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곳에 써 놓은 내 글들을 하나 하나 끌어오고 있다. 나도 한땐 참 바쁜 아가씨였는데..

이젠 책 한 권도 맘 편히 읽을 수 없는 아줌마가 되어있다..

우울해질려 한다. 마음을 다잡자. 내 옆엔 꼬물꼬물대는 호야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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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6-03-30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첨 뵙네요.^^
지금은 갇혀 사는 것 같애도, 좁은 방에서 애기랑 둘이 있고 싶을 날이, 시간을 확 돌이켜 보고 싶은 날이 곧 온답니다. 꼬물대는 호야랑 많이 놀아주세요.^^

정작가 2006-03-30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글샘님 반가워요~//간혹 책 서치하다가 님 리뷰 몇번 봤어요. //꼬물대는 호야는 책만 주면 어찌나 좋아하는지. 먹어보고(정말 오물 오물 먹습니다^^) 뒤집어보고. 확 내팽겨채보고. 꽉 물어보고.ㅋㅋ 글샘님도 아이가 있는 아줌마 혹은 아저씨??ㅋㅋ
 
8명의 여인들 한정판 - (3Disc)
프랑소와 오종 감독, 까뜨린느 드뇌브 외 출연 / 인트로미디어 / 2004년 4월
평점 :
품절


이제 더 보여줄 게 없을 거라는 짐작은 버려

[영화평]<8명의 여인들>

▲ 영화 속 여인 8명
관객들이 무섭게 추리에 몰두하도록 만들지 않으면서도 적절히 관객들이 호흡을 조절하게 만들어 배우들의 행동과 말을 유심히 주시하게 만드는 영화. 그렇다고 눈에 힘이 들어간 채로 배우들을 관찰하게 만드는 영화가 아니라 배우들의 의미있는 노래를 유쾌하게 감상 하는 재미도 전해주는 영화. 바로 <8명의 여인들>이다.

어찌보면 얄팍한 내용 전개로 보이지만, 보고 나서 허탈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그런 영화는 아니다.

눈 내리는 아름다운 풍경이나 각 배우들이 자신의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표정 연기 역시 극 속에서 잘 드러나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관객들의 취향에 따라 충분히 다르게 느껴지는 영화일 수 있다. 어여쁜 풍경에 의미를 둔 사람이라면, 영화를 보는 것이 마치 빳빳한 종이에 예쁘게 찍혀진 사진첩을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채 술렁 술렁 넘기고 있다는 기분이 들 것이다. 그러나 그 사진첩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면, 누군가 몰래 한장 정도는 찢어서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은 유혹 또한 져버릴 수 없게 하는 영화이다.

▲ 유쾌한 춤을 추는 게비, 까뜨린느, 수종
이자벨 위페르가 나온다고 해서 무조건 보고 싶었던 영화이다. 그리고 감독이 프랑스와 오종이라는 것 또한 나에게 호기심을 충분히 불러일으키고 어떻게 해서든 보고 싶은 영화가 되었다. 2002년도와 2003년도에 시사회를 한 후 극장에 개봉을 한다, 안한다, 말이 많았지만 한참 잠잠해진 후 2004년 1월 다시 시사회를 한 후, 2월에 드디어 개봉을 하기로 결정이 되었다.

천연덕스럽게 웃고있는 포스터 속의 여배우들을 주시해서 보기 바란다. 이야기는 포스터 한 장에 다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자 얼굴을 예리하게 관찰해보기 바란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난 후 다시 포스터를 보게 되면 포스터에서 내용을 다 말해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등장 인물은 8명의 여자와 등만을 보여주는 1명의 남자가 전부다. 배경은 마르셀의 집안. 집 안에서 모든 게 다 이루어진다. 장소 이동이 없어 관객들은 '이 곳이 어디지? '하는 의문을 가질 필요 없이 마르셀의 집안에 온 관심을 집중시키면 된다.

▲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려고 하는 오귀스틴
옆 자리에서 여러 말들이 들리기 시작한다. "배우들은 다들 유명한 배우들을 캐스팅해 돈이 많이 들었을 테지만 이렇게 한 곳에서만 모든 일들이 이루어지니 돈이 얼마 안들었을꺼야" "장소 이동이 없는 영화로 이렇게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 줄이야"." 콩가루 집안 이야기 맞지?" 등등.

시골 외딴집에서 남편이자 아빠, 오빠, 아들, 주인인 마르셀의 죽음을 둘러싸고 8명의 여인들의 각기 다른 주장과 변명을 그려내고 있다. 전화기 선이 끊어진 채로 있는 것을 발견한 가족들은 마지막으로 전화를 쓴 사람이 누구일까 궁금해 한다.

마르셀이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마르셀을 만난 사람은 도대체 누구지? 하는 의문을 품고 있는 사이 엄마가 가방을 미리 꾸며 놓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엄마 게비에게 의혹을 눈길을 돌린다. 그러다 하녀 루이즈가 너무도 뻔뻔스럽게 엄마 게비에게 도전하는 것을 보고 하녀 루이즈에게 다시 의혹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누가 범인인지를 단숨에 알아 맞추는 것보다는 여인 8명의 대화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유쾌하게 이어져 관객들의 상상력을 넓힌다는 것에 매력이 있다. 그러나 미스테리 범죄 영화에서 범인이 누구일까에 대한 호기심은 쉽사리 잠재울 수 없다.

▲ 진지하게 루이즈에게 비법을 물어보는 오귀스틴
누가 마르셀을 죽인 걸까? 이 영화를 보면서 '진범이 누굴까?'하고 머리 싸매면서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은 유쾌한 영화를 보는 재미를 제대로 못 느낄 수 있다. 다만 관객들이 가지는 고민도가 아니라, 범인에 대한 호기심과 집중도에 따라 결말이 더욱 재밌게 느껴질 수도, 혹은 '이게 뭐야'하는 기분을 가지게 하는 시시함을 느낀 채 영화의 엔딩 장면을 바라보게 될 수 있다.

주인공이 많아 각 캐릭터들을 기억하기 힘들거라는 선입견은 금물이다. 이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이 노래를 들려주면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배우들의 캐릭터를 한 눈에 포착해낼 수 있다. 한정된 공간에서 배우들이 왔다 갔다 하며 장면이 바뀌고 있어 한편의 연극무대를 보는 느낌이 든다.

그러다 또 조금 있으니 내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난 편안한 의자에서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보러 왔는데 극장 화면에선 연극을 보여주고 있다. 극장을 잘못 들어왔나 하는 생각이 들 때쯤 '어 이건 뮤지컬인데'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면서 영화를 보면서 연극을 본 듯한 느낌, 뮤지컬을 본 듯한 환상적 기분까지 덤으로 느낄 수 있다.

▲ 다들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8명의 여인들
이자벨 위페르는 역시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깡마른 노처녀로 나오는 위페르는 노골적이고 뻔뻔스러운 표정연기로 관객들을 빨아들인다. 하녀 루이즈에게 남자에게 사랑을 받는 법을 물어보는 너무도 진지한 표정에 더해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선 다들 그녀의 연기에 감탄을 하게 된다.

마르셀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도 천역덕스럽게 빵을 우걱 우걱 입에 넣은 장면을 보여주는 장면에선 형부에 대한 사랑과 증오의 감정을 잘 살려내고 있다. <피아니스트>에서 눈빛으로 모든 걸 연기했던 그녀의 연기를 또 한번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관객들을 자지러자게 하는 웃음을 선사하는 그녀는 억지 웃음을 유발해내지 않는다. 그녀의 마력을 느껴보기 바란다.

어렸을 때 TV에서 흥미있게 봤던, 마술사가 마술을 보여줄 때 사용하는 마술사 모자가 떠오르는 영화이다. '이젠 더 보여줄 게 없겠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 끊임없이 마술사 모자에서 무언가가 계속 나와 어린 마음에 '저 모자속에 어떻게 저 많은 것들을 숨기고 있을까? '하는 호기심을 이 영화에서 또 한번 느낄 수 있다.

이젠 대강 내용은 다 알겠구나 하는 사이 이야기가 계속 펼쳐져 관객들은 놀라게 된다.

영화에서 큰 교훈을 바라거나 대단한 줄거리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는 유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보는 내내 '허.. 거참'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하는 소리를 내게 만든 신선하면서도 황당하지만 재미있는 영화다.

관객들 각자 좋아하는 배우들 취향에 따라 비중있게 관찰하는 배우들이 틀린 것이다. 8가지 색깔을 의상과 연기 속에서 잘 보여주고 있는 배우들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보기 바란다. 영화의 유쾌함 뒤에 묻어나는 가족의 의미에 대한 생각도 잠시 해보길 바란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우아한 말이라고 생각했던 프랑스말이 참으로 수다스럽고 정신없는 영화에 적격이다는 것을 확연히 느끼고 놀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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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MBC 다큐멘터리 가족 제작팀 엮음 / 북하우스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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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밀한 가족 이야기 엿보기
문화방송 다큐멘터리 '가족' 제작팀의 <가족>

보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데, 쏟아지는 잠 때문에 제대로 보지 못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있었다. 2003년 9월과 10월에 방영된 4부작 다큐멘터리 <가족>은 방영시간이 밤 11시 30분이었다. 초저녁 잠이 많은 사람은 보기 어려운 시간이었다. 눈에 힘을 주고 그 프로가 시작되기만 기다렸지만 선전이 계속 나오는 사이에 잠이 들어버렸다.

그러나 <어머니와 딸>, <아버지와 아들>, <남편과 아내> 중 <남편과 아내> 부분은 프로그램 시작 전 잠이 들지 않고 잘 감상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차츰 차츰 내 기억 속에 <가족>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잊혀져 가고 있을 때쯤 그 프로그램에서 못다 한 이야기까지 다 모아놓은 <가족>이라는 책이 출판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선, 책 초반에 보여주는 어머니와 딸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대화식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다른 어떤 미사여구들보다 가슴을 시큰하게 만든다. 많은 딸들이 엄마와 대립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들 모두 엄마 없이는 못산다는 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역시 엄마와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나온 딸들이라면, 더욱 이 이야기들이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것이다.

'딸이 그래 많아도 한 개도 밉지는 안 해'라는 이야기에는 비오는 날만 되면, 교문 앞에서 기다리는 엄마, 서울에 있는 딸들에게 보내기 위해 택배비가 더 들어도 상추, 옥수수를 보내 택배 아줌마로 통하는 엄마가 나온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전형적인 한국의 어머니 상이다.

어머니의 마지막 말이 웃기면서도 찡하다. 막내가 시집가고 나서 “내가 우리집에 도둑년들 싹 다 나갔다 캤더니 동네 사람들이 얼매나 웃었다고”(34쪽) 어머니의 속시원함과 함께 자식을 떠나보낸 서운함이 가득 배인 말이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엄마만 제일 좋은 거 먹고' 이야기를 읽고는 내 눈을 의심하였다. 이러한 이야기가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실제 이야기라는 것이 참 신기하게 다가왔다. 딸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도 흰 장갑에 모자 쓰고, 백구두 신고는 꽃다발을 안겨주는 엄마, 즉, 막내 이모 같은 엄마다. ‘인내’하는 어머니 상을 모범답안으로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 변덕이 심한 엄마의 모습은 놀랍게 다가온다.

엄마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딸이 늦게 집에 들어간다고 전화하면, 자는데 왜 깨우느냐고 화를 낸다. 물론 그 이면에는 깊은 뜻이 들어있다. 무슨 일을 하든 간에 딸을 믿기 때문에 엄마에게 알릴 필요가 없고, 알아서 행동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참 '쿨'한 엄마라고 해야 할까? 이야기 속에 빠져 들어가면서 속으로 박수를 치고 있는 날 발견하게 된다.

여기서 나온 '쿨'한 엄마의 다른 에피소드는 더욱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결혼 전날 결혼하기 싫다는 딸에게, 다른 어머니들처럼, 집안 망신 어쩌구 이런 얘기를 하기보다는 “결혼하기 싫으면 하지마. 엄마가 다 해결할테니”라는 말과 함께 딸과 드라이브를 한 다음, 딸을 좋은 찻집으로 데려간다.

책에 나온 엄마의 모습은 새로움 자체였다. 문제를 뭐든지 쉽게 생각하는 엄마, 큰일일수록 단순하게 생각하는 엄마로 인해 딸은 무사히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엄마의 현명한 대책으로 일이 의외로 쉽게 풀린 셈이다.

엄마의 다음 말 역시 초보 엄마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당신의 인생을 중요시 해라. 아이들은 앞으로 자기네 앞날이 창창한데 애들한테 너무 얽매이지 마라. 우리 인생 짧은데 아이들 뒷바라지 하다보면 어느 날 아이들은 훌륭해지고 나는 뒤에서 매미처럼 빈 껍질만 남아가지고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 멍하게 있게 된다.(39쪽)

<한 지붕 세 여자>이야기는 엄마와 딸이 이혼을 한 후 엄마·딸·손녀 3대가 함께 사는 집안 이야기다. 여자라는 이유 때문에 김씨, 이씨, 지씨 이렇게 성이 다 다르지만 그들에겐, 성이 같은 남자들간의 관계와는 다른 뭔가가 있다. 그들의 말을 빌리지만, 훨씬 질기고 끈끈하고 그리고 진짜 가슴으로 서로 통하는, 모녀지 간만이 느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단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마음을 울린 에피소드는 다음 내용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자기 부모님을 존경하는 사람?’
‘자기 부모님처럼 살고 싶은 사람? 부모님 인생과 똑같이 살고 싶은 사람?’
이와 같은 질문에 너무도 당당하게 두 손을 번쩍 든 딸의 모습에서 나는 과연 부모님을 존경하고 있고, 부모님 인생과 똑같이 살고 싶어했는지? 라는 물음을 던져보게 된다.

여성 리더십 연구회에 다니는 엄마의 이야기인 <니 욕망대로 살아라> 역시 기억에 남는다. 우리가 모성에 대해서 너무 부풀려서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하고 생각하게 할 것이다.

저는 사실은 모성의 완전함에 대해서는 별로 믿지 않아요. 그러니까 어머니든 아버지든 부모라도 일단 자기 이기성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있고 그러고 나서 자식도 있는 거 같아요. 자기가 불안하고 고통에 빠져 있거나 불안전하면, 그런 모습을 자식한테 보일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해서 위로를 받는 거죠.(130쪽)

그녀의 말을 듣고 있다보면, 엄마의 이해 못할 태도들이 다소나마 이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엄마하고 딸들은 인간적인 경계선이 별로 없다는 것이 그녀의 지론이다. 즉, 딸이 엄마고, 엄마가 딸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니 엄마가 엄마 스스로 학대하고 싶을 때 딸을 학대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아이들을 위해서 희생하는 엄마들에게도 일침을 놓는다.

애들을 위해 자기의 꿈을 접는 거는 인생의 보복이 정확하게 온다고 생각해요. 그것 때문에 언젠가는 남편을 원망하든지, 자식을 원망하든지, 인생의 황혼기에 심각한 고통이든지, 그렇게 보복이 돌아올 거라고 생각해요. 나는 나이 들어서 내 자식한테 “너희들한테 미안해”라고 얘기는 하겠지만. “너희 때문에 내가 불행해졌다”라고는 하지 않을 자신은 있으니까.(150쪽)

그렇다고 모든 엄마들이 다들 바깥으로 나가서 일을 찾으라고 조언하지는 않는다. 애들하고 놀고, 함께 하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 엄마들이 있는데 그런 엄마들은 전업으로 애들을 키우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 엄마들은 이웃집 애들도 다 불러다 같이 놀게 하는데, 그러면 이웃집 애들도 다 좋아한다는 것이다. 엄마 노릇이 적성에 맞는 사람은 적성을 잘 살리라는 말로도 들린다.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 역시 가슴을 콕콕 파고드는 내용들이 많다. <아빠, 내가 안아드릴게요>라는 제목에 나오는 아빠와 아들의 이야기 역시 재미있으면서, 근엄한 아버지의 모습만을 상상해온 사람들에게 아버지의 정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펑크 스타일 가발을 사달라고 하는 아들과 그걸 못 마땅해야 하는 아빠가 있다. 그러자 아들이 한마디 던진다.
“왜 아빠는 가발 쓰는 걸 자꾸 나쁘게 생각하냐? 이걸 모자라 생각해라. 모자라고 생각하고 멋으로 쓰면 된다. ”

아들의 이 말은 아빠에게 발상의 전환을 가져오게 한다. 발상을 전환한 아빠의 호응에 부응하듯, 아들은 정말 가발을 한 두 번 쓰고 벗게 된다. 아들과 아버지의 대화가 참 앙증맞으면서도, 아빠의 유연한 사고방식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그의 아들 역시 사랑스럽다. 아버지 학교에서 자녀가 아빠를 사랑하는 15가지 이유를 받아오라는 숙제를 해야 하는 아빠는 아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아들은 너무도 명쾌하고 마음 찡하게 답을 해준다.

“당신이 나의 아빠라는 그 이유가 사랑스럽고, 둘째로 당신의 그 사랑을 내가 다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랑스럽다.”

<예순에 얻은 사대독자>에 나온 아버지는 아버지와 아들 사이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려울 때 집에 가서 두 아들이랑 딸이 각자 방에서 자고 있는 것을 보게 되면, 든든해요. 내가 이렇게 고생은 하고 있지만, 그래도 저놈들이 자라면 아버지를 못 본 체는 하지 않겠지 하는 생각이 들면 웃음이 나오죠. 내가 술 마시고 들어갔을 때 아버지 술 조금만 드세요. 그러면 임마 참견하지 마, 그럴 때 아버지 제가 참견을 안 할 수가 있어요? 그냥 뜻하지 않게 이런 말 딱 들었을 때 마음이 흐뭇해요. 그게 아버지와 아들 사이인 것 같다.(185쪽)

<아버지의 뒷모습>은 우리가 무의식 중에 부모님에게 내 뱉은 말이 부모님 가슴에 상처가 되지는 않았는지 되짚어 보게 한다.

아빠가 우리한테 해준 게 뭔데 내가 이거 한다는데 왜 그러냐고”, 그때, 아빠의 표정이 화가 나서가 아니라 배신당한 느낌, 그런 것들을 그때 봤었어요. 중심에 있는 생각이랑은 다르게 말이 나갈 때 그게 듣는 당사자에게는 얼만큼의 파장을 줄지 모르고 한마디 툭 던진 게, 아버지한테 크게 상처가 됐을 거라고 지금 생각이 돼요.(248쪽)

아들의 다음 바람 역시 마음 속에 새기게 만든다. 아버지를 존경하냐는 질문에 아들은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당연히 우리 아버지는 내가 존경해야죠. 내가 존경했을 때 우리 아버지가 크는 거고, 아버지가 아들을 존경해 줄 때 아들이 크는 거죠. 예전에 내가 아버지한테 기대기를 바랐다면, 이제는 아버지가 나에게 기댈 수 있도록 더 넓은 가슴을 만들어야겠고, 그런 모든 근본을 만들어주신 분이 아버지셨기 때문에 아버지는 존경스럽고, 존경받아야 되죠. 이제는 내가 챙겨드릴 수 있는 위치가 되는 게 바람이고 꿈이에요.(249쪽).

<남편과 아내>는 유일하게 텔레비전 프로로도 보고 책으로도 본 부분이다. <전쟁 같은 사랑>은 뮤지컬 배우 박혜미가 나온다고 해서 더욱 유심히 프로를 주시했다. 자기 주장이 확실한 그녀와 그녀의 남편은 말 그대로 전쟁같은 하루를 보내고 전쟁같은 사랑을 한다. 그러나 확실히 그들은 서로 사랑하고 있었다.

남편과 부인의 부부에 대한 정의 역시 특이했다. 부인은 가장 바람직한 부부는 개인으로서의 존재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갈 수 있는 진정한 파트너십이라고 말했다. 남편은 부부라는 건 그냥 각자라고 말한다. 완전히 따로 따로 딴 사람이라는 게 아니라, 같이 산다고 해도 하나지만 하나이면서도 각자라는 것이다. 부인의 꿈, 남편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각자 도와줄 수 있는 한 최대한 도와주고, 서로 정상에 있을 때 그때 진정 행복한 부부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그들의 파트너십 관계가 계속 유지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닮은 꼴 맞벌이 부부>에 나온 부부들은 결혼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결혼이라는 것은 서로 익숙해지기 때문에 좋고 익숙해지기 때문에 나쁘기도 하다. 그렇게 익숙해지는 과정에서 서로 권태기가 오기도 한다. 스스로가 굉장히 노력을 해야 한다. 혼자서 견뎌내야 할 부분도 많다. 그러면서도 서로 동화되어 가는 게 부부다.

이 책은 열 아홉 가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 페이지 분량은 무려 351페이지다. 중간에 그림도 끼어있긴 하지만, 방대한 분량의 내용들이 결코 지루하지 않다. 그들 가족들이 말하는 그대로 적어나간 글들은 지나치게 솔직했다. 그냥 책을 한 페이지 읽고 있다보면, 저절로 흐르는 눈물 한 번 훔치고, 가슴을 추스린 후 다시 책을 읽으면서 너무도 행복한 시간을 갖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 듯싶다.

딸과 어머니, 아들과 아버지 그리고 아내와 남편, 이들은 서로 가장 가까이 느낄 수 있는 이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 흐르는 끈끈한 정, 서로 상처내고, 다시 화해하는 묘한 기류에 대해서는 쉽게 말로 풀어내기가 힘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인터뷰 형식을 취해 어떠한 부연설명을 하지 않은 채 독자들이 그들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다만 아쉬움은 남는다. 텔레비전에서 나온 대로, 인터뷰한 사람들의 실제 얼굴이 사진으로 제시되었다면 훨씬 더 감동을 주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책에서 다루지 못한, 자매들 이야기, 형제들 이야기, 시부모와 며느리 이야기, 아가씨와 새 언니 이야기 등도 나중에 한번 다루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이 책의 묘미는 자기 가족과 비슷한 유형을 발견할 수 있게도 하고, 전혀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발견할 수 있게도 한 점이다. 이 점에서 이 책을 접하면서 인류의 가장 보편적인 기본형태라고 하는 가족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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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동안은 날마다 축제
이윤택 / 샘터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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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축제란 네 멋대로 한번 사는 거야"
연출가 이윤택의 <살아있는 동안은 날마다 축제>

연극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연출가 이윤택의 이름을 들어 봤을 것이다. 아니 2003년에 문예진흥원 대극장에서 올려진 연극 <옥단어>를 연출한 사람이 이윤택이라고 설명한다면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연희단 거리패를 이끌고 있으며, 시인이자 극작가 겸 연출가 이윤택에게 따라 붙는 별명은 '문화 게릴라'다. 부산에서 가마골 소극장을 운영하며 부산의 관객들과 만나온 그는 어느 순간 서울로 들어와 공연을 하게 됐다. 이윤택의 이런 모습이 변방의 게릴라가 서울을 침공해 들어온 모습으로 비춰졌기 때문에 그런 별명이 붙게 됐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그의 진짜 별명은 부산에 가마골이란 산체가 있는 '산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의 말을 따르면 산적은 도성 안에 살지 못하는 제도권 외 인간이며, 타인들에게 위화감을 주는 인물이다. 자유로운 그의 외모와 말투에 너무도 딱 맞아 떨어지는 별명이다. 시인 기형도는 그를 두고 야수 같은 정열과 탐욕으로 뭉쳐진 인간이라는 의미로 '악마같은 마야코프스키'라고 했다. 기형도가 죽은 후 발간된 산문집에서 기형도는 이윤택을 두고 '거리에서 꿈꾸는 춤꾼'이라고 명하기도 하였다.

에세이 형식을 취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이윤택의 <살아있는 동안은 날마다 축제>는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시인 황지우는 이 책의 발문에 제목에 대한 풀이를 해 놓았다.

날마다 축제라면 삶이 얼마나 피곤할까 하는 생각도 들 수 있다. 하지만 축제도 없이 피곤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고대의 제사장 같은 목소리로 이윤택이 "이 노예의 넋들아, 축제란 네 멋대로 한번 사는 거야"라고 말한다면 어떨까. 단박에 축제를 즐기면서 신나게 놀 수 있지 않을까.

이윤택은 서울연극학교(지금의 서울예술대학) 면접 고사장에서 "왜 연극을 하려고 하냐"는 물음에 "내 멋대로 살고 싶어서 연극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기서 다시 한번 그의 자유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그는 스스로 제도적 삶에 길들여지지 못한 사회 부적응자이며 평생 객원일 수밖에 없다는 말로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풀어내고 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봉분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인생의 슬픔을 다 알아 버린 표정으로 서있던 꼬마 남자 아이(이윤택의 초등 학생 시절) 사진이다.

엄마는 옷 팔러 나가셔서 들어오지 않고, 아버지는 깜깜 무소식인 상황에서 꼬마 아이는 세상과 만나는 멋진 나들이인 소풍을 혼자 가야만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그것도 소풍 가서 먹기 위한 카스텔라와 선생님에게 드릴 담배를 사기 위해 동네 구멍가게 아저씨에게 외상까지 하면서 말이다. 이 시절에 대한 기억을 이윤택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이 사십이 되어서야 이 모습이 내 본 모습이란 생각이 들고 있다. 아버지의 부권 상실, 어머니의 인내, 소외되고 싶지 않은 초등학교 삼학년짜리의 세계 인식, 그리고 지금까지 내 삶의 유일한 기준처럼 세워져 있는, 수치스럽게 살지 않겠다는 고집 같은 것 말이다.
- <소풍에 대한 기억, 수치에 대하여> 28쪽


연출가로서의 고뇌 역시 잘 드러내고 있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연출가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튼튼한 심장, 뻔뻔스러움, 세상에 대한 칼날 같은 회의 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연출가 이윤택을 너덜나게 만들 뿐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연극을 그만두지 못한다. 다음의 말은 왜 그가 연극을 계속하고 있는지에 대한 답변이 될 듯하다.

가장 치명적인 충격은 세상이 자신의 기대와 무관하게 흘러간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이때 심한 무력증이 엄습하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업을 멈출 수가 없다. 내가 작업을 멈추었을 때 세상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 - 71쪽

이윤택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참으로 맛깔스럽다. 어머니가 처녀시절 연애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은 요즘의 젊은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신기하게 다가올 것이다.

밤바다를 턱 바라보면서 설을 푼다. "흠흠흠 북편에 백두산 동편에 울릉도 서편에 인천 앞바다 남편에 제주도 우리 조선 정말 좋지요"이라거든."
"그게 무슨 소리요"
"니 만나 참 좋다 이 말이다. 고걸 직설로 풀지 않고 일 없는 바다 들먹이는 거다.
- 117쪽


'연극의 메카'여야 할 대학로의 소극장 연극에 대한 탄식 역시 읽을 수 있다. 지금의 대학로 소극장 연극은 작품의 성격과 수준을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관객들에게는 일종의 미로 찾기 같다는 말을 던지며 대학로 연극에 대한 우려를 보였다.

처음에 괜찮은 수준의 대학로 연극을 본 관객이라면 대학로의 연극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조악한 소극장 연극을 본 관객은 연극과 대학로에 등을 돌리기 십상이다. 그 점에서 이윤택은 대학로 소극장 연극은 관객의 저변 확대와 물량 공세에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상대적으로 관객이 연극을 멀리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소극장 운영주들은 연극에 대한 소신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 역시 빠뜨리지 않고 있다.

이윤택은 연극 비평이 사라지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를 보이기도 했다. 90년대 초 연극과 비평, 대중매체의 만남은 긴장감을 수반하는 생산적인 관계였음을 언급했다. 즉 연극인은 평론가의 전문성과 객관성을 인정하며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현장의 연극인들이 평론가를 외면하고, 평론가들은 신작을 찾아 다니는 '새것 콤플렉스'에 빠져 불신을 받게 되면서 이러한 생산적 관계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전문 비평이 활성화되길 바라는 그의 마음은 다음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연극은 어느 정도 교양을 갖춘 관객이라면 상식적인 선에서 가치 판단이 용이한 예술 장르다. 음악이나 미술처럼 사전 전문지식이 없어도 짧은 관극평을 쓸 수 있는게 연극 장르인 것이다. 비평가들의 본연의 임무는 한 연극 작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분석, 총체적 관점의 작품론, 미래 연극 현상에 대한 진단과 전망등 일 것이다. 이런 전문 비평은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이 아니다. - 145쪽

배우들에 대한 조언 역시 새겨들을 만하다. 배우를 지망하는 젊은 '끼'들에게 이윤택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꿈을 꿀 수 있는 것처럼 연기할 능력은 잠재되어 있다는 말을 건네며 나는 과연 재능이 있는가에 대한 궁금증은 일치감치 접어두라고 하고 있다.

또한 배우들에게 꼭 필요한 자질인 자신의 이기주의를 극복하라고 지시한다. 자신의 이기주의를 극복하지 못하고 많은 배우 지망생들이 탈락한다는 것이다. 배우는 저 혼자 존재하지 않고 자신과 타인과의 관계, 더 나아가 자신과 세계와의 관계를 맺는 것이 바로 연극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기심을 버려야 하는 또 다른 이유로 배우들이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정신적 여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는 말을 하고 있다. 배우는 항상 변화하는 자신을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관객들이 새로운 인간형을 찾아 극장 문을 들어서는 것과도 부합하기 때문이란다.

이윤택 스스로 '가벼운 읽을 거리가 되기 바란다'고 독자에게 소망한 이 책의 후반부에는 그가 만난 우리 시대의 연극인들에 대한 평가를 담고 있다.

"눈을 뜨고 울어라"라는 말을 남긴 영화배우 최민수의 외할머니 전옥, 이윤택으로 인해 연기 변신을 이루게 된 김갑수, 당대 최고의 메피스토펠레스 신구, <오구>를 통해 매일 극락왕생하는 강부자, 악한 연기의 대가 김학철, 한국의 리처드 버튼 유인촌, 자존심으로 뭉친 배우 이혜영 등 이 책속에서 배우들의 숨겨진 진면목 역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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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책 + CD 1장 + 영한대역 핸드북) 두앤비 원서읽기 2
스펜서 존슨 지음, 강주헌 옮김 / 두앤비컨텐츠(랜덤하우스코리아)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뻔한 이야기도 때로는 신선하다?
스펜서 존슨의 <선물>

'선물'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사람들은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 선물의 값어치를 떠나 상대가 날 위해 뭔가를 준비했다는 것 때문에 가슴이 따뜻해지게 되기 때문이다.

책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 있다. 그러나 저자를 보니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쓴 스펜서 존슨이다.

다른 이 같으면 베스트셀러 작가이니, 두말 않고 읽기로 결정을 했겠지만, 난 읽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책을 손에 들고 초반의 몇 장만 겨우 읽은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솔직히 몇 개의 문구를 강조하면서 어떻게 보면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도 비쳐지는 책은 나에겐 맞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에는 속는 셈치고 이 책을 한번 읽어보기로 결정을 했다.

한 소년은 어린 시절 같은 마을에 사는 지혜로운 할아버지로부터 '우리의 인생을 행복과 성공으로 이끌어주는 소중한 선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을 찾는 여정에 오르게 된다.그 선물이 무엇인지 빨리 알고 싶어하는 소년은 노인을 찾아가서 선물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만 노인은 그것이 무엇인지 바로 가르쳐주지 않는다.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한번 쯤 겪을 수 있는 직장에서의 승진 누락, 배우자와의 불화는 당사자들에게 좌절감을 가져다 준다. 소년 역시 되는 일은 없고, 좌절감은 더해만 간다. 그럴 때마다 소년은 노인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마침내 소년은 깨닫게 된다. 행복과 성공을 위해 현재 속에서 살기, 더 나은 현재를 위해 과거에서 배우기, 현재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미래를 계획하고 실천에 옮기기 라는 세 가지 교훈을 말이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선물의 의미는 지극히 평범한 것이었다. 이 책의 원제인 'The Present'가 '현재' 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도 한 것처럼, 지금 바로 우리에게 주어진 '현재'를 선물로 여기고 현재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현재'라는 시간은 늘 내 곁에 있지만 미처 알아차리지 못할 때가 더 많다. 이렇듯 이 책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우리가 현실에서 받아들이고 실천하기 어려운 현재에 충실할 것을 역설하고 있다.

복잡한 주제를 쉽고 간단하게 설명하는 저자는 "성공은 우리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라는 말을 하며, 간결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있다. 또한 사람들은 자신이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들에 대해서만 받아들이며, 자신이 듣고 싶어하는 것만 듣고, 자신이 보고 싶어하는 것만 본다는 말 역시 건네고 있다. 즉 자신에 대해 되돌아 볼 준비가 된 사람에게만 이 책에서 말하는 지침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구심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저자의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현재라는 선물을 받기 어렵다는 뜻으로도 들리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선물을 가슴 충만하게 받은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물론 책을 조금 읽고도 현재라는 선물을 받고 감동을 받은 사람도 있겠지만, 책의 마지막 표지까지 꼼꼼히 읽었지만 선물 포장도 보지 못한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소년이 선물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 역시 지나치게 상투적이다. 현재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는 소년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보다 참신하고 의미있게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더더구나 명언을 끼어넣는 식의 글쓰기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더 좋았을 뻔했다. 독자들은 몇몇 페이지에서 눈에 띄는 문구들만으로도 책의 흐름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그래서 책에 대한 호기심은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명언만 모아 논 책은 좋은 말이 너무 많아 오히려 그 의미가 묻혀져 버리는 것과 같다.

그리고 가장 아쉬웠던 점은 이렇게 선물을 받기 위해 필요한 실천의 과정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다는 점이다. 물론 책을 읽는 사람의 자세가 어떠냐에 따라 스스로 설계도를 그릴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책을 읽을수록, '선물을 받기가 과연 쉬울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내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이 책이 짧은 분량으로 많은 걸 이야기 하고 있어서 좋다고 한다. 글쎄, 책 읽는 잠깐만 마음을 흔들어논 건 아닐까? 베스트 셀러라는 광고문구에 속은 기분이 들어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한 박자 숨을 고르고 '현재'의 의미에 대해 되돌아본 것 만으로 이 책의 값어치는 충분할지 모른다는 생각도 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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