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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논리학
앤서니 그레일링 지음, 이윤일 옮김 / 북코리아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철학공부가 힘든 이유는 철학의 각 영역이 서로 얽혀 있어 실타래를 푸는데 내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각 영역은 다른 영역의 이해가 부분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그 내공을 키우는데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그랠링의 책은 철학적 논리학의 영역에서 이 실타래를 푸는데 더할나이 없이 좋은 책이다. 명제, 분석성, 필연성, 선험성, 존재, 전제, 기술, 진리, 의미, 지시, 실재론, 반실재론 등의 철학적 주제를 저자의 내공을 담아 충실히 전달하는 책은 드문 것 같다.
물론 이 책은 사다리를 올라가기 위한 첫 발판만을 제공할 따름이다. 저자가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의 각 장은 그 장의 주제로 한권의 입문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전체 9장에서 8장 까지 각 주제를 자신의 관점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공정하게 논의의 배경을 전달한다. 그리고 마지막 9장에 이르러서야 자신의 입장을 직접적으로 개진한다. 적어도 관심있는 주제를 펼치고 해당 주제의 숲 조망을 얻는데 좋은 안내서이다.
그러나 이 책은 철학의 완전한 초보자를 위한 책은 아니다. 적어도 이 영역에 약간의 지식이 있거나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독자만을 위한 책이다. 각 장은 앞서 언급했듯이 그 하나로도 상당한 논의거리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독파하기에는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각 장의 처음 절에서는 쉬운 주제를 배치하기는 했으나 그 역시 상대적이기 때문에 초보자에게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듯하다. 공부방법으로서 약간의 팁을 제공한다면 색인을 이용하여 관심있는 철학자나 주제를 찾아가면서 공부를 해보는 게 좋다.(한글색인이 자세히 정리되어 해당 주제나 철학자의 견해를 종합하며 읽어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
다른 철학영역뿐만 아니라 철학적 논리학을 위한 한국어로 된 좋은 입문서가 드물기 때문에 외국어로 된 입문서를 선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기본적으로 번역되어야 할 책도 번역서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 그 핵심에 접근하기 힘든 게 우리의 현실이다. 좋은 입문서를 만나게 되어 기쁘지만 이 책도 번역상 약간의 오자, 탈자 등이 보인다. 마지막 교정에서 조금 더 신경을 썼다면 좋았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