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
황모과 지음 / 래빗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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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들로 무덤을 만들었구나.

 

황모과 작가의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는 타임슬립이라는 SF 요소를 지니고 관동 대지진 이후 벌어진 조선인 학살극의 현장으로 떠난다.

민호와 다카야는 한 팀이 되어 조선인 학살극이 벌어졌던 시대로 간다.

각자 자료를 찾아가는 여행이었지만 민호와 다카야는 다른 입장에 서 있다.

 

일본인과 한국인이라는 사실 외에도 다카야는 자신들의 조상이 원폭 피해자라는 사실 뒤에 숨어서 조선인 학살에 대한 진실을 외면한다.

시간 여행에서 중요한 건 과거를 바꾸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민호는 그럴 수 없었다.

 

첫 번째 여행에서 민호는 조선인들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는다.

그 이후 다카야는 시간의 무한 루프 속에 빠진다.

황모과 작가는 길지 않은 분량으로 그 원통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작가는 그들이 진정 반성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이야기를 쓴 거 같다.

그들이 외면하는 진실, 철저하게 조작되었던 그날의 진실을 그들은 은폐하고, 왜곡했다.

 

조선인들이 폭탄을 제조해 화재를 일으켰다거나 우물에 독을 넣었다거나 여성들을 강간하고 다닌다는 말은 오직 치안 유지라는 명목을 위해 상부가 고심에 고심을 더해 고안해낸 말이라는 걸 교쿠지츠도 이미 알고 있었다.

 

 

눈으로 봐도 뻔한 자연재해를 조선인의 폭동으로 몰고 가려는 그들의 정치는 수많은 인명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수많은 살인자들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우리는 이것에 대해 그동안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이 짧은 이야기가 기폭제가 될 수 있을까?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

왠지 다듬어지지 않은 이야기처럼 읽혔다.

그럼에도 그 이야기 속에는 서로를 돕는 사람들이 있었다.

다들 눈이 뒤집혀 살육의 시간을 보낸 그 순간에도 정신을 차리고 어려운 사람을 도운 사람들이 있었다.

 

다카야는 민호의 죽음 이후 300년의 시간을 자신의 시간으로 되돌아가지 못하고 과거에 머문다.

죽음의 순간에 그는 어김없이 민호와 함께 시간 여행을 떠났던 곳으로 되돌아온다.

그가 300년을 살면서 모은 자료와 시간의 루프 속에서 원망했던 민호에게 시도했던 일들 뒤로 그가 깨달은 건 바로 진실이었다.

 

진실을 받아들이고

진심으로 뉘우치는 마음이 수많은 원혼들의 마음을 다독일 것이다.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바로 그것이다.

진실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마음.

 

그것 외에 그날의 원혼들을 위로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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