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스위치 - Web2.0 시대, 거대한 변환이 시작된다
니콜라스 카 지음, 임종기 옮김 / 동아시아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클라우딩 컴퓨팅(clouding computing)’이 가져올 사회, 경제적 변화를 예언한 ‘빅 스위치’는 출간된 지 2년이 넘은 책이다. 흘러간 책을 컴퓨터산업의 종사자도 아닌 내가 집어든 이유는 니콜라스 카라는 이름을 우연히 발견해서이다. 인터넷이 가져올 장미빛 미래의 이면에 얕은 지식의 위험을 경고한 기사에서 니콜라스 카의 이름이 눈에 띠였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니콜라스 카의 책이 번역, 출간된 책은 “빅 스위치”가 유일하다. 가장 최근에 출간된 저자의 책을 읽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없다. 그래도 사람들의 관심사가 떠난 책을 뒤늦게 읽는 재미가 있다. 과거 거대한 변환을 예고한 저자의 목소리를 현재 우리 사회 변화와 비교해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1부는 새로운 유틸리티의 경제학, 그리고 2부는 구름 속에서의 삶이다. 유틸리티라는 말을 우리말로 풀자면 전기, 물처럼 공공서비스로 번역될 듯 하다. 카는 전기가 문명에 파고든 괘적을 따라가며 사회, 경제적 변화를 관찰한다. 특히 종래 소규모 개별 발전소에서 공급되던 전기 공급방식이 어떻게 대규모 중앙발전소에서 공급하게 되었나를 보여준다. 이런 중앙으로부터 공급 변화는 컴퓨터의 이용방식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따라서 전기산업에서 일어난 변화처럼 컴퓨터산업에서도 비슷한 경제적 변화가 나타난다. ‘클라우딩 컴퓨팅’이란 이 변화를 한 마디로 보여주는 단어이다. 이제 컴퓨터는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중앙에서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등 통제의 범위를 확대한다. 
  

 저자가 보여주는 주장은 주로 역사적 사료에 의존해 내린 귀납적 서술에 의존한다. 과거 전기산업변화에서 오늘 또는 미래의 컴퓨터산업 변화를 추론한다. 유비추론과 귀납적 일반화가 섞인 서술은 조금 혼란스럽다. 다양한 사례가 동원되지만 큰 그림을 보여주기에 저자의 주장은 산만하다. 그러면서 저자의 기술결정론적 사고가 교묘히 이 책 곳곳에 배치되었다. 이 책에서 주의 깊게 관찰할 대목은 기술을 바라보는 저자의 태도이다. 컴퓨터 산업이 대표하는 신경제를 유발한 기술은 우리 삶의 양태를 바꾼다. 여기서 카는 이 변화가 어쩔 수 없다는 논조를 계속 유포한다. 그런데 불행히 카가 보여주는 미래는 개방과 인간중심의 가치가 존중되는 유토피아라기 보다 통제와 경제적 가치가 판치는 디스토피아이다. 유토피아는 잊고 저항하기 보다 이 변화가 가져올 파도에 몸을 맡기고 서핑을 즐겨라! 니콜라스 카의 예언자적 풍모는 경제적 미래에 한정되어 있을 뿐이다. 
 

 이 책 번역은 상당히 거북하다. 벌써 초판 3쇄나 찍어낸 책이라면 어느 정도 독자에게 호응을 얻은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을 꼼꼼히 읽은 독자라면 번역에서 보이는 빈번한 삽입절에 머리가 아프다. 영어의 문장구조를 한글로 그대로 옮겨온 것에 더해, IT전문용어가 섞여 쉽게 읽을 수 없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 따끈따끈한 책을 독자에게 소개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하나 번역의 질이 아쉽다. 저자의 통찰을 빨리 읽고 싶은 독자의 요구에 부흥하고자 한 일이라지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밖에 없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적절한 번역어를 못 찾아서인지 몰라도 외래어가 남발되어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단어가 이 책에서 처음부터 언급되는 ‘유틸리티’라는 단어이다. 이래저래 독자를 배려한 번역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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