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책 + CD 1장 + 영한대역 핸드북) 두앤비 원서읽기 2
스펜서 존슨 지음, 강주헌 옮김 / 두앤비컨텐츠(랜덤하우스코리아)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뻔한 이야기도 때로는 신선하다?
스펜서 존슨의 <선물>

'선물'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사람들은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 선물의 값어치를 떠나 상대가 날 위해 뭔가를 준비했다는 것 때문에 가슴이 따뜻해지게 되기 때문이다.

책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 있다. 그러나 저자를 보니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쓴 스펜서 존슨이다.

다른 이 같으면 베스트셀러 작가이니, 두말 않고 읽기로 결정을 했겠지만, 난 읽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책을 손에 들고 초반의 몇 장만 겨우 읽은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솔직히 몇 개의 문구를 강조하면서 어떻게 보면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도 비쳐지는 책은 나에겐 맞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에는 속는 셈치고 이 책을 한번 읽어보기로 결정을 했다.

한 소년은 어린 시절 같은 마을에 사는 지혜로운 할아버지로부터 '우리의 인생을 행복과 성공으로 이끌어주는 소중한 선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을 찾는 여정에 오르게 된다.그 선물이 무엇인지 빨리 알고 싶어하는 소년은 노인을 찾아가서 선물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만 노인은 그것이 무엇인지 바로 가르쳐주지 않는다.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한번 쯤 겪을 수 있는 직장에서의 승진 누락, 배우자와의 불화는 당사자들에게 좌절감을 가져다 준다. 소년 역시 되는 일은 없고, 좌절감은 더해만 간다. 그럴 때마다 소년은 노인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마침내 소년은 깨닫게 된다. 행복과 성공을 위해 현재 속에서 살기, 더 나은 현재를 위해 과거에서 배우기, 현재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미래를 계획하고 실천에 옮기기 라는 세 가지 교훈을 말이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선물의 의미는 지극히 평범한 것이었다. 이 책의 원제인 'The Present'가 '현재' 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도 한 것처럼, 지금 바로 우리에게 주어진 '현재'를 선물로 여기고 현재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현재'라는 시간은 늘 내 곁에 있지만 미처 알아차리지 못할 때가 더 많다. 이렇듯 이 책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우리가 현실에서 받아들이고 실천하기 어려운 현재에 충실할 것을 역설하고 있다.

복잡한 주제를 쉽고 간단하게 설명하는 저자는 "성공은 우리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라는 말을 하며, 간결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있다. 또한 사람들은 자신이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들에 대해서만 받아들이며, 자신이 듣고 싶어하는 것만 듣고, 자신이 보고 싶어하는 것만 본다는 말 역시 건네고 있다. 즉 자신에 대해 되돌아 볼 준비가 된 사람에게만 이 책에서 말하는 지침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구심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저자의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현재라는 선물을 받기 어렵다는 뜻으로도 들리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선물을 가슴 충만하게 받은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물론 책을 조금 읽고도 현재라는 선물을 받고 감동을 받은 사람도 있겠지만, 책의 마지막 표지까지 꼼꼼히 읽었지만 선물 포장도 보지 못한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소년이 선물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 역시 지나치게 상투적이다. 현재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는 소년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보다 참신하고 의미있게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더더구나 명언을 끼어넣는 식의 글쓰기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더 좋았을 뻔했다. 독자들은 몇몇 페이지에서 눈에 띄는 문구들만으로도 책의 흐름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그래서 책에 대한 호기심은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명언만 모아 논 책은 좋은 말이 너무 많아 오히려 그 의미가 묻혀져 버리는 것과 같다.

그리고 가장 아쉬웠던 점은 이렇게 선물을 받기 위해 필요한 실천의 과정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다는 점이다. 물론 책을 읽는 사람의 자세가 어떠냐에 따라 스스로 설계도를 그릴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책을 읽을수록, '선물을 받기가 과연 쉬울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내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이 책이 짧은 분량으로 많은 걸 이야기 하고 있어서 좋다고 한다. 글쎄, 책 읽는 잠깐만 마음을 흔들어논 건 아닐까? 베스트 셀러라는 광고문구에 속은 기분이 들어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한 박자 숨을 고르고 '현재'의 의미에 대해 되돌아본 것 만으로 이 책의 값어치는 충분할지 모른다는 생각도 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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