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생긴 뒤로, 우리집이 아닌 시댁에서 잠시 살게 된 뒤로 진지하게 앉아 글을 쓸 수 없게 되었다. 마음편히 독서 하는 것도 아직은 무리이다.

어제도 일기 아닌 일기를 쓰기 위해 컴 앞에 앉았다가 호야 똥 싸서 똥 치우고, 똥 쌌으니 목욕 시키고. 저녁때 되어서 저녁 좀 먹었더니 시아버지가 컴 앞에 앉아있는거였다. 그래서 나와달라는 말도 못하고 티비 좀 보고 있었더니 열심히 뭔가를 보시더니 컴을 똑 꺼버리시는 거였다. 그래서 시간도 10시가 넘었고, 다시 컴 키기도 귀찮아서 기냥 잠을 청했다.. 원..

그려. 어제 서점 나들이를 이어서 말해야 겠다 . 아! 어제 컴을 쓰다 중간에 자리를 비웠더니. 퇴근한 남편이란 작자가 통 내가 들어가는 인터넷 창에 관심도 안갖더니 어제는 뭔 글이 보여 내 글을 봤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 앞에서 주절댄다. 내가 이 곳에 글을 쓴 이유가 여기는 날 직접적으로 아는 사람이 없어서 좀 더 편하게 글을 쓸 수 있겠다는 이유와. 호야 때문에 팔병신이 된 관계로 직접 손으로 쓰는 일기를 길게 쓸 수 없다는 또 하나의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남편이 내 글을 보게 되다니.. 근데 남편은 이 사이트가 뭔 사이트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내가 창을 열어놓지 않은 이상 되찾아 들어오진 못할것이다. 히히.. 너무 안일한 생각인가?

몇 주전에 부시시한 모습으로 혼자 나들이를 했을 땐 각종 문을 열고 닫는 걸 하느라 고생하고. 상큼한 대학생, 발랄한 대학생들이 사방팔방 뛰어나니는 모습에 심히 좌절을 겪고, 아줌마가 다된 내 모습에 다시 한번 실망해 얼른 후딱 코바람 쐬고 집으로 들어와서 우울해했었다.

그런데, 어제는 참존 콘트롤 크림으로 맛사지도 하고, 황토 맛사지로 2차 맛사지도 하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화장은 하지 않았다. 왜냐? 귀찮아서.. 나. 솔직히 아기 낳기 전에는 화장안하고는 절대 집을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화장 안하고도 집을 잘 나선다. 바쁠 땐 세수도 안하고 집을 나선다. 왜 아이 엄마들이 부시시한 모습으로 외출하는지 이제는 알만하다. 내가 겪어보지 않았을 땐 아이 엄마들이 게을러서. 느슨해져서. 저러고 다니지.. 그러니 남편이 바람 날만도 하지. 그랬다.

하지만, 이젠 알겠다. 아이가 외출해서 보채면 안되니 젖 먹여야지. 젖 먹이고 난 뒤 조금 있으면 딸꾹질 하니 2차 젖먹여야지. 아이 양말 신겨야지. 외출복 입혀야지. 유모차 준비해야지. 유모차 덮게 씌워야지.. 그러다 보면 난 머리와 얼굴 모양새만 대강 만지고 외출을 하는 거다. 혼자 외출하면 그나마 혼자 낑낑대면서 잘 한다. 하지만 남편이랑 외출한번 할려고 하면 남편의 잔소리에 마음만 급해지고 짜증이 확 치민다. 참자. 참자!!

아무튼, 어제는 알라딘에서 책 보고, 책을 보는 것도 아니지. 남이 써논 서평과. 새책 소개지. 여기 집 안에 있는 다소 유치한 책들 좀 들쳐보고, 호야랑 놀아주는 척 좀 하다. 안되겠다 싶어 집에서 제일 가까운 서점으로 나들이를 갔다. 과연, 김애란의 작품이 얼마나 괜찮은지? 궁금하기도 하고, 살만한 책들이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집을 나섰다.

호야는 집을 나서기 전 그렇게 칭얼대더니 현관 문을 열고 아파트 단지를 조금 돌았더니 어느새 스르르 잠이 들어있다. 그래서 난 유모차를 밀며 힘든 외출을 했다. 백화점 내 3층에 있는 도서관 찾기가 왜 이리 힘든지. 워낙 길치인지라 이 앞번에 왔을 땐 남편 따라 무작정 걸어들어갔음. 이번엔 혼자 찾으려고 하니 어디가 어디인지 잘 몰겠다. 6층에 올라갔다 아닌 것 같아 그냥 내려오고 2층에서 백화점 직원한테 물어보니 백화점 직원도 조금 헤매더니 어머님 잠시 기다리라고 한다. 헥. 아이가 유모차에 버젓히 앉아있어 난 어머님이지만 아직도 나는 누가 나한테 어머님이라고 하면 이상하고. 괜시리 기분도 나빠진다. 그렇게 내가 나이들어보이나?? 하는 생각과 함께.

3층으로 가서 쭉 가라는 말을 듣고 3층으로 가서 눈을 번쩍 뜨고 이리저리 헤매다 서점을 발견했다. 우선 눈에 들어오는 건 2006년 이상 문학상이었다. 밤이여 나뉘어라 작품을 조금있다. 나의 피투성이 연인을 조금 봤다. 두번째 작품은 이 앞번 정미경 책에서 본 듯하다. 그런데 그 순간 호야가 잘 자다 눈을 똥그랗게 뜨고 주변을 탐색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자 책이 눈에 잘 안들어오는 거였다. 그래도 엄마된지라 호야를 가만 두는게 아니라 호야 책을 눈 앞에 보여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팍팍 드는 거였다.

그래도. 그래도 김애란 것은 어떤지 한번 보자는 심정으로 김애란 책을 찾아 몇페이지를 읽어봤다. 가벼운 듯 재치있게 글을 쓴 것 같았다. 그러나 사고싶을만큼의 값어치는 못느꼈다. 대출해서 빌려읽기 좋은 책. 딱 그 정도였다.

다른 책을 봐볼까 하는데. 호야가 딸꾹질을 시작하는 거였다. 얼른 멈췄으면 좋으련만. 호야의 딸꾹질을 계속 되었다. 젖을 먹이거나 으앙~하고 울어야 빨리 그치는데 울지도 않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딸꾹, 딸꾹만 하고 있는거였다.  훔훔. 얼른 집에 들어가야 할 듯했다. 그래서 부랴 부랴 엘리베이터를 찾아 나갈 준비 시작.

집 가까이 와서야 호야는 딸꾹질을 멈추었다. 그리고 이날은 내 자신의 모습에 우울함을 별로 느끼지 않았는데, 지나가는 학생들이 호야를 보고 너무 귀엽다고 하는 게 아닌가? 집으로 오는 길에 4번 정도 그 말을 들었다. 나와 안면이 있는 사람들은 인사치레로 귀엽다고 하는데, 나와 전혀 안면이 없는 사람이 귀엽다고 하니 정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호야를 다시 한번 쳐다봤다.

객관적으로 찬찬히 뜯어보다. 이쁜 얼굴은 아니지만 눈 동그랗게 뜨고 있으니 귀여운 얼굴은 맞는 듯하다. 역시 나도 고슴도치 어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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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6-03-21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기가 어려서 아직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가 힘드시죠? 시부모님과도 함께 사시니 힘든 점이 많으실 듯... 제가 조금 먼저 살아본 결과, ^^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들어가고, 학교는 2학년쯤 되어야 혼자만의 시간이 나실거예요. (근데 정말 부군께서 여기 찾아들어오지 못하실려나요? ^^;) -아참, 저는 여전히 부시시 패션으로 살아가는 두 아이 엄마입니다.(__)

정작가 2006-03-21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시부모님과 2달간 같이 살게 되어 여러모로 힘든 점이 많습니다. 이제 7개월 들어가는 우리 아이가 도대체 언제 유치원에 갈지 아직은 까마득 하기만 합니다. 아영엄마가 부럽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