반드시 어려운 부분에 표시를 해 가면서 읽어야 합니다. 기왕이면 공책에 정리하면서 읽는 것이 더 좋지요. 특히 중요한 문장에 들어 있는 중요한 명제를 찾아서 정리해야 합 니다.

특히 복잡한 문장들은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명제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그 각각을 분석해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각각의 명제들을 하나씩 찾아내어 정리하면 복잡한 문장의 복잡한 내용을 명쾌하게 이해한 수 있습니다.

(P.86)

1. 저자의 '근거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는 경우는 저자가 자신이 말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 정보가 부족하드는 뜻입니다.

2. '잘못 알고 있는 정보가 있다.'는 말은 주장의 근거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잘못되었다는 것입니다. 고거의 잘못된 정보나 왜곡된 정보를 근거로 내세우는 경우이지요.

3. '논리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말 그대로 논리에 오류가 있다는 말입니다. 이런 오류는 뛰어난 저자들에게서는 잘 발견되지 않습니다. 논리는 마치 수학과 같아서 조금만 치밀하게 생각하면 실수를 피할 수 있기 때문에 뛰어난 저자들이라면 좀처럼 이런 실수를 하지 않습니다.

이런 오류를 벗어나려면, 먼저 글이 독자의 숨은 욕망과 이기심을 자극하지는 않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4. '완전하지 않다.'고 하는 것은 저자가 자신이 제기한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지 못했다는 말입니다. 자신의 주장에 걸맞게 자료를 최대한 활용하지 못했거나 자신의 주장이 가져올 결과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경우입니다. 이는 저자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는 저자의 한계에 대한 비평으로 좀 더 보완을 요구합니다.

이상의 분석하며 읽기와 원칙들은 그야말로 원칙입니다. 실제로 이렇게 읽어내는 사람은 거의 없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 원칙을 최대한 지키려는 태도예요 잘 지키려고 노력할수록 훌륭 한 독자가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훌륭한 학생이 훌륭한 교사가 될 수 있는 것처럼 훌륭한 독자가 훌륭한 저자가 될 수 있답니다.

(P.109)

과학 서적으로 우리도 충분히 생각하면서 읽을 만한 대중서가 있습니다. 리처드 도킨스의『이기적 유전자』, 레이첼 카슨의『침묵의 봄』,『우리를 둘러싼 바다』같은 책은 여러분도 충분히 읽을 수 있습니다. 또한 현대의 과학자들이 청소년을 위해서 간략히 요약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논술용 과학서들도 충분히 읽을 만합니다. 이런 과학서를 읽을 때는 분석하며 읽기를 적용하면서 요약하며 읽으면 됩니다. 저자가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대상으로 어떤 설명을하는지 정리하고 남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읽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알게 된 사실과 함께 새롭게 떠오른 의문과 탐구 주제를 메모해 둡니다. 이는 언젠가 새로운 연구 주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P.185)

​​

사회과학이 모두에게 친숙하디는 점은 사회과학 서적을 제대로 읽는 데는 장애물로 작용합니다. 왜 그럴까요? 잘 알고 있으면 더 좋은 것이 아닐까요? 그러나 누구나 자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 하는 분야에서는 선입견이 생깁니다. 맞고 들리고를 떠나서 어떤 선입견을 갖고 책을 읽게 되면 저자의 의견을 받아들이기에 앞서 먼저 비판부터 하게 됩니다. 결국 책을 온전히 읽기도 전에 덮어 버리고, 읽더라도 성급히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무조건 찬성하고 조금 다르다고 생각하면 무조건 반대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자신와 의견도 존중하고 책도 정당하게 평가하면서 읽으려면, 먼저 자신의 의견을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주제에 대해 자신이 어떤 입장을 지니고 있는지 먼저 자신에게 물어 보세요. 자신과 저자의 의견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나서 책을 읽기 시작하세요. 그래야 자신이 어떤 선입견에 빠져 있는지도 깨달을 수 있습니다.

(P.211)

보고서 및 논술의 발판이 되는 독서법

지금까지 우리는 책을 읽는 세 가지 수준에 대해 배웠습니다. 살펴 읽고. 분석하며 읽고. 그리고 비판하며 읽는 것을 해 보았지요. 또 그것을 각 분야의 책에 어떻게 적용하는지도 알아봤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통합적으로 읽는 것을 알아볼 차례입니다. 통합적으로 읽기는 우리가 책을 읽는 진정한 이유를 깨닫게 해 줍니다. 우리가 책을 읽는 것은 어떤 내용을 그대로 암기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단지 책은 도구일 뿐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진실이고 진리이지요 진실은 한 권의 책에만 담겨 있지 않습니다. 진실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 이고 그것이 바로 통합적 읽기의 핵심입니다.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다는 것이 흔히 말하는 다독은 아닙니다. 보통 다독이라고 하면 많은 책을 서로 연관성 없이 빠른 속도로 읽는 것을 말하지요. 여기서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다고 하는 것은 한 가지 주제로 통합된 책읽기를 가리킵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 권 한 권의 책을 반드시 정독하면서 읽는 것은 아닙니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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