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아 울지마
김용택 / 열림원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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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 번 마이리뷰를 쓰고 나니까 다시 정을 붙이게 된다. 두번째로 고른 책이 도서관에서 새로 빌려온 '촌아 울지마' 이다. 처음에는 표지(사진)을 보고 제자리에 꼽으려 했는데 작가란에 김용택 산문집이라는 조그만 글씨 덕분에 이 책을 빌려오게 되었다.

학생수가 20명을 넘었을 때를 다섯 손가락안에 꼽을 수 있는 이 학교는 마천루를 찾아볼 수 없는 조그만 시골의 학교이다.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고 난 뒤에도 남아있는 아이들의 사진과 필자의 글들은 시골의 매력을 톡톡히 보여준다.

사람들이 도시로 오는 건 어떻게 보면 유행이라고도 할 수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도시로 오니까 자기도 오지 않으면 내심 불안해 하고, 도시에는 뭔가 있을 것 같은 느낌. 그런 것 때문에 도시로 오는건 아닐까? 그래도 제일 큰 이유는 살아남기 위해서 일 것이다. 무엇보다 도시에는 사람, 기관이 많으므로 직업이 널려있다. 적어도 시골에 비해서는.

시골에 사는 사람들에게 세상은 참 불공평하다. 똑같은 사람인데도 어떤 사람은 영화도 보고 최신 유행은 다 누릴 수 있고, 친구들이 많은 곳에 산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세상은 참 불공평하다. 똑같은 사람인데도 어떤 사람은 공기가 맑고, 언제나 뛰놀수 있고, 진정한 친구를 만들 수 있는 곳에 산다.

똑같이 불공평 하지만, 시골에 사는 사람들에게 더 불공평하니까 도시로 오는 건 아닐까?

하지만 얘들아, 도시라고 꼭 좋은건 아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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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모나는 아빠를 사랑해 - 세계현대아동문학선
비벌리 클리어리 지음, 정회성 옮김 / 지경사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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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랜만에 마이리뷰를 쓴다. 꼭 이책을 쓰고 싶었던 건 아니었지만 도서관에 반납할 책 무더기 속의 이 책이 유난히 눈에 띈 건 이유가 있어서 일 거라고 생각한다.

내 밑으로는 여동생이 하나 더있다. 나와 6살 차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내 오해인지 아빠와 나보다는 아빠와 내 동생이 있는 시간이 훨씬 많다. 물론 그 시간만큼 나와 엄마가 보내는 시간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레모나 역시 둘째 딸이라서 일까? 아니면 사춘기인 레모나의 언니 비저스는 엄마와 더 가깝고, 레모나는 아빠와 더 가까운 모습이 내 눈에만 보이는 걸까? 책을 펼치면 곳곳에 숨겨져 있는 레모나와 아빠의 모습들은 인정하기는 싫지만 많이 부러웠다.

아빠가 내가 원하는 아빠의 모습과 다른 점이 있듯이, 나도 아빠가 원하는 딸의 모습과는 다른 점 많다는 거 알면서도 자꾸 아빠만 탓하는 내 모습을 보게 된다. 아빠가 동생을 혼내시는 건 지극히 평범한 것처럼 보는데, 내게 꾸지람 한마디라도 하시면 얼굴을 붉힌다. 전에는 이렇지 않았었는데, 동생이 어리니까 보호를 나보다 더 받는 건 당연한데 말이다.

래모나의 아빠는 실직을 당하고, 최악의 상태에 빠져있다. 우리 아빠가 이런 상태라면 난 어떻게 했을까? 아마 아빠를 탓했을 것이다. 레모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최소한 아빠에게 대들거나 기분을 악화시키지는 않았다.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광고 속의 어린이가 되어보기도 했고, 금연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아마, 레모나가 좀더 나이가 많았었더라면 아르바이트까지 하려고 했을 것이다.

레모나의 아빠는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아빠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많이 다르다. 보통 실직자들과는 달리 집안일에도 착실하고 다른 사람에게 화를 돌리지 않는다. 이건 내가 아빠에게 바라는 점이기도 하다. 마이리뷰에 가족 이야기를 쓰는게 처음이라서 이런걸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리뷰를 쓰는 동안 코 끝이 시린걸 느낀다. 이런 아빠라면, 이런 딸이라면, 한 번 되볼만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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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찻길옆 아이들 웅진 완역 세계명작 4
에디스 네즈빗 지음, 다이너 드라이허스트 그림, 한은경 옮김 / 웅진주니어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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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이 책의 주인공들 가운데 나와 가장 닮은 필리스를 가장 좋아한다. 그래서 이 마이리뷰에 필리스의 관점으로 쓴 부분이 많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필리스는 세남매 중 막내이다. 잘 삐치지만 낙천적이고 활발해서 모두가 애교로 받아준다. 필리스의 철전지 원수인 오빠 피터는 항상 필리스를 놀리지만 내가 보기에 필리스와 피터는 세 남매 중 가장 친한 사이이다. 맏이인 로버타는 바비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나이에 비해 아주 어른스럽다. 나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바비는 모두에게 모범적이고 헌신적인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물론 바비의 아빠가 감옥에 들어가고난 후에 더 그렇게 되었지만 말이다. 내가 바비였더라도 언제나 모범적이고 헌신적이어야 했겠지만 아마 바비처럼 속깊은 언니가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나는 보통 책에 이런 범생이 스타일이 나오면 코웃음을 치고 그 캐릭터의 흠을 잡으려고 한다. 그렇지만 바비에게 그러지 않았던건 내가 바비를 이해할 수 있어서 였다. 6학년 1학기 때의 내 생각과 많이 변했다는 느낌도 든다. 그 때는 이렇게 주인공은 두둔한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그냥 이렇게 사춘기가 날 스쳐지나갔으면 좋겠다. 옛날에 승리의 북을 올리던 그 때의 느낌을 흩트리지 말고, 다시 그 북을 울릴 수 있도록 다 그대로 해놓고 지나갔으면 좋겠다. 잠시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샜는데 이번에는 피터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다. 피터는 보통 콧대높은 소년들이 다 그렇듯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잘난 줄 알고 거의 누구에게나 짖궂게 군다. 자기 보다 어린 필리스를 특히 괴롭히는데, 마치 내 어렸을 때 모습을 보는 듯하다. 솔직히 말하면 요즘도 가끔 그러지만 말이다.

이 세명의 악동(바비도 완벽한 인간은 아니다. 바비라고 장난 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는가)은 너무 심한 장난으로 혼나기도 하지만 그들이 치는 장난에는 언제나 이유가 있다. 아무리 피터가 치는 장난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내가 이 삼남매 중 하나라면 아빠가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 캐묻고 다녔을 것이다. 내가 아무리 긍정적인 성격이라고 하더라도(사실 나는 비관론자 라는 말을 더 많이 듣는다) 피터처럼 웃을 수 있을까?

내가 만약 필리스라면 아빠가 감옥에 잡혀간 후 성격이 많이 변할 것 같다. 우리집은 부유층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난한 편도 아니다. 만약 우리 아빠가 억울하게 감옥으로 잡혀간다면 우리 가족은 어떻게 될까? 시골로 이사를 가겠지만 이 책에 나오는 노신사를 만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다른 사람이 누명을 풀어줄 가능성은?? 끝까지 물음표를 남기게 하지만 그래도 이 책이 우리 마음 속에 남는 이유는 우리가 현실 속에서 꿈꿀 수 없는 '그 것' 이 이 책속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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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둥빈둥 투닉스 왕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22
미라 로베 지음, 수지 바이겔 그림, 조경수 옮김 / 시공주니어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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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감회가 새롭네요. 저같은 빈둥 빈둥 거리는 애한테 딱 맞는 책인데 읽으면서도 어느새 빈둥거리는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되네요. 투닉스왕가는 몰락해가는 왕가죠. 333명의 하인들이 모든 일을 맡아서 하고 투닉스왕은 하루에 한시간씩 매트리스를 가는 일 등을 힘들게 논의 하면 됩니다. 그것도 힘든 일이라고 툭하면 투덜대죠. 그나마 팜피 공주의 탑으로 올라가는 일이 투닉스 왕의 배를 터지지 않게 했다고 봅니다. 팜피는 가우데오와 가우데오의 할아버지와 함께 투닉스왕의 게으름병 고치기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동화에서 벌이는 일은 언제나 끝에 미소를 짓게 하는 것처럼 이 책도 투닉스 왕이 척척해내 1세로 바뀌는 걸로 끝납니다. 동화책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는지 너무 뻔한 스토리 이지만 귀엽기까지한 그림과 공주와 가우데오가 투닉스왕을 움직이게 하는 재치가 돋보여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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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로봇이야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이기원 옮김 / 동쪽나라(=한민사) / 199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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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로봇
│마음을 읽는 로봇
│소녀를 사랑한 로봇
│착각에 빠진 로봇
│위험에 빠진 로봇
│미쳐 버린 로봇
└시장이 된 로봇

이 책은 이렇게 일곱가지의 로봇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 내가 가장 흥미를 가진 이야기는 '시장이 된 로봇' 이다. 다른 이야기들도 내가 책에 정신없이 빠지도록 도아주었지만
특히 내가 꼽은 이 이야기는 내가 좋아하는 장르를 다 갖추고 있어서 정말 좋아한다. 우선 내가 싫어하는 과학 이야기가 거의 등장하지 않고 로봇 심리학자인 수잔 박사가 추리를 하는 과정도 근사하다. 비록 셜록 홈즈 보다는 떨어지지만 그래도 내 감탄을 얻어내기에는 충분했다. 로봇'스티븐'이 훌륭한 시장이라면 문제될게 없고, 인간보다 로봇을 더 사랑한다는 수잔 박사 역시 내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최근에 본 영화 중 '매트릭스'가 있다.(개봉된 한참 후에도 빌려보지 않아서 이제서야 보게되었다.) 영화 '매트릭스'는 네오라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매트릭스라는 가상공간에 대해서 저항하는 세력이 매트릭스를 이기는 것으로 happyending 이 된다. 하지만 아니라면? 그 세력이 매트릭스를 이기지 못하고 사이퍼 같은 사람들이 계속 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다면 세계는 결국 인간이 만든 기계에게 지배당하고 말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건 공룡보다 힘은 세지 않지만 두뇌가 발달되어 있던 인간이 공룡의 멸종으로 세계를 지배하게 된 것과 마찬가지 이다.

끔찍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가 무시하는 로봇이 언젠가는 우리 보다 더 똑똑해 질수도 있다. 만약 우리가 로봇 생산을 적극적으로 하고 로봇을 점점 더 이용하게 된다면 말이다. 로봇 역시 컴퓨터와 비슷하지만 로봇은 작동하는 동안에는 언제 든지 배울 수 있다. 매트릭스에 저항하는 세력은 생길 수 있지만 수잔 박사처럼 로봇에 미친, 인간보다 로봇을 더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착각에 빠진 로봇 이야기에서처럼 에너지 변환 장치가 아닌 로봇을 섬기는 인간이 될 수도 있다. 미래를 생각하는 내 모습은 밝아야 할텐데 왜 한없이 무서워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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