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찻길옆 아이들 웅진 완역 세계명작 4
에디스 네즈빗 지음, 다이너 드라이허스트 그림, 한은경 옮김 / 웅진주니어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이 책의 주인공들 가운데 나와 가장 닮은 필리스를 가장 좋아한다. 그래서 이 마이리뷰에 필리스의 관점으로 쓴 부분이 많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필리스는 세남매 중 막내이다. 잘 삐치지만 낙천적이고 활발해서 모두가 애교로 받아준다. 필리스의 철전지 원수인 오빠 피터는 항상 필리스를 놀리지만 내가 보기에 필리스와 피터는 세 남매 중 가장 친한 사이이다. 맏이인 로버타는 바비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나이에 비해 아주 어른스럽다. 나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바비는 모두에게 모범적이고 헌신적인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물론 바비의 아빠가 감옥에 들어가고난 후에 더 그렇게 되었지만 말이다. 내가 바비였더라도 언제나 모범적이고 헌신적이어야 했겠지만 아마 바비처럼 속깊은 언니가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나는 보통 책에 이런 범생이 스타일이 나오면 코웃음을 치고 그 캐릭터의 흠을 잡으려고 한다. 그렇지만 바비에게 그러지 않았던건 내가 바비를 이해할 수 있어서 였다. 6학년 1학기 때의 내 생각과 많이 변했다는 느낌도 든다. 그 때는 이렇게 주인공은 두둔한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그냥 이렇게 사춘기가 날 스쳐지나갔으면 좋겠다. 옛날에 승리의 북을 올리던 그 때의 느낌을 흩트리지 말고, 다시 그 북을 울릴 수 있도록 다 그대로 해놓고 지나갔으면 좋겠다. 잠시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샜는데 이번에는 피터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다. 피터는 보통 콧대높은 소년들이 다 그렇듯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잘난 줄 알고 거의 누구에게나 짖궂게 군다. 자기 보다 어린 필리스를 특히 괴롭히는데, 마치 내 어렸을 때 모습을 보는 듯하다. 솔직히 말하면 요즘도 가끔 그러지만 말이다.

이 세명의 악동(바비도 완벽한 인간은 아니다. 바비라고 장난 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는가)은 너무 심한 장난으로 혼나기도 하지만 그들이 치는 장난에는 언제나 이유가 있다. 아무리 피터가 치는 장난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내가 이 삼남매 중 하나라면 아빠가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 캐묻고 다녔을 것이다. 내가 아무리 긍정적인 성격이라고 하더라도(사실 나는 비관론자 라는 말을 더 많이 듣는다) 피터처럼 웃을 수 있을까?

내가 만약 필리스라면 아빠가 감옥에 잡혀간 후 성격이 많이 변할 것 같다. 우리집은 부유층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난한 편도 아니다. 만약 우리 아빠가 억울하게 감옥으로 잡혀간다면 우리 가족은 어떻게 될까? 시골로 이사를 가겠지만 이 책에 나오는 노신사를 만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다른 사람이 누명을 풀어줄 가능성은?? 끝까지 물음표를 남기게 하지만 그래도 이 책이 우리 마음 속에 남는 이유는 우리가 현실 속에서 꿈꿀 수 없는 '그 것' 이 이 책속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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