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불복종 - 저항과 자유의 길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35
오현철 지음 / 책세상 / 200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책세상문고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얇은 문고판에 우리시대의 쟁점이 될만한 주제를 소장 학자의 목소리로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세상문고 중 '고전의 세계'와 '세계문학' 보다 '우리시대'에 손이 가는 까닭이기도 하다. '우리시대' 시리즈는 외국이론의 소개보다는 필자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를 마련한다. 현재의 우리의 관점에서 우리의 현실을 고민해보는 장점이 있다.


 시민불복종-저항과 자유의 길, 오현철 저-도 우리시대의 시민불복종을 알아보기 위하여 선택했다. 이 책도 책세상문고의 우리시대의 기획방향처럼 시민불복종의 현재 의미를 담았다. 다만 그 현재가 2001년 책이 출판될 당시라 문제이지만 말이다. 이 책은 2000년 총선 당시 시민사회단체가 중심이 된 낙천낙선운동의 배경이 된 시민불복종을 소개하는 데 목표를 둔다. 


 시민불복종은 이론의 문제로 출발하지 않고 현실의 문제로 등장했다. 국가 공권력을 대표하는 법을 어기면서 행해졌기(또는 행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민불복종 사건 하나하나는 그 사회의 도덕기준의 바로미터가 된다. 이 책 3장의 세계사 속의 시민불복종은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시민불복종의 양상을 엿보고 그 사회의 수준을 살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흥미롭다.


 현실속 시민불복종도 중요하지만, 이 책은 시민불복종의 이론적 논의도 상당 부분 할애한다. 2장의 시민불복종의 성격과 4장 시민불복종의 정당화와 재정의, 그리고 5장 시민불복종의 정당성 비판에 대한 반론은 그 결과물이다. 다만 그 이론적 논의가 짧은 책의 분량에 비해 너무 많다는 게 흠이다. 저자의 학문적 약력을 보면 석사와 박사 각각 롤즈와 하버마스를 주제로 논문을 썼다. 그 둘의 논의를 몇 절에 걸쳐 요약한 건 욕심이 과했다. 특히 하버마스의 정당화부분은 내용이 상당히 취약하다. 


  문고판에 모든 것을 집어넣으려는 욕심이 책에서 보인다. 시민불복종의 이론적 논의, 그리고 실천적 논의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저자의 시민불복종에 대한 입장이 모호하다. '외국의 논의는 이러저러하다는 것은 알겠다. 그렇다면 당신의 생각은 무엇인가?' 6장에 대략적으로 낙선낙천운동에 대한 반론으로 저자의 생각이 드러나는 듯 하지만 동어반복적이다. 좋은 책이 되려면 저자의 '시민불복종'에 대한 정당화논의가 따로 마련해야 한다. 


 벌써 이 책이 출판된지가 꽤 시간이 흘렀다. 2001년에 1쇄를 펴낸지 벌써 10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과거의 시민불복종은 이랬다면 그 이후 우리는 어떤 시민불복종을 겪었을까. 이 책은 작년까지 5쇄를 찍고 있다. 이 책은 꾸준히 독자의 손에서 읽히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부지런한 독자라면 도서관 논문을 찾아서라도 읽어보겠지만, 나처럼 일상에 치인 사람은 그 정도의 발품은 못 판다. 저자의 후속 저작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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