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너무도 피곤했다. 감기가 점점 심해져 콧물도 나오고 몸에선 열이 오르고.. 밤새 호야가 360도 회전하느라 쪼그리고 잤더니 어깨며 팔이며 안 아픈 곳이 없는 듯 했다. 여기다 오전에 호야를 젖을 먹이면서 억지로 재우고(나쁜 엄마다. 몸 아픈 핑계로 잠이 안 오는 아이를 재울려들다니..) 비몽사몽하고 있었는데..
-지금도 컴 한다는 핑계로 유모차에 호야를 앉혀놓고 컴을 손에 쥐어줬다. (다시 읽어보니 왜 이리 엉뚱한 말을 써놨다. 컴을 쥐어준게 아니라 핸드폰을 쥐어준 것인데..웁)자꾸 내 손을 가지고 놀라고 하길래 내 손을 가지고 놀면 난 컴을 할 수 없기에..^^;;그리고 침을 한바가지를 흘려 수건이 척척하다. 이 글 다 쓴다음에 수건을 갈아줘야 할 듯)
우리방으로 들어와서 한다는 소리가 며느리가 되가지고 맨날 잠만자느냐. 엄마(참고로 자기 엄마다)뭐라 뭐라 잔소리를 하는거다. 그래서 나 몸이 너무 안좋다. 감기 걸려서 더 힘들다. 그랬더니 집에서 한게 뭐가 있는데 아프냐고 한다. 열이 확 받았다. 우리둘이만 살면 뭐라 크게 한마디 했겠지만 어머님 아버님이 계시기 때문에 참았다. 중화동으로 이사가면 두고보자는 생각으로..
그렇게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는데 호야가 똥을 싼 거였다. 요즘들어 호야는 가만히 누워있는 걸 너무도 싫어한다. 눈 깜짝하는 사이에 뒤집어져 있다. 그리고 자기 침대에 걸쳐져있는 수건이면 자기 옷이며 인형들을 잡아 끌어댕긴다. 똥기저귀를 갈려고 호야를 자기 침대에 눕혔다 그랬더니 싫어라한다. 그래서 바지를 얼른 벗겼다. 호야는 옷벗는 걸 좋아한다. 여자아이가 이리도 옷 벗는 걸 좋아하니 큰일이다. 헥..
문제는 그 다음에 생겼다. 바지를 벗긴 순간 호야 눈에 들어온 건 강아지 털 인형이었다. 그 인형을 손으로 잡아 끌더니 만지작 만지작 하더니 손으로 들고 훠이 훠이 하는 거였다. 그리고 순식간에 자기 똥기저귀 벌려놓은 곳에 강아지 인형 엉덩이 부분을 마찰을 시키는 거 아닌가? 갑자기 짜증이 확 밀려 '못 살아. 내가 못살아' 하는 말을 했다. 똥이 묻었으면 빨면 될 것을 가지고... 못된 내 성격 다 드러나게 7개월짜리 아이에게 그런 말을 하고 있다니..
그리고. 그리고 두려워졌다. 벌써부터 호야에게 이렇게 심한 말을 해대면 아이가 대강 말의 의미를 알아차릴 때가 되면 얼마나 가슴에 상처를 주는 말을 하게 될까? 우리 엄마에게 절대 그 점은 본받지 말아야지 했는데.. 어느 순간 난 내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다.
마음을 편히 가지고 아이를 키워야 할텐데.. 포용하면서 아이 의사를 존중하는 엄마가 되고 싶은데.. 그 길은 너무도 먼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