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저는 창백한 푸른 점을 잠시 응시한 뒤, 다시 원래대로 기수를 돌렸다. 더 멀리, 통신도 닿지 않고 누구의 지령도 받지 않는 곳으로 보이저는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전진할 것이다. 지구에서부터 가지고 간 연료는 바닥났다. 태양의 중력은 점차 가벼워지고, 그 빛조차도 너무 희미하다. 그래도 멈추지 않는다. 춥고 어둡고 광활한 우주로 묵묵히 나아간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우주를 만들어간다. 그렇게, 어른이 된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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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지는 제주도로 가는데, 저는 못 가는군요 - 문학과 삶에 대한 열두 번의 대화
장정일.한영인 지음 / 안온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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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와 장정일 작가의 조합이라 도서관에서 대출했다. 처음에 빌렸을 때는 읽지 못하다 그래도 '문학과 삶에 대한 열두 번의 대화'라는데 무언가 내게 알려줄 것이 있지 않을까 해서 재대출해 읽을 있었다.

 

장정일이라는 작가에 대해 알고 싶었다. , 소설, 희곡을 쓰던 그가 독서에 매진 중이라는 것은 예전에 신문에 기고한 글을 우연히 읽고 대충 알고 있었다. 그런 그는 제주도에 갈까, 해외여행 가서도 책만 읽는다는데 제주도면 어떻고 다른 데면 어때서, , 그런 생각이 은연중에 있었던 같다.

 

제주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 문학과 삶에 대한 이야기는 맞다.


예전에 회사 다니며 보며 그래서 문장이 무슨 상관인가 하는 생각을 때가 더러 있었다.

나는 그저 기능인으로 기능을 주고 돈을 받을 뿐인데, 그리고 기능을 함양하는 책은 도움이 되지 않는 것도 같은데… 


여전히 어떤 때는 책은 읽어서 어쩌겠다는 건가 싶고 그래도 가장 재밌는 같기도 해서 결국 책을 조금씩 읽는다. 그러다 요새는 그나마 의미있게 느껴지는 (어떤 사회적 강권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활동 가장 생산적인) 같아 다시 책을 열심히 봐야지 싶었다. 결국 나를 다스리는 데는 계속 해오던 방법이 가장 낫구나 싶은 그런 생각이었다.

 

다양한 책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나보다 훨씬 책을 많이 읽은 사람들이 괜찮다고 하니 읽어보고 싶은 책도 많이 생겼다.


장정일 작가의 시집 '햄버거에 대한 명상'이나 희곡 '도망 중'으로 공연한 연극이나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원작으로 영화 '거짓말'을 보았던가

어쨌거나 임팩트 있던 작품이 많았다.

그러나 그는 모든 소설은 표절이라고 한다. 어쩌면 도망 중에는 사무엘 베케트가 소설에는 무라카미 류가 희미하게 비치고 그렇다 하여도 아무 상관 없지만, ... 그렇다면 시는 뒤에 누군가 있기 어렵나

랭보가 뒤에 있는 시가 많이 있는 것도 같다가도...


그렇다면 시는 인간 언어로 발화할 있는 마지막 절규 같은 것일까

겨우 해보는 같은 것이라

뒤에 누가 있기 어려운

종종 누가 있기도 하지만

요새 시는 특히 누가 보인다 하기도 어렵기도 하고

그러면 금세 뒤처지니

 

이런 생각들을 한다 한들 돈이 되기는 어렵다. 환전되지 않는 생각들. 혼자 재밌어서(?) 해보는 생각들. 


이런 류의 고민이 한영인 비평가의 편지에 나오기도 한다. 


책을 읽다 보면 같이 편지를 쓰고 있는 건 아니지만 내가 하던 시대와 문학에 대한 고민이 다루어지는 것을 보며 이런 저런 생각들을 나눌 수 있다. 최근작부터 과거의 작품들까지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는데 내가 희미하게 가지고 있던 생각이 구체화된 작품들이라는 생각이 들어 읽어봐야지 싶은 것도 많아졌고 어떤 작품의 매력이 어디서 생성되는가, 그리하여 내가 창조하고 싶은 관념은 무엇인가 생각해보게 된다. 




최근에는 헤겔의 책을 읽었는데 이런 문장이 있더군요. "정신은 스스로 절대적인 분열 속에 몸담고 있을 때 비로소 그 자신의 진리를 획득한다. […...] 정신이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바로 부정적인 것을 직시하며 그 곁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 P12

그런데 글을 쓰는 이들에게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나쁜 건가? 제게 그 괴리는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우리가 발견하고 직시한 현실과 이상의 괴리, 딱 그만큼만, 우리는 옴짝달싹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클수록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는 가능성도 큰 거죠. (요즘은 ‘창조‘ 대신 ‘발명‘이라고 하더군요.) 이 괴리를 놓치면 현실만을 전부로 알게 됩니다. - P23

인간은 노동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고, 이웃과 관계를 맺고, 사회에 봉사합니다. 노동과 좋은 삶은 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저 교수는 좋은 삶의 조건은 노동이 아니라 시장이니, 노동자이기보다 시장에 자신을 팔 줄 아는 장사꾼이 되라고 말하는군요. 노동자는 신체와 기술을 가졌을 뿐, 시장에서 버틸 수 있는 판돈(자본)을 갖고 있지는 못한데 말이죠.
- P25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매일 정해진 자리에 자신의 몸과 마음을 억지로 보내 원하지 않는 일을 하며 평생을 바쳐야 하는 삶은 누구도 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와 같은 숙명적인 부정성이 노동의 본질을 모두 껴안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두터운 것일까요? 이런 결정론적인 생각은 오늘날 일과 삶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다양한 욕망과 감정의 생태를 생생하게 들여다보는 걸 의도치 않게 가로막는 것 같습니다.
- P37

하지만 타조가 모래에 얼굴을 묻는다고 적이 사라지지 않듯 문학의 좁은 가림막으로 실재하는 세계의 전부를 덮어버릴 수는 없습니다. 그 작은 가림막으로 미처 덮지 못해 적나라하게 드러난 실재의 영역 앞에서 문학의 사도들이 취하는 태도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모른 척하거나 정말 모르거나. ‘모른 척‘ 살아가는 사람이 잠든 척하는 사람이라면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은 정말 곯아떨어진 사람이죠. 잠든 사람을 깨울 수는 있어도 잠든 척하는 사람을 깨울 수는 없다고 하잖아요? 임솔아가 쓴 그 소설의 주인공은 어떨까요. 그녀는 ‘모른 척‘ 살아가는 사람일까요 정말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일까요. - P75

문학이 혼전만전 혁명을 하는데도 혁명이 되지 않는 것은, 문학이 자본과 체제의 제도이기 때문이에요. 문화도 문학도 혁명을 하는 것처럼 하면서 자신을 팔아먹습니다.
- P94

소설을 쓰려는 사람들은 관념을 창조할 줄 알아야 합니다. - P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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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양다솔 지음 / 놀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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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도서관에서 신간을 훑어보던 계속 읽고 싶다고 생각했던 책이다. 처음 책을 펴들자 퇴사한 혼자 있는 시간에 대한 글이 나왔다. 당시 입장과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었다. 그때 예약해둔 책을 빌리느라 대출하지 못한 한동안은 다른 이들이 대출 중이라 봤다. 인기가 있었다는 얘기일 거다. 빌리지 못한 책에 대한 아쉬움으로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보면  에세이집이었고 이슬아 작가의 글방에서 글을 썼고 글방을 연다고 했다. 살까 하다가도 보고 판단해야지 싶었다.

한동안 미뤄뒀다 1년만에 생각이 다시 빌렸다. 다시 독서에 매진해보려던 참이었고 마침 문화가 있는 날이라 도서관에서 10권의 책을 빌릴 있었다.

 

서점가에서는 에세이의 시대라는 말이 돈다. 더는 극화되거나 압축된 소설적 경험을 원하지 않는, 아마, 원할 없는 시대라는 이야기일 거다. 이야기에 공감하는 시대, 천천히 진행되는 남의 이야기를 들여다볼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극화된 이야기는 영상을 통해 자극적으로 경험할 있기 때문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업무량이 많던 시절 역시 회사에서 더는 소설을 보기 어려웠다. 이야기를 들여다볼 마음의 여유는 톨도 남지 않아, 대체 내가 이야기를 읽어야 하는가 도입부의 소개를 가만히 따라가야 하는가 없었다. 대신 잠시나마 틈을 있는 에세이는, 짤막한 자기 고백들을 출퇴근하던 버스에서 읽곤 하였다.

 

환상은 거의 없다는 것을 알아버린 사람들에게 에세이가 필요해서일 거다.

영화나 만화 같은 판타지는 그냥 거기만 있고 우리는 이렇게 산다고,

부자도 아니고 상대적 가난에 허덕이고

미디어가 보여주는 환상 뒷편 속에서 아웅다웅하며,

그래도 우리나라는 굶어죽지 않을 있는 사람이 많아지긴 했지만,

매일 행복하지는 않고,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있고

문제는 시대와 공간과 역사가 뒤엉켜 그걸 혼자 어떻게 없는데 그렇다고 놔버릴 수도 없이

그저 그런 삶을 그저 그렇게 살고 있다고 그래도 괜찮다고 하는

영웅도 없고 시인도 없고 그저 다들 먹이를 구하느라 바쁜 새들이 지저귀는 것이라는 아마도 아마도 아마도.

 

 

 

그리하여 에세이의 시대 다음은

 

뭐가 나올까

 

끝까지 읽으면 답이 나올까

 

궁금했다.

 

종교도 철학도 과학도 틀에서는 어떤 답이 일부분 나온 아닐까 아니 어떻게든 어떤 공식들이 성립되어가는 시대

더는 신화나 거대한 무언가가 있으리라는 희망이 없는 시대

에세이는 미물이 살아가는 이유를 묻는 새로운 방법일까

안에 답이 있다는, 계속 쫓고 있다는.

 

솔직해진다는 것을 생각해볼 있는 글이었다. 글쓰기는 솔직함을 담보할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면 나는 '가난'이라는 뒤에 숨어 더는 솔직하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거기에는 솔직함이 필요하지 않기도 했나. 아니 그래도 그때도 솔직했다면, 온갖 허세를 작렬하지 말고 그냥 솔직했다면,

 

 

내가 사람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어야 하나

사람의 개성이, 가족사가 이렇다 하여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가 싶다가도

계속 읽다 보니 솔직함

사람은 투명해질 수는 없지만

속에서 자기 자신 안에서는 어느 정도 그럴 수도 있겠구나

계속 글을 쓰는 일은 그것을 담보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글쓰기란 어쩌면 자기한테 이것밖에 남지 않았다는 절박함에서 시작할 있는 일이 아닐까.

물론 대부분은 자기의 경험만을 안고 살지만 그렇지 않다는 착각 속에 살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나역시도 아마도.

 

누군가 내게 가장 행복한 곳으로 가라면

여기서 맞던 아침 해나 저녁 바다 이런 순간들을 떠올릴 지도 모른다.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앉아있던 순간을 떠올리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보면 아주 거지 같은 선택은 아니라고 해도 될까.

 

끝까지 읽고 나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를 구하는 것이 남을 구하는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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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행하는 대로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 P66

괴로울 때는 ‘왜 그때 더 잘하지 못했을까‘ 하고 과거의 자신을 질책하게 되지만, 그땐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 삶의 다른 면을 돌보고 있었잖아요.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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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7
조지 오웰 지음, 김병익 옮김 / 문예출판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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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째로 읽는 1984. 2013년에 읽었고 2023년에 다시 읽었다. 장정일 작가가 '1984' 세계에 대해 써놓은 ( 편지는 제주도로 가는데, 저는 가는군요) 읽다 1984 세계는 내부당원, 외부당원에게는 가혹하지만 노동자들에게는 다른 법칙이 적용된다는 내용을 봤으나 내용이 기억나지 않았다.

 

오로지 소설을 읽은 뒤의 절망적인 기분만 남아있었다. 마지막 그가 대형을 사랑했다는 문장 속의 처절함 같은 말고 지워져버렸구나 싶어 다시 읽기로 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 '1984' 다시 읽는 해인 셈이다.

 

진리성(예술), 평화성(전쟁), 애정성(법질서), 풍부성(경제)으로 이루어진 부처가 있는 1984년의 오세아니아. 세계는 3개의 국가로 나뉘어졌고 대부분 비슷한 시스템으로 굴러가고 있다. 권력을 위해 가난과 전쟁을 이용하는.(현대와 유사한) 구술기록기, 소설제작기 같은 시스템이 있어 글을 쓰지 않고 말로 해도 내용이 기록된다. 소설은 비슷한 패턴을 반복해 컴퓨터가 알아서 만들어낸다. 이를 보며 적당한 흥미를 느낄 있도록. 춘화나 포르노 역시 비슷한 이유로 국가적으로 제작된다. 언론은 언제라도 조작 가능하다.(지금 시대에서 하고 있는 것과 유사하나 훨씬 극적으로.) 텔레스크린에서는 하염없이 충성과 증오를 주문하고 화면은 감시도 가능하도록 시스템되어 있다. 2분간증오 프로그램은 증오를 부추겨 마음을 거기 끌어모아놓도록 한다. 다른 에너지가 없도록. 어디나 대형의 사진이 보인다. 감시와 주입을 위해. 당원들에게 자유시장 거래는 불가능하다. 역시, 감시와 주입을 위해. 이중사고라는 이념으로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는 것들이 가득하고 기록은 끊임없이 과거를 수정해낸다. 기록되지 않은 모든 현실은 기억 속에 존재하나 이를 증명할 있는 또한 기억뿐이다. 기억은 나만의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현실은 사라지고 남는 것은 침묵뿐이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에 나온 문구다.)

이런 시대가 도래한 이유는 권력이 추구하는 것은 오로지 권력이라고 오브라이언은 이야기한다. 권력의 속성에 대한 가장 지독한 자백인 셈이다.

 

기록되지 않은 기억들이 얼마나 허약한지 그러나 얼마나 뿌리 깊은지 사이에서 갈등하는 윈스턴. 엄마에 대한 기억, 동생에 대한 희미한 기억을 안고 있는. 그러나 기억은 정말 진짜인지 확인할 없다. 어쩌면 꿈이거나 조작된 것일 수도 있다.

 

사랑은 권력을 물리칠 정도로 힘이 세기에 사랑을 금지한 세계에서 사랑을 해보지만 결국 사랑이란 또한 얼마나 허약한 것인가, 위험 앞에서 죽음 앞에서 얼마나 허약했던가, 내가 속여온 자신의 민낯을 보여주며 밑바닥을 헤매게 하고 거울 너를 보라고 결국 네가 꿨던 모든 꿈은 그냥 꿈이라고, 네가 살아온 기억들 또한 그렇게 허약하다고, 믿음도 신념도 되지 못한다고 오브라이언으로 대표되는 1984 세계는 이야기한다. 권력만이 남아있다고. 기록은 권력을 통해서만 가능하므로.

 

윈스턴이 빌린 체스터 씨의 앞에서 노래를 부르던 여인도, 윈스턴에게 모습을 드러내보인 카페 밤나무의 혁명가들도 마치 짜여진 편의 연극 같은 모두를 미리 설정해놓은 것은 오브라이언일까. 줄리아와 처음으로 밀회한 장소를 와본 듯한 기억은…  누가 연극일까. 윈스턴이 원했던 걸까. 정말 윈스턴의 초콜릿에 대한 어릴 기억은 사실일까. 자기 자신에 대한 극도의 미움이 그를 여기로 내몬 걸까. 이미 정해진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방향을 택할 수밖에 없는 생으로. 이미 '그대 침대를 비춰주는 촛불이 오네, 그대 목을 댕겅 자를 도끼가 오네'라며 노래로 예고했음에도 기어이 거기로 가는 이유는.

 

 

얼핏 보면 전체주의 시대 같으나 노동자들은 이런 시스템에 관심이 없다. 그들은 가난한 채로 살아가고 때로 흥분하고 금방 잊고 전쟁이 일어난다지만 일이 아니다가 공습이 닥치면 일이 된다.

 

소설이 사회주의를 비판하는 소설이 아닌 이유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모르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 속의 하급관리 윈스턴이 목도한 비밀의 꺼풀들, 꺼풀들을 벗겨내자 남은 것은 구멍이고 구멍에 무엇이라도 채워야겠기에 윈스턴은 대형을 채운다. 주입한 사랑이 정말 사랑이 때까지, 그게 가능하다는 것을 오브라이언으로 대표되는 그들은 확인하며, 그때쯤 사형이 선고된다. 아니면 자살하게 되는 것일까. 더는 남은 없다는 것을 뼛속 깊이 확인했으므로. 자신이라는 것은 아예 없다는 것을. 침묵밖에 남지 않은 상태.

 

사람을 극한으로 밀어넣으면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심리적으로. 사람이 극한으로 밀리면 일어나는 일들. 권력의, 위협의 끝부분에서 만나게 되는 것들.

 

그래서 많이 힘들다. 하지만 누군가 이야기해야 하기에, 조지 오웰은 이야기한다. 정치소설을 예술화하겠다는 조지 오웰의   그대로다.

 

윈스턴의 성은 스미스. 매트릭스의 스미스가 문득 떠올랐다. 속을 제거한 윈스턴, 윈스턴이라는 이름으로 꾸었던 모든 꿈이 산산조각 (아서 밀러의 시련이 생각난다. 그건 이름이니까요. 그런 대사를 읽고 적이 있다. 이름이 완전히 산산조각난 이후에도 살아남은) 매트릭스의 스미스가 스미스인 이유는 이때문이 아니었을까.

 

(자본주의의 미명 아래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 동안 +직위로 불리는 우리들에게 사회가 바라는 역시 비슷하지 않을까. 개성도 없이, 자유도 없이, 그저 하나의 가치를 향해 뛰어라. 그러나 자유를 누릴 있을 정도의 부는 누릴 없도록 벽을 이미 세워둔 .)


그 혼자만 그러한 믿음을 갖고 있고 따라서 혼자이니까 미치광이다. 그러나 그의 미쳤다는 생각은 대단한 게 아니다. 무서운 것은 그렇게 생각하는 그 자신이 잘못 알고 있지 않았는가 회의하는 것이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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