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의 여인들 한정판 - (3Disc)
프랑소와 오종 감독, 까뜨린느 드뇌브 외 출연 / 인트로미디어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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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 보여줄 게 없을 거라는 짐작은 버려

[영화평]<8명의 여인들>

▲ 영화 속 여인 8명
관객들이 무섭게 추리에 몰두하도록 만들지 않으면서도 적절히 관객들이 호흡을 조절하게 만들어 배우들의 행동과 말을 유심히 주시하게 만드는 영화. 그렇다고 눈에 힘이 들어간 채로 배우들을 관찰하게 만드는 영화가 아니라 배우들의 의미있는 노래를 유쾌하게 감상 하는 재미도 전해주는 영화. 바로 <8명의 여인들>이다.

어찌보면 얄팍한 내용 전개로 보이지만, 보고 나서 허탈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그런 영화는 아니다.

눈 내리는 아름다운 풍경이나 각 배우들이 자신의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표정 연기 역시 극 속에서 잘 드러나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관객들의 취향에 따라 충분히 다르게 느껴지는 영화일 수 있다. 어여쁜 풍경에 의미를 둔 사람이라면, 영화를 보는 것이 마치 빳빳한 종이에 예쁘게 찍혀진 사진첩을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채 술렁 술렁 넘기고 있다는 기분이 들 것이다. 그러나 그 사진첩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면, 누군가 몰래 한장 정도는 찢어서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은 유혹 또한 져버릴 수 없게 하는 영화이다.

▲ 유쾌한 춤을 추는 게비, 까뜨린느, 수종
이자벨 위페르가 나온다고 해서 무조건 보고 싶었던 영화이다. 그리고 감독이 프랑스와 오종이라는 것 또한 나에게 호기심을 충분히 불러일으키고 어떻게 해서든 보고 싶은 영화가 되었다. 2002년도와 2003년도에 시사회를 한 후 극장에 개봉을 한다, 안한다, 말이 많았지만 한참 잠잠해진 후 2004년 1월 다시 시사회를 한 후, 2월에 드디어 개봉을 하기로 결정이 되었다.

천연덕스럽게 웃고있는 포스터 속의 여배우들을 주시해서 보기 바란다. 이야기는 포스터 한 장에 다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자 얼굴을 예리하게 관찰해보기 바란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난 후 다시 포스터를 보게 되면 포스터에서 내용을 다 말해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등장 인물은 8명의 여자와 등만을 보여주는 1명의 남자가 전부다. 배경은 마르셀의 집안. 집 안에서 모든 게 다 이루어진다. 장소 이동이 없어 관객들은 '이 곳이 어디지? '하는 의문을 가질 필요 없이 마르셀의 집안에 온 관심을 집중시키면 된다.

▲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려고 하는 오귀스틴
옆 자리에서 여러 말들이 들리기 시작한다. "배우들은 다들 유명한 배우들을 캐스팅해 돈이 많이 들었을 테지만 이렇게 한 곳에서만 모든 일들이 이루어지니 돈이 얼마 안들었을꺼야" "장소 이동이 없는 영화로 이렇게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 줄이야"." 콩가루 집안 이야기 맞지?" 등등.

시골 외딴집에서 남편이자 아빠, 오빠, 아들, 주인인 마르셀의 죽음을 둘러싸고 8명의 여인들의 각기 다른 주장과 변명을 그려내고 있다. 전화기 선이 끊어진 채로 있는 것을 발견한 가족들은 마지막으로 전화를 쓴 사람이 누구일까 궁금해 한다.

마르셀이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마르셀을 만난 사람은 도대체 누구지? 하는 의문을 품고 있는 사이 엄마가 가방을 미리 꾸며 놓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엄마 게비에게 의혹을 눈길을 돌린다. 그러다 하녀 루이즈가 너무도 뻔뻔스럽게 엄마 게비에게 도전하는 것을 보고 하녀 루이즈에게 다시 의혹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누가 범인인지를 단숨에 알아 맞추는 것보다는 여인 8명의 대화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유쾌하게 이어져 관객들의 상상력을 넓힌다는 것에 매력이 있다. 그러나 미스테리 범죄 영화에서 범인이 누구일까에 대한 호기심은 쉽사리 잠재울 수 없다.

▲ 진지하게 루이즈에게 비법을 물어보는 오귀스틴
누가 마르셀을 죽인 걸까? 이 영화를 보면서 '진범이 누굴까?'하고 머리 싸매면서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은 유쾌한 영화를 보는 재미를 제대로 못 느낄 수 있다. 다만 관객들이 가지는 고민도가 아니라, 범인에 대한 호기심과 집중도에 따라 결말이 더욱 재밌게 느껴질 수도, 혹은 '이게 뭐야'하는 기분을 가지게 하는 시시함을 느낀 채 영화의 엔딩 장면을 바라보게 될 수 있다.

주인공이 많아 각 캐릭터들을 기억하기 힘들거라는 선입견은 금물이다. 이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이 노래를 들려주면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배우들의 캐릭터를 한 눈에 포착해낼 수 있다. 한정된 공간에서 배우들이 왔다 갔다 하며 장면이 바뀌고 있어 한편의 연극무대를 보는 느낌이 든다.

그러다 또 조금 있으니 내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난 편안한 의자에서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보러 왔는데 극장 화면에선 연극을 보여주고 있다. 극장을 잘못 들어왔나 하는 생각이 들 때쯤 '어 이건 뮤지컬인데'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면서 영화를 보면서 연극을 본 듯한 느낌, 뮤지컬을 본 듯한 환상적 기분까지 덤으로 느낄 수 있다.

▲ 다들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8명의 여인들
이자벨 위페르는 역시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깡마른 노처녀로 나오는 위페르는 노골적이고 뻔뻔스러운 표정연기로 관객들을 빨아들인다. 하녀 루이즈에게 남자에게 사랑을 받는 법을 물어보는 너무도 진지한 표정에 더해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선 다들 그녀의 연기에 감탄을 하게 된다.

마르셀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도 천역덕스럽게 빵을 우걱 우걱 입에 넣은 장면을 보여주는 장면에선 형부에 대한 사랑과 증오의 감정을 잘 살려내고 있다. <피아니스트>에서 눈빛으로 모든 걸 연기했던 그녀의 연기를 또 한번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관객들을 자지러자게 하는 웃음을 선사하는 그녀는 억지 웃음을 유발해내지 않는다. 그녀의 마력을 느껴보기 바란다.

어렸을 때 TV에서 흥미있게 봤던, 마술사가 마술을 보여줄 때 사용하는 마술사 모자가 떠오르는 영화이다. '이젠 더 보여줄 게 없겠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 끊임없이 마술사 모자에서 무언가가 계속 나와 어린 마음에 '저 모자속에 어떻게 저 많은 것들을 숨기고 있을까? '하는 호기심을 이 영화에서 또 한번 느낄 수 있다.

이젠 대강 내용은 다 알겠구나 하는 사이 이야기가 계속 펼쳐져 관객들은 놀라게 된다.

영화에서 큰 교훈을 바라거나 대단한 줄거리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는 유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보는 내내 '허.. 거참'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하는 소리를 내게 만든 신선하면서도 황당하지만 재미있는 영화다.

관객들 각자 좋아하는 배우들 취향에 따라 비중있게 관찰하는 배우들이 틀린 것이다. 8가지 색깔을 의상과 연기 속에서 잘 보여주고 있는 배우들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보기 바란다. 영화의 유쾌함 뒤에 묻어나는 가족의 의미에 대한 생각도 잠시 해보길 바란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우아한 말이라고 생각했던 프랑스말이 참으로 수다스럽고 정신없는 영화에 적격이다는 것을 확연히 느끼고 놀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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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dts] - 마블+와이드미디어 할인행사
패티 젠킨스 감독, 리 터제슨 외 출연 / 마블엔터테인먼트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사랑이 모든 걸 이긴다고? 말이야 좋지"
<몬스터> 이 사회의 괴물은 당신 혹은 우리 모두
▲ 사건을 저지르기 전이나 후에 거울을 보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주인공 리
이런 영화는 처음이다. 색다르지 않은 이야기를 꺼내 아주 천천히 관객을 끌어당기는가 싶었다. 그래서 오히려 초반엔 지루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아주 깊이 들어와, 영화는 관객의 머리 위에 앉아 차분히 웃고 있는 듯한 기분이랄까?

영화를 처음 본 관객들은, 떡진 머리에 울룩불룩 튀어나온 뱃살과 엉덩이 살, 기미가 덕지덕지 앉은 얼굴, 비죽비죽 나있는 이빨 등 추한 여자 모습이 무엇인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여배우의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더더구나 그 여자의 직업은 창녀다. 같이 본 일행은 영화에 관한 정보가 전혀 없이 극장에 와서, 세상에 보다 보다 이렇게 못생긴 여배우는 처음 본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그렇게 영화는 추한 여자를 관객들 앞에 정면으로 들이밀면서 '그 여자의 삶을 과연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관객을 조롱하는 듯했다.

영화 <몬스터>는 2002년 플로리다에 있는 어느 형무소에서 7명의 남자를 살해한 죄목으로 사형 당한 '에일린 워노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영화에선 에일린이 '리'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13살에 임신하고 가족에게 버림받은 채 고속도로 위에서 창녀 일을 해서 삶을 연명해 나가야만 했던 여자 리(샤를리즈 테론)는 셀비(크리스티나 리치)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 명의 사내를 살인해서 사형에 처해진다.

<몬스터>는 일반적인 연쇄살인범 영화와는 다르다. '어떻게 누구를 살해했는가'를 논리적으로 보여 주지 않는다. 리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면서, 정당방위로 시작된 최초의 살인이 연쇄 살인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차분히 보여 준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 살인을 멈출 수가 없었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앞세우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말도 안 되는 논리가 너무나 쉽게 관객들에게 먹혀들어간다는 점에 대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리의 사랑의 얼마나 대단한지, 리가 살인을 저지를 수밖에 없게 만든 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가 얼마나 모질었는지가, 관객들의 머리가 아니라 마음 속에 '콕콕' 그것도 아주 따끔하게 박혔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몬스터>는 남자를 죽이고 돈을 터는 적극적인 범법자 리에게나 스스로 돈을 벌고자 하는 의지 없이 리에게 빌붙어 살아가려고 하는 셀비를 비난하지도 동정하지도 않는다. 단, 마지막 남자를 어쩔 수 없이 죽여야 하는 상황에 처한 리가 "하나님 용서해 주세요"라는 대사를 하게 만들어 세상의 시선과 조금은 거리를 좁히고 있다.

<몬스터>는 배우들의 얼굴을 통해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이는 무심히 화면을 보다가 놀라게 된다. 사람들의 말에는 간혹 거짓이 첨가되기도 한다. 반면에 얼굴 표정에 나타나는 속마음은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숨기기 힘들다.

극중에서 리는 어느 곳에 시선을 고정하지 못하는 불안한 눈, 긴장감이 팽팽히 느껴질 정도로 힘이 팍 들어가 부자유스러워 보이는 턱, 한 곳에 가만히 두지 못한 채 자신의 입 쪽으로 손을 가져가거나 밑으로 내렸다 하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현재 그녀의 심정이 어떠한지를 잘 보여 준다. 특히 탁한 그녀의 눈망울이 갑자기 크게 떠질 때면 그녀가 어떠한 범죄를 저지를 것인지를 예감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관객들의 숨소리는 거칠어진다.

특히, 그녀가 자신을 가장 학대했던 남자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은연중에 내비치고 있던 점은 더욱 우울하게 다가왔다. 항상 긴 팔과 긴 다리를 절대로 가만히 두지 않는 그녀는 불량소년처럼 거들먹거리는 모습을 잘 보여 주었다. 그 모습은 마치 "너 깟 것들이 어떤 족속인지 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일말의 연민을 보내거나 하지마, 나 스스로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정도는 알고 있어"라고 말하는 듯 보인다.

또한, 자신이 가장 사랑한 셀비를 위해 남자들이 보이는 허풍 역시 잘 표출해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사랑이 파국을 맞이할 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죽인 남자들에 관한 기사를 하나 하나 스크랩해 놓으면서 울분을 토하는 그녀는 자신의 예상이 빗나가길 바랬다. 그것도 너무도 간절히….

<몬스터>에서 리는 자신에게 이야기할 때도 표정으로 말한다. 자신을 강간하려는 변태성욕자를 살해한 뒤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피 묻은 몸을 화장실에서 정신없이 닦아내면서 "괜찮아. 사랑을 위해선 괜찮아. 또한 그것도 다름 아닌 정당방위였어"라는 말을 하는 듯한 표정으로 눈에 힘을 준다.

▲ <몬스터>
리의 표정 중 가장 잊혀지지 않는 장면은, 영화의 마지막에 자신을 배신한 여자 친구 셀비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자신은 전혀 잘못 없다고 징징대는 셀비에게 다 자신의 책임이라고 말을 하면서 셀비를 다 이해하고 용서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을 때이다. 리는 온몸의 힘이 다 빠진 표정이다. 그녀의 희망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리에게 사형이 언도되어 리는 다시는 셀비를 만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사형이 집행되기 전에 감옥에 있었던 10년이란 기간 동안에도 리는 셀비를 만날 수 없었다. 리에게서 전혀 기대할 것이 없다고 여긴 셀비가 180도 돌아서 버렸기 때문이다. 그것도 자신부터 살고 보자는 얄팍한 의도를 가슴에 숨긴 채 말이다. 여리고 순진한 외모를 지니고 있지만 인간의 내면에 숨어있는 사악한 심성을 잘 보여 준 셀비로 인해 관객들은 허탈한 웃음을 계속 토해낸다.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과연 괴물은 누구일까? 일반적인 시각에서 보면, 미국의 최초 여성 연쇄살인범인 리의 출신 배경과 창녀로서의 삶이 모든 것을 다 말해 준다면서 리를 지목하게 될 것이다. 사회가 규정한 심판 역시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자신있게 리가 괴물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리의 애인이었던 셀비 아니면 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라고 명명한다면 모를까?

개인적으론, 셀비의 모습이 죽이고 싶도록 밉게 다가왔다. 세파에 찌든 한 창녀에게 일말의 희망을 갖게 한 후 일이 벌어지자 징징거리는 모습을 보일 뿐 어른인 리가 다 해결하라고 떠넘기는 태도는 가슴을 치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할 정도로 화가 나게 만든다.

리가 어떠한 일을 겪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고 그저 좋은 곳에 갈 일, 맛있는 음식을 먹을 일만 생각하는 셀비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리에게 창녀짓을 계속할 것을 종용한다.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셀비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돈이 떨어지거나 화가 나면 울면서 징징될 뿐이다. 그도 아니면 자신의 비위가 뒤틀리면 입가를 묘하게 일그러트리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것 뿐이다.

한편 사회의 시선은 울면서 징징되는 셀비의 편에 머물러 있다. 이기적이고 철딱서니일지라도 사회는 셀비를 인정할 망정 순순히 사랑을 위해 살인을 저지를 리를 냉정하게 바라본 후 처단해 버린다.

이러한 점에서 진정한 괴물은 셀비이자 셀비와 한통속인 사회가 되는 것이다. 자기의 책임은 회피하고 전혀 몰랐다고 잡아떼는 사람들의 두 얼굴이 무섭게 겹쳐져서 섬뜩한 영화 <몬스터>는 보는 내내 관객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래서 영화 장면을 보는 도중 눈을 찔끔 감게 하거나 옆으로 고개를 돌리게 만든다. 그러나 피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세상은 올바르게 흘러갈 수 있다.

자기밖에 모른 채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들이 사는 사회 속에선 그 누구도 괴물이 될 수 있다. 자신이 괴물인지 모른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 <몬스터>
<몬스터>는 많은 매력을 지니고 있는 영화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그녀가 왜 살인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도덕적 질책을 하기가 쉽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그러한 질책 자체가 '누워서 침 뱉기'라는 것을 깨닫고는 얼굴이 뜨거워질 것이다. 살인에 대한 논쟁 자체를 잠재워 버린 리의 삶은 머리로만 뭐든지 이해하는 사람들에게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삶일지 모른다. 그러나 가슴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은 그녀의 삶을 100% 완전히 이해할 순 없다 할지라도 뭔가 가슴을 치고 올라오는 것을 느끼고는 눈가가 촉촉이 젖었을 것이다.

신인 감독 팻티 젠킨스는 배우를 잘 살려 내면서도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영화로 표현해 냈다. 감독 역시 만나보고 싶어질 정도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샤를리즈 테론은 이번 영화로 2004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포함해 골든글로브, 베를린 영화제, 전미 배우조합, 국제 영화평론 협회, 미 전역 비평협회 등 총 19개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샤를리즈 테론이 아카테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날은 실존 인물인 에일린 워노스의 생일이었다고 해서 더더욱 묘한 기분을 들게 한다.

극중 리는 사형장에서 "사랑은 모든 걸 이긴다. 시련 뒤엔 기쁨이 있고, 사랑은 모든 길로 통하며…. 삶이 있는 한 희망이 있는 법"이라고 읊조린다. 너무도 차분하게 듣기 좋은 말을 읊조리는 것을 보고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하지만 그녀는 역시 '리'였다. 그렇게 듣기 좋은 말을 읊조리다 바로 "말이야 좋지"라는 그녀 특유의 말을 내뱉었기 때문이다. 죽음의 문턱에서까지 용기만만한 리의 모습은 한편으론 기쁘게도 다른 한편으론 가슴 시리게 다가왔다.

영화를 보는 내내 사람들의 인간적인 모습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을 했다. 그리고 그동안 잊고 있었던 소설가로서의 꿈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인간적인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소설로 쓰고 싶다던 예전의 꿈을 이번엔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아주 조금 보이기 시작했다.

영화로 인해 잊고 지낸 꿈에 대한 희망이 생기기는 처음이다. 그만큼 이번 영화는 악평을 할래야 할 수 없는 작품이었다. 비평할 게 없나 꼬투리를 잡고 있는 내 모습이 더 우스웠다. 또한, 창녀를 보면 손가락질 하기에 바쁜 사람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어졌다. 창녀랑 당신이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무엇인지 어디 한번 속시원히 말해 보라고 말이다.

실존 인물에 대한 다큐 역시 있다는 정보를 들었는데 다큐 역시 하루 빨리 보고 싶다. 국제인권단체인 엠네스티가 수여하는 인권상을 받기까지 한 닉 브룸필드라는 다큐 감독의 <에일린 워노스: 연쇄살인범 팔아먹기>, <에일린 : 연쇄살인범의 삶과 죽음>을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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