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현대 사회 - 인간과 철학
찰스 테일러 지음, 송영배 옮김 / 이학사 / 200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불안이라는 유령이 주변을 떠돈다
불안은 우리시대의 키워드이다. 삶의 낙관 대신 절망이 앞을 가린다. 내일이 없다는 믿음에 달라붙어 이 유령은 우리를 끈질기게 따라다닌다. 한국사회도 보이지 않는 이 불청객에 자유롭지 못하다. 작년 한국 사회를 강타했던 ‘정의’라는 화두도 그 배경에 불안이 자리잡고 있다. 미친 세상에 살아남기 위해서 부조리의 원인을 탐구해야 한다. 찰스 테일러의 ‘불안한 현대사회’는 우리시대 자화상의 현재와 해법을 제시한다. 짧은 분량(150쪽)에 담긴 저자의 통찰은 대단하다. 발간된 지 이미 10여년이 넘은 책이지만, 일반 독자에게 현대사회의 지평을 조망하는데 나치반 역할을 한다. 이 책의 모태가 캐나다방송(CBS)의 강연이기에 일반 독자가 읽고 이해하는데 어렵지 않다.

나르시시즘에 빠진 현대사회
찰스 테일러가 이 책에서 진단하는 현대사회 병폐의 원인은 몇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개인주의의 확산으로 왜곡된 ‘자기실현성(authenticity)’ 이다. 둘째, 도구적 이성이다. 셋째, 앞선 자유의 상실이다. 저자는 그 중에서도 첫째로 언급한 자기실현성의 이상의 왜곡을 바로잡는데 상당한 지면을 할애한다. ‘자기실현성’이란 다름아니라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라는 주장이다. 근대사회에서 개인주의의 확산은 자신의 욕망을 표출하고 실현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환경을 조성한다. 그 결과 타인과 관계는 소홀해지고 공동체의 관심사는 멀어진다. 테일러는 ‘자기실현성’이라는 이상이 폐쇄적인 개인이 아니라 타인과 넓은 지평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동의 전선을 가지자
조각조각 나눠져 쇠우리(iron cage)에 갇힌 자포자기론 결코 현대사회의 불안을 해소할 수 없다. 공동체의 이상을 위한 투쟁만이 파편화를 막을 수 있다. 투쟁에 참여하는 공동체는 특정한 이익을 따르는 집단이나 이념에 사로잡힌 집단이 아니다. 삶의 지평을 폭넓게 공유하는 공동체가 투쟁의 연대에 동참할 수 있다. 과거에 신이나 이념이 담당하던 삶의 지평은 사라졌다. 저자는 도덕적 이상에 기대 공동의 전선에 참여하라고 독려한다. 테일러는 성공한 공동전선 사례를 들어 공동의 싸움이 진행될 수 있다는 낙관론을 펼친다. 그러나 이 투쟁은 끝나지 않는 영원한 전쟁이다. 투쟁은 계속된다(la lotta continu)!.

아리스토텔레스의 부활
찰스 테일러는 새로운 의미를 우리 모두에게 제시하려 노력한다. 도덕적 이상이든 삶의 지평이든지 의미를 어떻게 부르든 그의 해법에는 목적이 이미 제시되어 있다. 하지만 저자의 설명에는 어떻게 의미가 정해지는지 해명은 없다. 불안에 시달리는 현대사회라면 동의할 만한 이상이 있다! 이것이 저자의 해법이 출발하는 출발선이다. 그 이상이란 인간이란 존재의 본질에서 오는 것인가? 아니면 지금 우리가 처해있는 시대의 산물인가? 찰스 테일러는 이것이냐 저것이냐하는 한쪽을 선택하지 않을 듯 하다. 그의 말처럼 인간이란 정체성은 대화를 통해 형성되고 결국 우리의 이상도 계속 변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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