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들어온 어젯 밤.

남편이란 작자가 갑자기 누워있는 호야의 몸에 손을 갖다대면서 몇뼘이나 되는지 재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다는 소리가 세뼘 반 밖에 안되는 사람이 먹고 똥싸고 할 건 다하내. 이러는 거였다.

맞다. 세뼘반 밖에 안되는 호야이지만 짜증내고, 우리 침대 위에서 360도 회전하면서 자고, 팔을 훠이훠이 내젖고, 모르는 사람이 손 내밀면 막 울려고 폼 잡고, 간만에 본 사람이면 그 사람이 민망할 정도로 빤히 쳐다본다. 자기도 비슷한 아이를 보면 환하게 웃으며, 엎드려 받쳐하면서 한숨도 쉬고, 힘들면 얼굴을 바닥에 대고 잠시 쉬기도 하며, 누가 먹는 모습을 보면 애처로울정도로 쳐다보고, 돌이나 되서 먹어야 할 귤을 쪽쪽 소리나게 빨아먹으며, 바지를 벗겨놓으면 너무도 좋아라 하고 자신의 배에 바람을 불어 넣어주면 소리내서 웃으면서 좋아라한다. 이유식을 먹은 뒤로 아무리 내 딸이지만 똥 냄새도 장난이 아니다. 다시 바지 입힐려고 본 순간 뒤집어져 있어 뒤집은 채로 바지를 입혀줘야 한다. 그리고 삐치면 입을 뾰루퉁하니 내밀면서 무표정하게 앉아있다.

세뼘 반 밖에 안되는 아이. 공식 키는 74cm로 또래 아이들과 비교하여 결코 작은 키는 아니다. 누가보면 우량아라는 소리까지 한다. 그래도 가끔 호야를 보면 너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도 많이 자라버린 저렇게 큰 아이가 내 뱃속에서 나왔을까? 하는 생각에 호야를 멀뚱하니 쳐다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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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8시 30분까지 올 수 있다는 말에. 그리고 어머님이 호야를 업고 있어서 혼자 마중을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시간 맞쳐 역으로 마중을 나갈려고 했다. 하지만.. 남편은 예상보다 일찍 집에 도착해서 문 앞에서밖에 볼 수 없었다.

어머님은 호야를 들쳐업은채 남편 저녁 상을 준비했는데, 남편은 저녁을 먹고 왔다. 더 중요한 건 남편이 지하철 타면서 집으로 전화를 해 아버님이 받았는데, 그때 저녁 이미 먹었다고 말을 했는데, 아버님은 그 말만 쏙 빼고 김** 일찍 퇴근해서 들어온단다는 말만 전해준 거였다. 어머님은 쫌 뻥쪄하셨지만. 별말은 없다. 항상 그렇듯이 어머님은 대놓고 잔소리는 하지 않으신다. 아버님이 잔소리를 하셨으면 하셨지..

남편이 오고. 내가 컴 앞에서 자판을 두드리고 있으니 어제 내가 일기 비스무레한 글을 쓴 것을 안 남편은 어제 내가 쓴 글을 장난스럽게 읊조리면서 컴 화면을 보려고 기웃거린다. 그래서 내가 막 뭐라 그랬더니 알았다면서 나간다. 정말 이 공간을 못찾아 올까? 다시한번 걱정이 되기 시작하내. 뭐, 찾아온다고 해도 특별히 맘에 걸리는 것은 없지만서두..

그리고 내가 남편에게 말했다. 사고 싶은 책이 있는데, 좀 비싼 책인데 사도 되겠냐? 내가 자주 애용하는 도서관에서는 대출할 수 있는 책이긴 한데, 거기 갈려면 1달 정도 뒤에나 가능한데. 어떡하지? 하니. 남편이 하는 말이 가관이다.

되도록이면 빌려서 읽어~

남편다운 말이긴 하다. 훔.

호야 깼다. 좀 이따 이어서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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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가 2006-03-22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이따 쓰려고 했지만 하루가 지나갔고. 그 다음엔 뭐라 쓸려고 했는지 기억이 안난다. 흑. 아기 엄마의 신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