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아버지가 서울로 나가셨다. 나와 호야는 또다시 둘이 되었다. 물론 어머니 아버지는 날이 어두워지고 저녁때가 되면 어김없이 돌아오실 것이다. 어머니라면 몰라도 아버지는 절대 늦게 들어오는 법이 없으시니..

5시 20분경 집을 나섰다. 엄밀히 말해 우리집이 아닌 시댁을.

호야는 잠이 오는지 놀아달라는건지 칭얼거린다. 그래서 난 양말을 신기고 외출할 준비를 했다. 그러자 강아지 몽실이가 달라든다. 나가자는 말은 귀신같이도 알아채고 갑자기 나에게 친한척을 하면서 달려든다. 그래서 난 거짓말을 해야했다.

조금있다 완성해야겠다. 호야 똥쌌다

오늘로 두번째 똥인 호야 똥을 치우고 혼자 식은 땀을 흘리면서 목욕을 시켰다. 똥을 한번 쌌으면 몰라도 하루에 두번이나 쌌는데 안 씻기기엔 뭔가 석연치 않다. 내가 똥싸고 뒤 안닦은 것처럼 찝찝했기에 그제도 목욕을 시키고 어제도 목욕을 시키고 오늘도 목욕을 시켰다. 9.5KG를 돌파한 우량한 내 딸을 품에 안고 욕실로 출발~

이젠 눈에 뭔가가 보이고 자기의 안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 기특한 호야. 목욕통 양쪽을 꽉 붙잡고 자신의 신변을 보호하고 있다. 그래서 손 닦으려고 손을 물 속에 담그려고 하면 순식간에 물에 손만 적시고 원래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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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젠 너무도 피곤했다. 감기가 점점 심해져 콧물도 나오고 몸에선 열이 오르고.. 밤새 호야가 360도 회전하느라 쪼그리고 잤더니 어깨며 팔이며 안 아픈 곳이 없는 듯 했다. 여기다 오전에 호야를 젖을 먹이면서 억지로 재우고(나쁜 엄마다. 몸 아픈 핑계로 잠이 안 오는 아이를 재울려들다니..) 비몽사몽하고 있었는데..

-지금도 컴 한다는 핑계로 유모차에 호야를 앉혀놓고 컴을 손에 쥐어줬다. (다시 읽어보니 왜 이리 엉뚱한 말을 써놨다. 컴을 쥐어준게 아니라 핸드폰을 쥐어준 것인데..웁)자꾸 내 손을 가지고 놀라고 하길래 내 손을 가지고 놀면 난 컴을 할 수 없기에..^^;;그리고 침을 한바가지를 흘려 수건이 척척하다. 이 글 다 쓴다음에 수건을 갈아줘야 할 듯)

우리방으로 들어와서 한다는 소리가 며느리가 되가지고 맨날 잠만자느냐. 엄마(참고로 자기 엄마다)뭐라 뭐라 잔소리를 하는거다. 그래서 나 몸이 너무 안좋다. 감기 걸려서 더 힘들다. 그랬더니 집에서 한게 뭐가 있는데 아프냐고 한다. 열이 확 받았다. 우리둘이만 살면 뭐라 크게 한마디 했겠지만 어머님 아버님이 계시기 때문에 참았다. 중화동으로 이사가면 두고보자는 생각으로..

그렇게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는데 호야가 똥을 싼 거였다. 요즘들어 호야는 가만히 누워있는 걸 너무도 싫어한다. 눈 깜짝하는 사이에 뒤집어져 있다. 그리고 자기 침대에 걸쳐져있는 수건이면 자기 옷이며 인형들을 잡아 끌어댕긴다. 똥기저귀를 갈려고 호야를 자기 침대에 눕혔다 그랬더니 싫어라한다. 그래서 바지를 얼른 벗겼다. 호야는 옷벗는 걸 좋아한다. 여자아이가 이리도 옷 벗는 걸 좋아하니 큰일이다. 헥..

문제는 그 다음에 생겼다. 바지를 벗긴 순간 호야 눈에 들어온 건 강아지 털 인형이었다. 그 인형을 손으로 잡아 끌더니 만지작 만지작 하더니 손으로 들고 훠이 훠이 하는 거였다. 그리고 순식간에 자기 똥기저귀 벌려놓은 곳에 강아지 인형 엉덩이 부분을 마찰을 시키는 거 아닌가? 갑자기 짜증이 확 밀려 '못 살아. 내가 못살아' 하는 말을 했다. 똥이 묻었으면 빨면 될 것을 가지고... 못된 내 성격 다 드러나게 7개월짜리 아이에게 그런 말을 하고 있다니..

그리고. 그리고 두려워졌다. 벌써부터 호야에게 이렇게 심한 말을 해대면 아이가 대강 말의 의미를 알아차릴 때가 되면 얼마나 가슴에 상처를 주는 말을 하게 될까? 우리 엄마에게 절대 그 점은 본받지 말아야지 했는데.. 어느 순간 난   내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다.

마음을 편히 가지고 아이를 키워야 할텐데.. 포용하면서 아이 의사를 존중하는 엄마가 되고 싶은데.. 그 길은 너무도 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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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하다가도(이제 7개월 들어가는 아이가 뭐가 그리 심심해 할까 하겠지만 아이들도 심심한 것 무지 싫어라 한다.) 어머니가 쯥뜹 이상한 소리를 내면 호야는 활짝 웃었다. 귀가 유난히도 밝은 호야는( 그렇게 좋아하는 젖을 먹다가도 아빠가 이야기를 걸면 젖먹는 것을 멈추고 아빠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아빠 말을 자기가 다 들어주겠다는 표정으로 말이다..^^) 음악을 들려주면 너무도 좋아한다. 그것도 핸드폰 벨소리같이 자극적인 소리에 너무도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생떼를 쓰면서 울다가도 핸드폰 벨소리를 들려주면 '그대로 멈춰라' 하는 것처럼 모든 동작을 멈추고 다소곳한 아이가 된다. 이땐 정말 순한 양 같다.

그런데 유난히도 주변 사물에 호기심을 보이더니 어느날은 어머님이 입으로 내는 소리를 그대로 따라하고 있는 게 아닌가? 나도 잘 따라하지 못하는 그 소리를 입을 이상하게 내밀고 혀를 차면서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었다. 거 참 이걸 웃어야 할지. 기가 막히다고 해야할지.

아이가 어른 모습을 그대로 따라한다는 옛말 대로 호야는 제대로 따라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무뚝뚝한 나보다 잘 놀아줘 어머니를 나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더니 이런 것도 따라할 줄이야....

컴 하고 있는 내 옆에서 뭐라 중얼 거리는 호야. 엄마가 안 놀아주는 걸 일찍 알고 혼자 놀 걸 찾아보고 있는 듯 하다. 눈치 하나는 빠르다. 이젠 자기 발끝을 잡아당기면서 주변을 두리번 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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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빨간 피터 - 어느 학술원에의 보고
프란츠 카프카 지음, 김주연 그림 / 자우출판사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춤추는 원숭이 빨간 피터] 인간에 대한 관찰

카프카 원작의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를 새롭게 각색한 작품으로 장두이씨가 혼자 연기를 하는 모습을 보여준 다는 점에서 흥미가 일었던 연극을 보고 난 후 책도 읽어보게 되었다.

예전에 추송웅(추상미 씨 아버지 맞나??)씨가 연기를 한 적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아무튼 장두이씨가 직접 연기를 한다길래.. 기대감을 잔뜩가지고 공연을 보러 갔으며.. 그 후 다시 한번 책으로 읽게 되었다.

연극에서 장두이씨는 까만 손. 작은 체구.. 진짜 같은 커다란 원숭이 귀..구부러진 허리등 원숭이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내고 있었다.

원숭이의 본성을 버리고 인간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피터!선원들로부터 악수하는 법, 침 뱉는 방법 등을 하나하나 배워 나간다. 그리고 인간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바쁘지도 않으면서 항상 종종 걸음을 치는 인간들.. 자신의 잠지를 자꾸 만지는 인간들.. 방구를 뿡뿡 끼어대는 인간들.. 무슨 악기로 방구소리를 그대로 들려주는 모습이 웃기면서도 생각을 하게 만든다.

연극 원작을 읽어야 연극의 의미를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읽게 된 이 책은 글씨가 별로 없어.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러나 카프카가 그렇듯.. 쉽지만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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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캐럴
찰스 디킨스 지음, 안드레예바 까짜 그림, 유정화 옮김 / 삼성출판사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크리스마스’ 하면 모두들 한껏 상기된 표정을 지으며. 이번 크리스마스엔 뭔가 특별한 이벤트가 있어야 겠지 않냐는 말을 하게 된다. 물론, 노처녀나 노총각. 그도 아니면 처절한 솔로들은 이렇게 특별한 날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이지만...실은 이 사람들이 더더욱 크리스마스에 무슨 일이든 생기기를 간절히 바란다. 난 노처녀도 아니며. 노총각은 될 수 없으며..솔로는 더더욱 아니다.. 그러나 곧 내가 평생을 섬기고 살아가야 할 사람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스크루지 영감이라는 점이 이번 공연에 친근감을 표시할 수 있게 한 근본 원인이다.

크리스마스에 징글맞도록 울리는 음악소리.. 행복해하는 아이들, 연인들의 얼굴 속에서.. 그 사람은 왜 유독 스크루지 아저씨에게 열렬한 환호를 보이는지.. 알고 싶어서.. 성인이 된 지금 다시 한번 읽어본 책이 크리스 마스 캐롤이다. 구두쇠 스크루지에게 찾아온 여러 유령들로 인해 그는 과거, 현재, 미래를 여행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깨닫게 된다. 과거의 유령은 그에게 사랑하던 애인인 벨을 버리고 돈에만 집착하는 스크루지를 그 눈 앞에서 다시 한번 볼 수 있게 해준다.

성인이 되어서 읽은 이 책은 다른 의미로 나에게 다가왔다. 흔히 남녀관계에서 트러블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은.. 권태, 그도 아니면. 다른 사람과의 눈맞음. 또, 금전적인 이유에서 이다. 주위에서 흔히 보면 '남자 친구가 자신에게 쓰는 돈을 아까워 한다..' '결혼을 하려는데 그 사람이 모아논 돈이 없다' 등등.. 돈이란 것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돈은 사고 싶은 책. 보고 싶은 공연.. 입고 싶은 옷. 먹고 싶은 맛있는 음식을 내 눈과 귀. 입 앞으로 가져올 수 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눈과 귀. 입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다. 그러나 스크루지는 자신에게 투자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돈 때문에 애인까지 팽개치게 된다. 이렇듯 스크루지의 선택은 언제나 궁상맞은 구두쇠 모습이었다.

다음으로 그의 조카인 프레드의 집에서 그는 프레드와 프레드의 약혼녀 에밀리의 사랑을 보면서 자신과 사랑을 나눠 가졌던 벨을 떠올린다. 이 부분에서는 이미 아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스크루지와 벨과의 사랑의 인연의 끈이 다시 닿기를 간절히 바랬다.
마지막으로 미래의 유령이 나타나 아무도 찾지 않을 뿐 아니라 죽음을 너무도 환영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 모습에 스크루지는 가슴이 미어진다. 아무리 미운 사람이라두 곤히 잠든 모습을 보면 미운 마음이 사그라들기도 하는데.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사람의 죽음을 반가워하는 것은 인간의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다. 여기서 나는 조금 흥분하게 된다. 하지만. 즐거운 결말이 기다리고 있기에.. 마음을 가라앉히고 스크루지 이야기에 몰입한다. 그는 예전에 사랑했던 벨과 다시 만나게 됨으로써 사랑하는 마음이 무엇인지 알게된다.

물론 이이야기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처음엔. 이러한 꿈 하나로 사람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는가? 하는 생각에 아무리 책이지만 억지이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생각을 거듭한 후 스크루지가 꾼 꿈속에는 너무도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고, 그에게 변화를 줄 수 있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유령을 만나게 되고 잠에서 깨어난 다음날 즉 크리스마스 날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유령을 만나게 되고 잠에서 깨어난 다음날 즉 크리스마스 날이 되어 전혀 새사람이 되어 있는 스크루지! 사랑을 나누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사랑을 나누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그 사람..

내가 평생을 섬길 사람이.. 존경한다는 스크루지는 후반의 스크루지였을까? 아니면 스크루지가 그렇게 변할 수 있는 용기와 의지를 가졌다는 점에서 존경한다는 말이었을까? 또 그도 아니면 그렇게 변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스크루지의 행운에 감동했다는 말이었을까? 가진사람에겐 굽신거리고 못가진 사람에겐 떵떵거리는 사람이 많은 세상에 꼭 필요한 책일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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