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이하 앨리스)'를 문득 생각한 곳은 폭력이 난무하던 군대였다.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에 흰토끼를 따라 무작정 들어온 것처럼 나 또한 국방의 의무라는 의무감에 무작정 군입대를 감행했다. 그때 내가 '앨리스'를 생각하게 만든 것은 '앨리스'가 주는 이상함과 기괴함 그리고 공포감이 군대와 어울려서 였다.
그러나 군입대 초부터 내 머리를 떠놀던 '앨리스'를 그 이전까지 한번도 정식으로 읽어보지 못했다. 막연하게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자면 '앨리스'의 이미지는 '앨리스'를 극화한 애니메이션을 통해서였다. 그 애니메이션에서조차 '앨리스'의 이미지는 개연성은 뒤로 하고 이상함으로 번벅이된 세계였다. 뒤에 '앨리스'를 읽고 알았지만 애니메이션에서 도마뱀 리틀 빌을 들고 '앨리스'의 주인공들이 합창하던 노래만이 내가 기억하는 '앨리스'의 전부였다.(실제로 '앨리스'에는 애니메이션의 이 장면은 없다)
군대를 제대하고 '앨리스'는 언젠가 읽어봐야 할 의무감에 팽개친 책이었다. 아마 작가라는 칭호를 탐내 책을 기획하지 않았다면 영원히 내 머리속에는 군대라는 트라우마에 갇힌 책이 되었을 것이다. '앨리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그것이 철학으로 포장이 되어있건 아니건간에 군대가 주는 낯선 이질감에서 느꼈던 두려움이 출발이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군대를 제대하고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내 한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
'앨리스'에 대해서 나는 무엇을 쓰려 했을까? 처음에 내가 잡았던 구상은 '이상한 나라에서 살아남기'였다. 그것은 군대라는 트라우마가 여전히 내 머리속에서 떨어지지 않아서 일 듯 하다. '살아남는다'는 말에서 엿보듯 나는 항상 집안의 대소사에 갇혀 숨막혀했다. 그러나 처음의 기획안은 '이상한 나라에서 성장하기'로 바뀌고 말았다. '앨리스'를 단순히 공포감을 던지는 책에서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성장담으로 이해하는 것으로 내 생각이 바껴서이다. 그리고 그 성장담은 '앨리스'를 온전히 이해하고자 하는 어른의 눈으로 바라본 성장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