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 (양장) 소설Y
천선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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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소리가 들리는 아이가 있다. 설정에 반해 설을 읽었다. 가 식물에게 물을 먹는 소리가 들린다. ‘식물은 알고 있다’는 식물 관련적도 있긴 하다.

 

설은 아주 작은 하나가 있고 문을 열고 들어가니 거기 세계 하나가 또아리 틀고 있는 거다.

 

그래서 식물의 소리 듣는 아이에게 무 일이 벌어질까, 서정적인건이 펼쳐질까? 했는데 성장소설에 가까 스토리였다. 외계인이었인이 자기 존재닫고발적인 살인건을 밝혀내는 이야기, 정도로약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설을 읽는 동안 자주 세월호가 생각났다.

 

목이다.

 

아저씨 어떻게 살아. 아들이 간에 산에 갔는지, 죽었는지, 동안 산에 묻혀 있었는지도 모르 상태로 평생 살아야잖아. 아저씨 그거 궁금해서 어떻게 살아. 너희 있어? 평생 진실을 밝히지 못했다는 참아내며 있어? 나, 나신이 없어, 얘들아. (p.355)

 

 

누군가가 찢고 틈으로 보이, 누군가를 잃어버린람들에현들 대부분이 그러했다. 또건을 은폐하게 이유, 그 관련된 대부분이 세월호 떠오르 했다. 어떻게 있지의 이유. 잃은들에 대해서도, 은폐하고자들에 대해서도.

 

살인을 저지 아이 방에성한 숲이덮인 환상에달리게 된다. 시대 신경증과 sf 상관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좋은 이야기이다. 상실과름에 대해, 이 대하상에 대해 생각하게 하므로.



20220217


나인은 그런 미래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세상의 비밀 하나를 알려 줬다. 너는 세상의 비밀을 한 꺼풀씩 벗겨 먹으며 언젠가 네가 궁금해하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미래는 팔짱을 낀 채 나인의 말을 가만히 들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세상의 비밀을 한 꺼풀씩 벗겨 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벗겨 낸 세상의 비밀을 한 겹씩 먹으면, 어떤 비밀은 소화되고 흡수됐어 양분이 되고, 어떤 비밀은 몸 구석구석에 염증을 만든다. 비밀의 한 꺼풀을 먹지 않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세상의 시스템은 그걸 먹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설정되었다. 그러니 언젠가는 반드시 먹어야만 하는 것이다. 시기가 너무 이르면 소화하지 못해 탈이 나거나 목이 막혀 죽기도 하고, 너무 늦으면 비밀을 흡수하지 못하고 그대로 배출시켜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텅 빈 몸이 된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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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것과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했던 자에게도 감정과, 생각과, 빛나는 삶이 있다. 각자 살의 추와 무게가 있는 법이다. 그걸 그때야 깨닫는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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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일에는 중요도가 있다. 누구든 소중하지만 이떤 죽음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죽음은 살인자의 한 끼보다도 보잘것없다. 그렇게 어떤 일은 죽음은, 억울함은, 호소는 한없이 뒤로 밀리고 밀려 세상 밖으로떨어지게 된다는 걸, 그렇게 사라지지도 분해되지도 해결지도 않은 상태로 우주를 떠돌게 된다는 걸 미래는 아직 모른다. 영원히 몰랐으면 좋겠지만 조금씩 알게 되겠지. 그걸 알아가는 게 살아가는 것이고, 나이를 먹는 거겠지. 그렇다면 이것도 알게 됐으면 한다. 세상 밖으로 밀려나는 건 온몸으로 막을수 있다는 것, 그리고 한 명이 막는 것보단 여러 명이 막는 게더 좋다는 것, 무른 흙도 밀리고 밀리다 보면 어느 순간 아주단단해진다는 것.
- P376

 버티고 사는 건 전부 강한 것이다. 권 목사가 제아무리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한다고 해도 끝까지 버티면 이길 수 있으리라.
- P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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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현은 경계에 서 있다. 붉은 선의 경계. 넘으면 돌아갈 수없다. 그 경계를 넘으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무언가 들려도 신경 쓰이지 않을 것이고, 보여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것이다. 경계 너머는 현실과 비현실이 혼잡하게 섞인 세계.
피는 꽃처럼 터지고, 길고양이는 솜 인형처럼 느껴지는 부드럽고 잔혹한 세계.
도현이 그 경계의 선을 밟기 전에 누군가가 다시 이곳으로 끌고 와야 한다. 비린 냄새와 어두운 산이 존재하는 고통이 잇따르는 잔혹하기만 한 세상으로.
그렇지만 내일이 있는 세상으로. -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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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표정이란 감정을 가장 진솔하게 비추는 호수의 수면 같은 것이다. 조그만 충격에도 금방 흩어지고 만다. 바람조차 불지 않는 한때,
잠시 생겼다 사라지는 마법 같은 것이다. 그러니 원망할 수가 없다. 미워할 수도 없고, 어쩌겠는가. 안쓰럽다는 걸, 불쌍하다는 걸, 가엾다는 걸, 애잔하다는 걸, 때때로 어떤 이들의 표정은 파도같이 잔잔하게 밀려오다 부서지고 흩어진다. 오래전, 나인을 데리고 시내에 있는 키즈 카페에 가던 지모의 표정이 딱 부서진 파도 같았다. 예고 없이 멈춰 선 걸음과 도로 반대편을 응시하는 시선, 눈 밑으로 진 그늘과 힘 들어간 입술. 나인은 그 순간 지모의 손을 꽉 붙잡았다. 그러지 않으면 지모가 이 손을 놓고 저 반대편으로, 나인은 갈 수 없는 건너편으로 달려갈 것 같았다. 무엇을 보았는지 그 이후로 한 번도 묻지 않았지만 지모의 표정은 나인의 기억에 오래도록 머물렀다. 그러다 차츰 그 표정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파란불이 한번 깜빡이던 그 짧은 순간에 지었던 지모의 부서진 표정, 아주그리운 누군가를 봤던 거겠지. 지모가 두고 온, 어쩌면 버리고온 어느 한 시절을.
아무리 감추려고 노력해도 찰나의 표정은 감출 수 없다.  - P112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은 세상 바깥에라도 그 이름을 붙여 두고 싶은 것이라고, 파도에 휩쓸릴지라도 모래에 이름을 적어 두는 것이라고,
- P158

사랑이 다 똑같지는 않다는 걸, 사랑이 모든 걸 다 해결해 주지 않다는 걸, 사랑 가지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사랑은세상에서 가장 그럴듯한 낙관주의라는 걸, 낙관주의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아빠는 멈취 있는 것이 사랑이라 했지만, 엄마에게 사랑은 아마 흘러가는 강줄기 같은 것이었나 보다. 함께 흘러가는 물줄기였다면 같이 바다로 나아갔을 테지만 아빠는 그럴 수 없었다. 사랑했지만 방식과 형태가 달라 두 사람은 섞일 수 없었다. 온수인지 냉수인지, 급류인지 완류인지, 흐르는지 머무르는지, 바닷물인지 민물인지가 중요하다. 사랑을 지속하려면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로 충분하지 않고, 그 말에 담긴 온도와 흐름까지 같아야 한다. 
- P173

이 세계가 나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은 괴로운 거 같아. 누군가가 내 세상을 떠나면 그 사람이 찢고 나간 틈으로 또 다른 세상이 보여.
- P178

성에 갇혀 살던 아이가 성 밖으로 나간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아주 조금의 용기만 있다면, 문을 열고 발을 내디디면 그만이니까. 어려운 건 섞여 들어가는 일이다. 아이가 성에 갇혀 있는 동안에도 멈추지 않고 돌아가던 세상의 쳇바퀴 속으로. 이방인을 맞이하는 조력자가 사라진 세상으로. 난도가 높지만 성공한다면 멋진 이야기가 되리라. 사람들이 좋아하겠지. 하지만 제일 좋은 건 애초에 성에 갇히지 않는 것이다.  - P184

승택은 자신이 사는 세계의 크기와 나인이 사는 세계의 크기가 다르다는 걸 알았다. 모든 인간이 다 저만큼의 세계를 가졌는지는 다른 인간과 소통할 기회가 거의 없던 승택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단지 자신과 나인의 세계가 다르다는 것만이확실했다. 그래서 자꾸 나인이 하자는 대로 하게 됐다. 원래큰 쪽에 작은 쪽이 흡수되기 마련이니까.
- P185

시선으로 받은 상처는 나을 방도가 없다.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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