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오페라 - 아름다운 사랑과 전율의 배신, 운명적 서사 25편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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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아름다운 선율을 간직한 단어이지만 이 오페라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만큼 거리가 있는 공연이죠.

 

오페라의 '오'자를 몰라도 다들 들어 본 오페라 곡들은 많을 겁니다.

클래식 음악으로 치부되는 오페라 곡들.

귀에 익숙한 곡들은 많지만 전체 내용은 알 지 못하는 오페라.

 

저자 이서희는 <방구석 뮤지컬> 이후로 <방구석 오페라>를 내놓았습니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처음으로 오페라를 접하고 오페라가 뭔지 공부한 것을 책으로 출간했습니다.

 

 

 

<방구석 오페라>에는 오페라 25편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대표곡의 번역본과 음원으로 들을 수 있는 QR코가 담겼습니다.

그리고 오페라 용어들을 알기 쉽게 정리했습니다.

대략적인 오페라의 스토리와 배경이 오페라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대부분의 오페라가 외국어로 불리기 때문에 그 뜻을 다 이해하기가 어렵죠.

이 책의 유용함이 여기에 있습니다.

 




5개의 파트로 25편의 오페라를 나누었습니다.

 

  1. 1. 그 무엇보다 용감한 아리아의 시작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구원하는 내용의 오페라가

  2. 2. 순수한 사랑은 지고 남은 것에서는 복잡한 애정 관계를 그린 오페라를

  3. 3. 악을 처단하라에서는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 한 줄기 빛이 되는 오페라를

  4. 4. 선이 악을 이기기는 쉽지 않을 텐데에서는 사랑과 비극은 하나라는 테마의 오페라를

  5. 5. 소신과 가치를 지켜내며에서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차별하지 않는 결말을 가진 오페라를 뽑았습니다.

 

주제별로 나뉜 오페라들 중에 기억에 남는 오페라는

남장을 하고 지하 감옥에 갇힌 남편을 구하기 위해 감옥 간수로 위장한 <피델리오>

찬란한 승리를 가지고 귀환했지만 간교한 부하의 거짓말에 속아 사랑하는 아내를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오텔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오페라로 러시아 황위 찬탈을 위해 황태자 드미트리를 죽이고 평생 드미트리의 망령에 시달렸던 <보리스 고두노프>

격정적이고 열정적으로 사랑을 느끼지만 거절당한 사랑의 보복을 처절하게 감행하는 <살로메>

 

QR코드로 들어가면 오페라의 장면과 노래를 함께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몰랐던 오페라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살로메> 인상적이네요~ 그래서 제일 보고 싶은 오페라이기도 합니다.

 

단풍에 포근하고 바람에 쌀쌀해지는 가을에

낯설지만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오페라 곡들로 빈 마음을 채워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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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빠진 로맨스
베스 올리리 지음, 박지선 옮김 / 모모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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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다리도 아닙니다. 삼각관계도 아닙니다.

이런 종잡을 수 없는 러브라인은 처음입니다!

 

 

라이프 코치 시오반

수목 관리 전문가 미란다

무료 봉사 중인 제인

세 여자는 아침, 점심, 저녁으로 이루어진 발렌타인데이 약속에서 모두 바람을 맞는다.

그것도 조지프 카터라는 한 남자에게.

 

시오반과는 금요일 밤을 뜨겁게 즐기고

미란다와는 주중을 뜨겁게 즐기고

제인과는 2인 독서모임을 가지며 친구처럼 지내는 상황을 즐기는 남자 조지프 카터.

 

뭐 이런 양아치 같은 XX가 다 있어?라고 생각했다가

조지프라는 남자의 부드러움과, 자상함, 배려심과 상대에 대한 존중

그리고 무엇보다 강압적이지 않은 모습들에 반해서 이 남자 혹시 시간여행자 아냐?라는 생각까지 했다.

나도 모르게 시오반과 미란다, 제인의 입장으로 빠져들어서 나도 조지프에 대한 후한 평가와 함께 미란다처럼 그에게 핑곗거리를 쥐여주는 오류를 범하고 있었다.

 

시오반, 미란다, 제인의 시선으로 보이는 조지프는 매력적이지만 강압적이지 않고,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고 더 좋은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여타의 로맨스 남자 주인공과는 참 많이 다르다.

 

시오반은 딱 한 번 집에 데려오고

미란다에게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소개하고

제인에게는 대리 남자친구 노릇을 한다.

이 세 여자와 조지프 카터의 관계는 어떤 종말을 맞게 될까?

 

로맨스 소설은 거의 패스했었는데 이 사각형 로맨스는 이 사다리(?)가 언제 밝혀질지, 이 아슬아슬함이 언제 터질지 조마조마 가슴 졸이며 읽었다.

스릴러도 아닌데 스릴 있다!

 

나는 미란다가 제일 맘에 들었다.

그래서 미란다랑 잘 되기를 바라면서도 미란다를 호시탐탐 노리는 에이제이 때문에 승질(?)이 남과 동시에 불꽃을 일으켜라~~~ 응원도 했다. 조지프도 그러는데 미란다는 안 될게 뭐 있어? 이런 심정으로.

 

시오반은 라이프 코치라는 직업과는 다르게 자신의 문제점은 보려 하지 않아서 쫌 재수 없었고

제인은 답답하기 그지없는 캐릭터라 너는 그냥 친구로 만족해라~라고 결론 내렸다.

 

<내가 빠진 로맨스>는 함부로 재단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단순한 마음으로 읽었다가 아주 복잡해졌다가 뭔가 묵직한 느낌을 가지게 된 작품이다.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나서 독자를 내내 우롱(?) 한 작가의 스킬에 놀랐다.

작가의 말에 이 이야기의 핵심 아이디어를 제공한 길리에서 감사하다는 말이 나오는데

나 역시 길리에게 감사하고 싶다~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을, 사랑하는 사람의 상처를 온전히 이해하고 보듬어 줄줄 아는 사랑법을 색다른 방법으로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읽기 전에 명심할 것은

절대 스포일러 없이 읽을 것!

 


그냥 무작정 책을 들고 읽어 보세요.

누구의 의견도 필요치 않습니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젠틀한 척하는 스토커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방법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됩니다.

 

시오반과 미란다 제인을 통해 습득하게 되는 그 스킬들이 살다가 한 번쯤 스스로 시전 해낼 수 있는 스킬이 될 겁니다.

아직 로맨스가 필요한 분들에게는 조지프 카터 같은 사람이 나타나기를 바랍니다.

이미 곁에 누군가가 있는 분들에게는 조지프 카터 같은 사람이 되기를 노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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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기 리노블 1
마태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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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 끼치게 웃던 여자의 얼굴과 섬뜩한 목소리. 마치 미연의 행운을 비웃고 불행을 바라는 것 같던 웃음. 미연의 마음에 불안이 희미한 먹구름처럼 피어올랐다.

 

 

 

신도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미연은 '드림힐'이라 명명된 아파트로 이사한다.

남편의 바람으로 둘째 아이를 유산한 아픔으로 알콜 중독까지 갔던 미연의 과거는 드림힐에 입성하는 순간 사라지는 듯했다.

드림힐에서의 첫날은 마치 미연에게 닥칠 위험을 경고하는 듯했다.

 

절로 경계심을 불러 일으키게 생긴 경비원

아파트 입구에서 자동차로 뛰어드는 정신 나간 여자

게다가 이사를 축하러 온 시누이는 이 지역에서 10년 전부터 아이들이 실종되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첫날부터 호되게 신고식을 치른 미연에게 아들 지호와 같은 반인 영희 엄마라는 사람에게 단톡초대가 오고

할머니뻘로 보이는 영희 엄마는 미연을 주변 사람들로부터 떼어 놓는다.

처음부터 영희 엄마가 못마땅했지만 공부도 잘하고 지호와도 잘 지내는 영희를 보면서 편견을 지우려 애쓰는 미연이다.

게다가 맞벌이로 지호를 맡길 데가 없는 미연에게 영희네 집은 지호를 안심(?) 하고 맡길 수 있는 이웃이라고 생각했다.

진실을 알기 전까지는...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아동 실종과 사이비 종교의 결합은 독자를 위태위태한 줄타기를 하게 만든다.

어딘지 똑 부러져 보이는 미연이지만 또 그만큼 미적지근한 부분이 있고

육아에 진심인 듯 보이는 남편 정우의 모습은 어딘지 응큼해 보인다.

게다가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우는 지호의 모습은 독자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상식적이지 않은 영희 엄마의 모습은 시한폭탄 같다.

그리고 중간중간 보이는 사이비 종교 '만세교'의 모습은 가장 새로움을 간직한 세련된 도시 안에 감춰진 비릿한 악취였다.

 

무언가를 잃은 자들의 허기진 마음에 들붙어 그들의 정신을 희롱하고, 사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이비 종교.

오래된 도시 속 허름하고 구질구질했던 공간을 밀어내고 새로운 아파트 단지를 세우고 신도시라 이름 지었지만

결국 그 터전 역시 누군가의 피눈물 위에 지어진 무덤 같은 곳이었다...

 

도시괴담과 실종아동과 사이비 종교가 버무려진 이야기 <습기>

독자들에게 한시도 쉴 틈을 주지 않는 몰입감을 지닌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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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 한국의 땅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 대한민국 도슨트 11
권오단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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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이자 역사소설가인 작가가 안동에 대해 낱낱이 이야기하는 책이다.

나는 안동을 2번 다녀왔다.

한 번은 친구와 함께 한 번은 자매들과 함께.

그래서 안동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다.

내가 안동에 가서 느낀 것은 수려한 자연과 고풍스러운 도시의 모습에서 고즈넉한 과거가 아직도 살아 숨 쉬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저절로 공부할 마음이 생기는 도시다~"

동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안동'이라는 이름이 주는 이미지와 도시의 모습이 걸맞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 기억으로 이 책을 읽었는데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안동은 전혀 알았던 게 아니었다는 것만 발견했다...

 

 

 

안동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의 안동 이야기는 겉모습만 훑고 안동을 안다고 자부했던 내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뭔가 고리타분한 도시

옛것을 잘 지켜낸 도시

유서 깊은 도시라는 안동에 대한 인식에서 더 광범위한 안동을 입체적으로 알 수 있는 가이드였다.

 

 

 




옛것만 고집하고 어딘가 모르게 고지식해 보이던 안동의 이미지는 이 사진 한 장에서 나의 편견을 깼다.

내가 다녀왔던 시절에는 없었던 그림이지만 그래피티가 유효한 안동의 모습도 신선했고

그려진 그림의 한복 입은 소녀의 모습은 더 신선했다.

 

어쩜 유교적이라는 편견으로만 보았던 '안동'이 그 과거를 꿋꿋이 지켜온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내가 가봤던 병산서원과 하회 마을에서의 공연이 책을 읽는 동안 떠올랐다.

잊고 있었던 안동에 대한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던 시간이었다.

이 책을 지니고 다시 안동 여행을 하고 싶어졌다.

내가 몰랐던 안동의 역사와 사람들에게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을 알고 간다면 예전과는 다른 느낌을 받을 거 같다.

 

책을 읽으며 다음에 안동에 가게 되면 꼭 가볼 곳을 메모해 본다.

빈집이 많아져서 동네가 쇠락할까 걱정되어 벽화마을이 되었다는 신세동

'미스터 션샤인'의 촬영지인 만휴정

선유줄불놀이 '낙화'를 한 번 보고 싶다.

 

양반의 도시라 뭔가 까다로울 거 같은 분위기를 지닌 안동에 대한 느낌은 이 책을 통해 많이 달라졌다.

2번 방문했지만 그 유명한 '안동역'은 가보지 못했다.

한 번은 버스로 한 번은 자동차로 다녀와서 안동역은 비껴갔는데 다음엔 기차를 타고 안동역에 내려서 또 다른 안동을 만나러 가야지.

 

국내 여행을 다닐 때마다 현지인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는데 사실 지인이 그곳에 살지 않는 이상은 알 길이 없었다.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는 그런 의미에서 아주 좋은 기획인 거 같다.

지역 토박이들이 말해주는 그 지역의 이야기는 어떤 가이드와도 다를 테니 말이다.

 

안동 갈 때 챙겨가야 할 책이 생겨서 좋다.

모르고 가서 보는 것과 뭔가를 알고 가는 보는 건 많은 차이가 있다.

2번의 안동 여행은 모르고 갔었다.

그저 예스러운 풍경만 감상하고 그게 안동의 전부라 생각했었지만 안동은 21세기에도 오랜 역사를 품고 있는 도시였다.

그것을 지켜온 사람들의 자부심과 그 도시의 역사를 토박이의 말로 알아갈 수 있는 기회였다.

 

단순히 맛집과 관광지만을 다룬 다른 어떤 여행 가이드 보다 알차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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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
황모과 지음 / 래빗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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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들로 무덤을 만들었구나.

 

황모과 작가의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는 타임슬립이라는 SF 요소를 지니고 관동 대지진 이후 벌어진 조선인 학살극의 현장으로 떠난다.

민호와 다카야는 한 팀이 되어 조선인 학살극이 벌어졌던 시대로 간다.

각자 자료를 찾아가는 여행이었지만 민호와 다카야는 다른 입장에 서 있다.

 

일본인과 한국인이라는 사실 외에도 다카야는 자신들의 조상이 원폭 피해자라는 사실 뒤에 숨어서 조선인 학살에 대한 진실을 외면한다.

시간 여행에서 중요한 건 과거를 바꾸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민호는 그럴 수 없었다.

 

첫 번째 여행에서 민호는 조선인들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는다.

그 이후 다카야는 시간의 무한 루프 속에 빠진다.

황모과 작가는 길지 않은 분량으로 그 원통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작가는 그들이 진정 반성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이야기를 쓴 거 같다.

그들이 외면하는 진실, 철저하게 조작되었던 그날의 진실을 그들은 은폐하고, 왜곡했다.

 

조선인들이 폭탄을 제조해 화재를 일으켰다거나 우물에 독을 넣었다거나 여성들을 강간하고 다닌다는 말은 오직 치안 유지라는 명목을 위해 상부가 고심에 고심을 더해 고안해낸 말이라는 걸 교쿠지츠도 이미 알고 있었다.

 

 

눈으로 봐도 뻔한 자연재해를 조선인의 폭동으로 몰고 가려는 그들의 정치는 수많은 인명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수많은 살인자들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우리는 이것에 대해 그동안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이 짧은 이야기가 기폭제가 될 수 있을까?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

왠지 다듬어지지 않은 이야기처럼 읽혔다.

그럼에도 그 이야기 속에는 서로를 돕는 사람들이 있었다.

다들 눈이 뒤집혀 살육의 시간을 보낸 그 순간에도 정신을 차리고 어려운 사람을 도운 사람들이 있었다.

 

다카야는 민호의 죽음 이후 300년의 시간을 자신의 시간으로 되돌아가지 못하고 과거에 머문다.

죽음의 순간에 그는 어김없이 민호와 함께 시간 여행을 떠났던 곳으로 되돌아온다.

그가 300년을 살면서 모은 자료와 시간의 루프 속에서 원망했던 민호에게 시도했던 일들 뒤로 그가 깨달은 건 바로 진실이었다.

 

진실을 받아들이고

진심으로 뉘우치는 마음이 수많은 원혼들의 마음을 다독일 것이다.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바로 그것이다.

진실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마음.

 

그것 외에 그날의 원혼들을 위로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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