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기 리노블 1
마태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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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 끼치게 웃던 여자의 얼굴과 섬뜩한 목소리. 마치 미연의 행운을 비웃고 불행을 바라는 것 같던 웃음. 미연의 마음에 불안이 희미한 먹구름처럼 피어올랐다.

 

 

 

신도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미연은 '드림힐'이라 명명된 아파트로 이사한다.

남편의 바람으로 둘째 아이를 유산한 아픔으로 알콜 중독까지 갔던 미연의 과거는 드림힐에 입성하는 순간 사라지는 듯했다.

드림힐에서의 첫날은 마치 미연에게 닥칠 위험을 경고하는 듯했다.

 

절로 경계심을 불러 일으키게 생긴 경비원

아파트 입구에서 자동차로 뛰어드는 정신 나간 여자

게다가 이사를 축하러 온 시누이는 이 지역에서 10년 전부터 아이들이 실종되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첫날부터 호되게 신고식을 치른 미연에게 아들 지호와 같은 반인 영희 엄마라는 사람에게 단톡초대가 오고

할머니뻘로 보이는 영희 엄마는 미연을 주변 사람들로부터 떼어 놓는다.

처음부터 영희 엄마가 못마땅했지만 공부도 잘하고 지호와도 잘 지내는 영희를 보면서 편견을 지우려 애쓰는 미연이다.

게다가 맞벌이로 지호를 맡길 데가 없는 미연에게 영희네 집은 지호를 안심(?) 하고 맡길 수 있는 이웃이라고 생각했다.

진실을 알기 전까지는...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아동 실종과 사이비 종교의 결합은 독자를 위태위태한 줄타기를 하게 만든다.

어딘지 똑 부러져 보이는 미연이지만 또 그만큼 미적지근한 부분이 있고

육아에 진심인 듯 보이는 남편 정우의 모습은 어딘지 응큼해 보인다.

게다가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우는 지호의 모습은 독자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상식적이지 않은 영희 엄마의 모습은 시한폭탄 같다.

그리고 중간중간 보이는 사이비 종교 '만세교'의 모습은 가장 새로움을 간직한 세련된 도시 안에 감춰진 비릿한 악취였다.

 

무언가를 잃은 자들의 허기진 마음에 들붙어 그들의 정신을 희롱하고, 사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이비 종교.

오래된 도시 속 허름하고 구질구질했던 공간을 밀어내고 새로운 아파트 단지를 세우고 신도시라 이름 지었지만

결국 그 터전 역시 누군가의 피눈물 위에 지어진 무덤 같은 곳이었다...

 

도시괴담과 실종아동과 사이비 종교가 버무려진 이야기 <습기>

독자들에게 한시도 쉴 틈을 주지 않는 몰입감을 지닌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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