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에 자주 오는 일명 욕쟁이 할머니가 있다. 나이도 70이 다 되가는데 왜이리 부지런히 마실을 다니시는지..
활발하게 어른들 틈에 끼어 수다를 떠는 걸 별로 좋아라 하지 않는 나는 욕쟁이 할머니가 오는 걸 별로 반기지 않는다. 게다가 욕쟁이 할머니까지는 참겠는데, 욕쟁이 할머니 딸까지 와서 뭐라 뭐라 수다떨땐 짜증이 나기도 한다. 더더군다가 욕쟁이 할머니 딸이 1명도 아니고 2명이나 같이 올때는 더 죽음이다.
원래 수다란 것이 특별히 어떤 목적을 하는 건 아니지만.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하면서 상대의 비위를 맞춰주는 수다는 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까지 든다. 예를 들면,
욕쟁이 할머니가 오면 어머님은 이렇게 말한다.
"몽실이가 호야(이건 태명이다. 우리 호야의 신분 보호를 위해 태명을 써논다)
/!!이거 원, 진득하니 앉아 글을 쓸 수도 없으니. 자꾸 내 글 흐름이 방해를 받으니 짜증만 만땅으로 차오르고 있다..
"몽실이가 호야때문에 스트레스 받아 죽을라고 하내"
"호야 이쁘다고 하면 금새 달라들어 지가 애교피우고 난리다니까"
이렇게 말하면 욕쟁이 할머니는 막 우스면서 (욕쟁이 할머니의 목소리 톤은 어찌나 높은지. 곱지나 않은 목소리인데. 작은 방에 있어도 크게 들릴 정도로 목소리가 크다. 참고로 시댁 집 평수가 47평으로 작지 않은 집인 것을 감안할때..)
"지가 개새끼지. 사람새끼야. 아이구 우리 호야 이뻐라.(호야 볼을 쓰다듬으며.)"
이러한 대화를 욕쟁이 할머니가 마실 올때마다 하고 있다.
그걸 보는 난 기가 막히다. 어르신들이 그리도 할말이 없나? 아님 이러한 반복적 대화방식이 그들만의 이야기 방식인가? 나이가 한참이나 어린 나는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
그리고는 우리 호야를 한참 머리를 주무르고 볼을 주무르고(노인네는 쓰다듬은다고 하시겠지만. 내 눈에는 주물닥 주물닥 하는 것으로 보인다. 흑.) 하면서 이쁘다 이쁘다를 연발하신다. 그 말이 난 머리가 아플 정도이다. 노인네의 지나치게 과장섞인 행동은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아니. 거기까지는 참겠다. 호야의 얼굴을 보면서 '넓딕이 넑딕이'하질 않나? 호야의 볼이 통통한 관계로 얼굴이 더 커보인다. 눈이 짝 찢어졌다고 하질 않나? 호야 얼굴이 큰 것은 인정하겠지만 눈이 찢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생후 2개월까지는 쌍꺼풀도 있더니 그 뒤로 살이 마구 마구 찌더니 쌍꺼풀이 없어진 호야. 그렇다고 눈이 쫙 찢어진 밉상은 아니다. 오히려 눈이 똘망 똘망 한 편이다. 아마도 욕쟁이 할머니는 호야 아빠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고 그렇게 말하시는 듯 하다. 호야 아빠. 일명 남편이란 작자는 눈이 너무도 땡그래서 동남아 인같다는 소리까지 들을 정도이다. 얼굴까지 까무잡잡해서 동남아 사람 같아 보이긴 하다.
호야를 주무르는 게 끝나면 거실 카펫트 바닥에 호야를 내려놓은다. 그리고 자꾸 앞으로 기지 못하고 뒤로 가는 호야를 보고 "왜 게 새끼 마냥 뒤로 가?"
그런데, 그런데, 난 시댁의 카펫트 바닥에 호야를 내려 놓는게 싫다. 그래서 팔이 병신이 되고 팔뚝이 굵어지드라도 내가 안고 있지 거실 바닥에 내려 놓지 않는다. 강아지 몽실이가 온 몸을 부비는 장소가 거기이고, 방문객들이 마구 이리저리 뒹구는 장소가 거기이고, 카펫은 집먼지 진드기가 가장 많이 사는 장소가 거기이기 때문이다. 바닥을 기고 자기 손을 쪽쪽 빠는 어린 아기를 그 곳에, 다른 곳도 아닌 그 곳에 내려놓고 싶은 엄마가 어디있겠는가?
어머니는 스팀 청소기로 하면 다 소독이 된다고 하지만, 청소 하면 뭐하나? 청소 끝나자마자 몽실이가 바로 뒹굴고, 온 몸을 마구 털어대고, 자신의 햄이나 고구마를 가져와 카펫 위에서 짓이기면서 먹는데..
어른들은 면역성이 있어서 그나마 괜찮다고 하지만, 난 태어난지 이제 6개월 조금 넘은 아이를 그 곳에 벌러덩 눕혀 놓는게 싫다. 하지만, 어머니와 욕쟁이 할머니에게 뭐라고 말하겠는가? 대강 비위 맞춰주다 기저귀 간다는 핑계로 데리고 오지..
아무튼 이래 저래 편치 않은 손님인데, 오늘은 거의 하루 종일 시댁에 있다.
오전 중엔 둘째 딸내미랑 와서 나를 한바탕 혼내키고 가고, 오후에 첫째 딸래미도 같이 와서 오후 5시 30분까지 뭔 수다를 수다를 떨다 갔다.
호야가 작은 방에서 자꾸 소리를 질러대 호야를 밖으로 데리고 나오지 왜 싸매고 키우냐고 한마디 하시더니. 호야를 또 아는다. 그래서 난 반복되는 그 행동들을 보기 싫어 무심히 티비에만 눈길을 주고 있었다 그랬더니 나한테 충고를 한마디 하겠단다. 어른들 보고 인사를 잘 해라는 거다. 어제 아버님이 밖에서 들어오실 때 호야 기저귀를 갈고 있어서 인사 하러 못 나간 걸 보고 한마디 하시는거다. 상대와 싸웠드라도 모르는 척 반가워해주는 게 좋다나 어쩐다나. 안그럼 우리 엄마 아빠가 욕먹는단다..
그래서 내가 어제 기저귀 갈고 있어서 그랬다니 그런 상황이드라도 얼른 인사를 하고 들어가란다. 그래서 내가 더 이상 대꾸할 기분도 나지 않았다. 그랬더니 욕쟁이 할머니 손에 있던 호야 입이 뿡 나와서 뾰로뚱한 표정이 되는 거다. 어머니는 옆에서 호야가 자기 엄마한테 누가 뭐라고 하니까 기분이 안 좋은가보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호야한테 손을 내미니 재빨리 나쪽으로 몸을 튼다. 그래서 얼른 데리고 왔다. 잠이 와서 그러는건지. 엄마한테 누가 뭐라고 해서 그러는건지 우리 딸네미는 민감한 아이였다.
그렇게 나에게 온 호야 낮잠을 재우려고 젖을 먹이고 있는데, 다행이 욕쟁이 모녀가 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다소 시원한 기분을 느끼고 있는데, 왠일.
점심때 아주버님 친구분이 와서 불편한 상황을 겨우 넘겼는데, 산넘어 산이라고,
어제 주사 맞은 이후로 자꾸 보채는 호야를 달래고 있는데, 또 2차 마실을 오신 거였다. 딸네미 1나도 아니고 2을 대동하고 말이다.
그리고 작은 방에서 호야가 자꾸 우는 소리가 들리니까.
"왜 작은 방에만 가면 울어? 여기다 눕혀놔."
그런다.
그래서 내가 거기에 눞혀놓으면 다 주워먹어서 안된다고 하니까
여기 아무것도 없다고 하신다. 더 이상 내가 말하지 않으니까. 어머님이 옆에서 호야가 세밀한 아이여서 우리는 눈에 잘 안보이는 머리카락, 고추가루를 손으로 만지작 만지작 하다 입으로 넣느나는 말을 한다.
우띠. 오늘 정말 짜증이다. 어제 밤에 호야 자꾸 깨어나 제대로 잠도 자지 못했는데, 오늘 낮 역시 자꾸 자꾸 깨어나니 낮잠도 못 자고. 나 혼자 있을 땐 호야 울음소리에 크게 신경안쓰는데, 이 공간에선 왜 이렇게 신경쓰이는지..
거실에 딱 자리 잡은 채 수다 떠는 그들 틈에 끼어들기 싫어 컴도 해보고(호야 때문에 오래 하지도 못한다.)호야 젖 먹이면서 재워볼려고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왠만하면 나도 젖 먹이면서 같이 잠드는데, 그들 수다 소리가 너무도 또렷히 들려 나 역시 잠이 안온다. 호야 역시 금방 금방 깨어나고.
답답하고 또 답답하다. 이런 생활을 아직도 1달을 겪어야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