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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철학이다 - 에이나 외버렝겟의 행복론
에이나 외버렝겟 지음, 손화수 옮김 / 꽃삽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파랑새는 있다? 없다?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파랑새’는 어린 시절 한번쯤 읽어봤을 책이다. 크리스마스 전날 밤아픈 딸을 위해 파랑새를 찾아달라는 할머니의 부탁을 받고 틸틸과 미틸은 여행을 떠난다. 빛의 요정을 만나 파랑새가 밤의 궁전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찾아가지만 파랑새는 궁전을 나오자마자 죽는다. 행복의 정원에서 만난 행복의 요정은 낭비, 사치에 물든 껍데기일 뿐이다. 남매는 여행도중 어디에서도 파랑새를 찾을 수 없다. 틸틸과 미틸이 간절히 찾던 파랑새를 발견한 장소는 다름아닌 집의 새장에서이다. 새장에서 새를 꺼내자 새는 파랑새로 변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이다. 새장을 열자 파랑새는 날아가 버린다. 하지만 남매는 좌절하지 않는다. 파랑새는 멀리 있지 않고 우리 곁에 어딘가에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행복합니까?
행복이란 틸틸과 미틸이 애타게 구하던 파랑새마냥 우리 가까이에 있을지 모른다. 에이나 외버렝겟의 ‘행복은 철학이다’는 행복을 파랑새처럼 바라본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어항속 물고기가 물을 의식하지 못하든 우리는 행복을 애써 찾지 않을 뿐이다. 저자의 탐구는 생활에서 시작한다. 첫 장에서 묻는 “당신은 행복합니까?”는 꽤 당황스럽다. 작가의 딸이 영어를 배우고 지나가는 이에게 물었다던 질문은 잠시 우리를 멈추게 한다. 한번이라도 행복을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있던가. 행복과잉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진정 자신이 원하는 행복한 삶을 모른다. 대부분 우리가 답하는 행복이란 미디어로부터 조작된 이미지로 떠돈다. 작가는 행복을 찾기 위해서 내 자신 밖 신도, 행운에 의존하지 않는다. 행복찾기의 출발은 나이다.
마술과 철학
이 책은 마술처럼 행복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마술가가 모자에서 토끼를 뽑아내듯 행복을 끄집어내지 않는다. 행복이란 신비스런 베일에 싸여 있지 않다. 우리의 일상에서 찾아야 한다. 철학자인 저자는 행복의 정체를 탐구한다. ‘행복은 철학이다’의 장점은 여기에 있다. 행복해야 할 이유를 묻고 행복이란 무엇인지를 대답한다. 작가는 행복을 성찰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행복의 조건을 이야기한다. 책에서 빈번한 질문은 독자의 생각을 독려한다. 자신이 생각한 행복은 단순히 목표달성에 그치지 않는다. 행복이란 영원히 소유할 수 없는 파랑새와 같다. 현재, 나의 삶에서 끝없이 찾아야 한다.
행복의 얼굴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에서 모든 행복한 가족은 비슷한 모습을 지니는 데 비해 불행한 가족은 각기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타인의 행복에 관심이 없다. 불행의 모습이 쉽게 눈에 들어올 뿐이다. 타인의 행복에서 나의 행복을 찾지 않는다. 인간 존재가 홉스가 말하듯 이기적 존재여서 욕구 또는 욕망을 채우기에 급급해서 일까. 물질문명의 풍요 때문에 곳간에 채워 넣을 곡식이 너무 많다. 하지만 작가가 지적하듯이 이것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우리가 행복을 맛보지 못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끊임없이 채우려 하기에 그리고 물질만족에 자신을 내맡기기 때문이다. 러셀이 이야기하는 돼지고기에 질린 소시지기계마냥 채워도 채울 수 없는 허전함만이 남는다.
행복하지만 행복을 모르는 당신에게
저자가 말하는 행복의 비결은 단순하다. 행복이란 단독으로 그 존재의 의미를 얻지 못한다. 불행이란 동전의 양면이 있을 때 행복은 의미있다. 행복이 값진 이유는 불행이란 고통을 맛보기 때문이다. 행복과 불행은 모순이 아니다. 행복과 불행의 양 극단을 우리는 서성거린다. 불행의 거울에 비춰볼 때 행복은 분명하다. 우리가 행복해지려면 우리 자신에게서 시작하라. 지금의 나를 받아들여라. 세네카의 조언처럼 현재 소유하고 있는 것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온 세상을 소유해도 행복하지 못할 것이다. 자유의지를 지닌 존재로서 미래가 아닌 현재에 집중할 때 행복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게 된다. 행복하지만 행복을 모르는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