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양다솔 지음 / 놀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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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도서관에서 신간을 훑어보던 계속 읽고 싶다고 생각했던 책이다. 처음 책을 펴들자 퇴사한 혼자 있는 시간에 대한 글이 나왔다. 당시 입장과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었다. 그때 예약해둔 책을 빌리느라 대출하지 못한 한동안은 다른 이들이 대출 중이라 봤다. 인기가 있었다는 얘기일 거다. 빌리지 못한 책에 대한 아쉬움으로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보면  에세이집이었고 이슬아 작가의 글방에서 글을 썼고 글방을 연다고 했다. 살까 하다가도 보고 판단해야지 싶었다.

한동안 미뤄뒀다 1년만에 생각이 다시 빌렸다. 다시 독서에 매진해보려던 참이었고 마침 문화가 있는 날이라 도서관에서 10권의 책을 빌릴 있었다.

 

서점가에서는 에세이의 시대라는 말이 돈다. 더는 극화되거나 압축된 소설적 경험을 원하지 않는, 아마, 원할 없는 시대라는 이야기일 거다. 이야기에 공감하는 시대, 천천히 진행되는 남의 이야기를 들여다볼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극화된 이야기는 영상을 통해 자극적으로 경험할 있기 때문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업무량이 많던 시절 역시 회사에서 더는 소설을 보기 어려웠다. 이야기를 들여다볼 마음의 여유는 톨도 남지 않아, 대체 내가 이야기를 읽어야 하는가 도입부의 소개를 가만히 따라가야 하는가 없었다. 대신 잠시나마 틈을 있는 에세이는, 짤막한 자기 고백들을 출퇴근하던 버스에서 읽곤 하였다.

 

환상은 거의 없다는 것을 알아버린 사람들에게 에세이가 필요해서일 거다.

영화나 만화 같은 판타지는 그냥 거기만 있고 우리는 이렇게 산다고,

부자도 아니고 상대적 가난에 허덕이고

미디어가 보여주는 환상 뒷편 속에서 아웅다웅하며,

그래도 우리나라는 굶어죽지 않을 있는 사람이 많아지긴 했지만,

매일 행복하지는 않고,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있고

문제는 시대와 공간과 역사가 뒤엉켜 그걸 혼자 어떻게 없는데 그렇다고 놔버릴 수도 없이

그저 그런 삶을 그저 그렇게 살고 있다고 그래도 괜찮다고 하는

영웅도 없고 시인도 없고 그저 다들 먹이를 구하느라 바쁜 새들이 지저귀는 것이라는 아마도 아마도 아마도.

 

 

 

그리하여 에세이의 시대 다음은

 

뭐가 나올까

 

끝까지 읽으면 답이 나올까

 

궁금했다.

 

종교도 철학도 과학도 틀에서는 어떤 답이 일부분 나온 아닐까 아니 어떻게든 어떤 공식들이 성립되어가는 시대

더는 신화나 거대한 무언가가 있으리라는 희망이 없는 시대

에세이는 미물이 살아가는 이유를 묻는 새로운 방법일까

안에 답이 있다는, 계속 쫓고 있다는.

 

솔직해진다는 것을 생각해볼 있는 글이었다. 글쓰기는 솔직함을 담보할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면 나는 '가난'이라는 뒤에 숨어 더는 솔직하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거기에는 솔직함이 필요하지 않기도 했나. 아니 그래도 그때도 솔직했다면, 온갖 허세를 작렬하지 말고 그냥 솔직했다면,

 

 

내가 사람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어야 하나

사람의 개성이, 가족사가 이렇다 하여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가 싶다가도

계속 읽다 보니 솔직함

사람은 투명해질 수는 없지만

속에서 자기 자신 안에서는 어느 정도 그럴 수도 있겠구나

계속 글을 쓰는 일은 그것을 담보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글쓰기란 어쩌면 자기한테 이것밖에 남지 않았다는 절박함에서 시작할 있는 일이 아닐까.

물론 대부분은 자기의 경험만을 안고 살지만 그렇지 않다는 착각 속에 살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나역시도 아마도.

 

누군가 내게 가장 행복한 곳으로 가라면

여기서 맞던 아침 해나 저녁 바다 이런 순간들을 떠올릴 지도 모른다.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앉아있던 순간을 떠올리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보면 아주 거지 같은 선택은 아니라고 해도 될까.

 

끝까지 읽고 나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를 구하는 것이 남을 구하는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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