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자서전 - 상
버트런드 러셀 지음, 송은경 옮김 / 사회평론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나는 일기나 자서전 등 개인적 삶에 치우친 글을 읽기를 싫어한다. 자신의 삶을 대중에게 공개해 평가를 받을 만한 의미있는 인물이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지금까지 읽어본 자서전이라고 해봤자 공병우의 '나는 내식대로 살았다' 정도이다. 그런데 여기서 의미있는 자서전 한 권을 추가해야 겠다. 바로 러셀의 자서전이다.
 

 러셀의 자서전의 의미는 이미 그의 프롤로그에 잘 나타나 있다.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연민이야말로 러셀의 인생을 지배해온 열정이었다. 자서전 전체에 걸쳐 러셀이 어떻게 이 가치를 위하여 살아왔는지가 잘 나타나 있다. 자기 자신의 입을 통해서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주고받은 서신에서 그의 삶의 열정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러셀이야말로 자신의 가치를 공동체의 삶과 연결시키는 방법을 안 사람이다. 러셀의 삶에 '멋있다'는 수식어를 붙이는 게 주저하지 않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신을 위해서 사는 사람은 많지만 타인을 위해 자신의 삶을 연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러셀의 첫 번째, 두 번째 가치와 더불어 세 번째 가치가 더욱 중요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자서전 1권에서는 러셀 스스로 세 가치에 눈뜨는 과정이 드러나 있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사랑과 지식에 눈뜨고 1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평화운동을 전개하며 연민에 눈뜬다. 자서전이 점차 중년기와 노년기로 들어갈수록 러셀의 삶은 정치적 삶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3권에 이르러서는 개인적인 에피소드보다는 시민불복종운동과 반전운동의 공적인 삶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개인적으로 1권이 자서전 2권과 3권에 비해 재미있다. 러셀과 친분있던 사람들의 속속을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가 많기 때문이다. 러셀 스스로 3권 머리말에 밝히고 있듯이 명예훼손 등을 염려해 뒤로 갈수록 다른 사람과 얽힌 사적인 이야기의 비중이 줄어든다. 그러나 공동체 삶을 위해 헌신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3권이야말로 러셀이 오늘날까지 생생하게 기억되는 이유이다. 한 인물이 살아온 여정을 보면서 삶의 가치를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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