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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속 여인 8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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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객들이 무섭게 추리에 몰두하도록 만들지 않으면서도 적절히 관객들이 호흡을 조절하게 만들어 배우들의 행동과 말을 유심히 주시하게 만드는 영화. 그렇다고 눈에 힘이 들어간 채로 배우들을 관찰하게 만드는 영화가 아니라 배우들의 의미있는 노래를 유쾌하게 감상 하는 재미도 전해주는 영화. 바로 <8명의 여인들>이다.
어찌보면 얄팍한 내용 전개로 보이지만, 보고 나서 허탈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그런 영화는 아니다.
눈 내리는 아름다운 풍경이나 각 배우들이 자신의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표정 연기 역시 극 속에서 잘 드러나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관객들의 취향에 따라 충분히 다르게 느껴지는 영화일 수 있다. 어여쁜 풍경에 의미를 둔 사람이라면, 영화를 보는 것이 마치 빳빳한 종이에 예쁘게 찍혀진 사진첩을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채 술렁 술렁 넘기고 있다는 기분이 들 것이다. 그러나 그 사진첩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면, 누군가 몰래 한장 정도는 찢어서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은 유혹 또한 져버릴 수 없게 하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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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쾌한 춤을 추는 게비, 까뜨린느, 수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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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자벨 위페르가 나온다고 해서 무조건 보고 싶었던 영화이다. 그리고 감독이 프랑스와 오종이라는 것 또한 나에게 호기심을 충분히 불러일으키고 어떻게 해서든 보고 싶은 영화가 되었다. 2002년도와 2003년도에 시사회를 한 후 극장에 개봉을 한다, 안한다, 말이 많았지만 한참 잠잠해진 후 2004년 1월 다시 시사회를 한 후, 2월에 드디어 개봉을 하기로 결정이 되었다.
천연덕스럽게 웃고있는 포스터 속의 여배우들을 주시해서 보기 바란다. 이야기는 포스터 한 장에 다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자 얼굴을 예리하게 관찰해보기 바란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난 후 다시 포스터를 보게 되면 포스터에서 내용을 다 말해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등장 인물은 8명의 여자와 등만을 보여주는 1명의 남자가 전부다. 배경은 마르셀의 집안. 집 안에서 모든 게 다 이루어진다. 장소 이동이 없어 관객들은 '이 곳이 어디지? '하는 의문을 가질 필요 없이 마르셀의 집안에 온 관심을 집중시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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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려고 하는 오귀스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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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 자리에서 여러 말들이 들리기 시작한다. "배우들은 다들 유명한 배우들을 캐스팅해 돈이 많이 들었을 테지만 이렇게 한 곳에서만 모든 일들이 이루어지니 돈이 얼마 안들었을꺼야" "장소 이동이 없는 영화로 이렇게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 줄이야"." 콩가루 집안 이야기 맞지?" 등등.
시골 외딴집에서 남편이자 아빠, 오빠, 아들, 주인인 마르셀의 죽음을 둘러싸고 8명의 여인들의 각기 다른 주장과 변명을 그려내고 있다. 전화기 선이 끊어진 채로 있는 것을 발견한 가족들은 마지막으로 전화를 쓴 사람이 누구일까 궁금해 한다.
마르셀이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마르셀을 만난 사람은 도대체 누구지? 하는 의문을 품고 있는 사이 엄마가 가방을 미리 꾸며 놓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엄마 게비에게 의혹을 눈길을 돌린다. 그러다 하녀 루이즈가 너무도 뻔뻔스럽게 엄마 게비에게 도전하는 것을 보고 하녀 루이즈에게 다시 의혹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누가 범인인지를 단숨에 알아 맞추는 것보다는 여인 8명의 대화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유쾌하게 이어져 관객들의 상상력을 넓힌다는 것에 매력이 있다. 그러나 미스테리 범죄 영화에서 범인이 누구일까에 대한 호기심은 쉽사리 잠재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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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지하게 루이즈에게 비법을 물어보는 오귀스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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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마르셀을 죽인 걸까? 이 영화를 보면서 '진범이 누굴까?'하고 머리 싸매면서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은 유쾌한 영화를 보는 재미를 제대로 못 느낄 수 있다. 다만 관객들이 가지는 고민도가 아니라, 범인에 대한 호기심과 집중도에 따라 결말이 더욱 재밌게 느껴질 수도, 혹은 '이게 뭐야'하는 기분을 가지게 하는 시시함을 느낀 채 영화의 엔딩 장면을 바라보게 될 수 있다.
주인공이 많아 각 캐릭터들을 기억하기 힘들거라는 선입견은 금물이다. 이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이 노래를 들려주면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배우들의 캐릭터를 한 눈에 포착해낼 수 있다. 한정된 공간에서 배우들이 왔다 갔다 하며 장면이 바뀌고 있어 한편의 연극무대를 보는 느낌이 든다.
그러다 또 조금 있으니 내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난 편안한 의자에서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보러 왔는데 극장 화면에선 연극을 보여주고 있다. 극장을 잘못 들어왔나 하는 생각이 들 때쯤 '어 이건 뮤지컬인데'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면서 영화를 보면서 연극을 본 듯한 느낌, 뮤지컬을 본 듯한 환상적 기분까지 덤으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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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들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8명의 여인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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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자벨 위페르는 역시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깡마른 노처녀로 나오는 위페르는 노골적이고 뻔뻔스러운 표정연기로 관객들을 빨아들인다. 하녀 루이즈에게 남자에게 사랑을 받는 법을 물어보는 너무도 진지한 표정에 더해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선 다들 그녀의 연기에 감탄을 하게 된다.
마르셀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도 천역덕스럽게 빵을 우걱 우걱 입에 넣은 장면을 보여주는 장면에선 형부에 대한 사랑과 증오의 감정을 잘 살려내고 있다. <피아니스트>에서 눈빛으로 모든 걸 연기했던 그녀의 연기를 또 한번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관객들을 자지러자게 하는 웃음을 선사하는 그녀는 억지 웃음을 유발해내지 않는다. 그녀의 마력을 느껴보기 바란다.
어렸을 때 TV에서 흥미있게 봤던, 마술사가 마술을 보여줄 때 사용하는 마술사 모자가 떠오르는 영화이다. '이젠 더 보여줄 게 없겠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 끊임없이 마술사 모자에서 무언가가 계속 나와 어린 마음에 '저 모자속에 어떻게 저 많은 것들을 숨기고 있을까? '하는 호기심을 이 영화에서 또 한번 느낄 수 있다.
이젠 대강 내용은 다 알겠구나 하는 사이 이야기가 계속 펼쳐져 관객들은 놀라게 된다.
영화에서 큰 교훈을 바라거나 대단한 줄거리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는 유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보는 내내 '허.. 거참'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하는 소리를 내게 만든 신선하면서도 황당하지만 재미있는 영화다.
관객들 각자 좋아하는 배우들 취향에 따라 비중있게 관찰하는 배우들이 틀린 것이다. 8가지 색깔을 의상과 연기 속에서 잘 보여주고 있는 배우들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보기 바란다. 영화의 유쾌함 뒤에 묻어나는 가족의 의미에 대한 생각도 잠시 해보길 바란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우아한 말이라고 생각했던 프랑스말이 참으로 수다스럽고 정신없는 영화에 적격이다는 것을 확연히 느끼고 놀라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